"길은 곧 도(道)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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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곧 도(道)이지 않은가?"
  • 김도연
  • 승인 2010.06.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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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나들길 ①
'길'은 '도(道)'다. 도는 곧 길이란 말이다.

도(道)를 찾으려거든 길을 걷자. 마음을 비우거나 가다듬어 길 위에 서자.

아니, 길을 걷다 보면 자연히 모든 생각이 정리된다. 길 위에 서 본 사람은 안다.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 소근대는 소리들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봄을 맞아 '걷기 열풍'은 계속된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바우길' 등 친자연형 길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4~6시간 걷자고 비싼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찾거나, 그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 차를 끌고 지리산을 찾을 텐가.
 
인천에도 이들 코스만큼이나 걷는 기쁨을 주는 곳이 있다. 제주도나 지리산이 아닌 가까운 강화도를 가 보자. 거기에는 올레길이나 둘레길 못지않게 아름다운 '나들길'이 있다.
 
강화 나들길은 올레길과 둘레길처럼 고즈넉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으면서도, 수도권에서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여기에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일컫는 '강화의 역사'를 둘러 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멀리 걷기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바람을 쐬며 언제라도 배낭 하나 둘러메고 호젓이 다녀 올 수 있는 곳이 강화 나들길이다.
 
강화 나들길은 모두 7개 코스로 짜여 있다.


강화 나들길 전체 구간 지도.

1코스
 
1코스는 심도(沁都)역사 문화의 길, 2코스는 호국돈대 길, 3코스는 능묘 가는 길, 4코스는 해가 지는 마을길, 5코스는 고비 고갯길, 6코스는 갯벌 보러 가는 길, 7코스는 화남생가 가는 길이다.
 
나들길 도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강화군이 발행하는 도보여권이다.


코스별로 처음과 끝에서 도보여권에 인증 도장을 받을 수 있다.
 
도보에 나서기 전, 강화대교 초입에 위치한 강화관광개발사업소에서 도보여권을 무료로 발급받아 코스별로 시작하는 점과 마치는 점에서 완주 도장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1코스 심도역사 문화의 길은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강화읍내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고 강화역사관에서 마치는 17.5㎞ 구간의 역사문화 탐방 코스이다.
 
강화읍내 구간은 도심 샛길로 이동하며 연미정에서 강화역사관까지 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1코스의 강화읍 구간은 도심 샛길이 많다.

 
일반인들이 찾기 쉽도록 코스별로 중간 중간에 저어새 모양의 안내표지판이 있다. 곳곳에는 방향을 일러주는 화살표시도 있어 길을 찾는 데는 어렵지 않다.
 
1코스 탐방에 앞서 터미널 관광안내소에서 출발 도장을 찍고 안내원에게 나들길을 찾는 이들이 많은지 물었다.
 
그는 "평일 오전인데도 벌써 5명이나 다녀갔다"며 "주말에는 많은 이들이 나들길 도보여행을 떠난다"고 말했다.
 
어느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는지 평일에도 찾는 이는 꾸준하다.
 
코스 초반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동문, 용흥궁, 강화 성공회 성당, 고려궁지, 북관제묘, 강화향교, 북문, 오읍약수 등 역사 문물을 둘러보고, 중반 이후부터는 연미정에서 강화역사관으로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가볍게 산책을 하듯 걸으면 된다.
 
1코스에서 주요 볼거리는 용흥궁과 고려궁지, 연미정 등이다.


용흥궁은 조선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머물던 곳이다.

용흥궁은 조선 제25대 철종이 왕이 되기 전에 거처하던 곳이다.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초가집이었다. 철종 4년(1853)에 지금과 같은 기와집으로 개축하고 용흥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안에는 철종이 머물던 옛 집터임을 표시하는 비와 비각이 있다


고려궁지 안에 복원 설치된 외규장각.
 
고려궁지는 760여 년 전 몽고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고려 왕조가 강화도로 피난했을 당시 임금이 거쳐하던 궁궐. 39년 동안의 대몽 항쟁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궁궐은 몽고와의 화친에 따라 허물었으며, 현재 궁지 내에는 강화지역을 다스렸던 유수부의 동헌과 이방청 건물만이 남아 있다.
 
한 때 이곳에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이 약탈해 간 서적과 지도 등을 보관했던 외규장각이 있었으나, 당시 소실되고 지금은 복원된 건물이 들어서 있다.

고려궁지에서 북관제묘나 강화향교, 은수물을 거쳐 북문, 북장대, 오읍약수에 이르는 구간은 구간별로 100여m 간격으로 문화재가 있어 한가로울 틈이 없다.
 
하지만 오읍약수에서 연미정에 이르는 구간과 연미정에서 강화역사관까지의 구간은 4~6㎞ 거리여서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1코스 해안도로의 시작인 연미정.
 
강화 8경 가운데 하나인 연미정은 이름 그대로 정자다. 세운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해 한 줄기는 서해로, 또 한줄기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아 연미정이라 불렀다고 한다.
 
1627년 조선 인조 때 정묘호란으로 청국과 강화조약을 체결한 치욕의 장소이다.
 
2코스

2코스 호국돈대길은 1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강화역사관에서 출발해 초지진에 이르는 15.4㎞ 구간이다.
 
전체 7개 코스 가운데 유일하게 전 구간이 해안도로를 따라 나 있어 용진진, 용당돈대, 화도돈대, 오두돈대, 광성보, 용두돈대, 적진진, 초지진 등 강화지역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여러 돈대를 만나보는 코스이다.
 
일부 구간에서는 해안도로 옆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 구간의 길은 해안도로 옆으로 나 있는 뚝길을 걸으면 된다.


2코스의 주요 구간은 해안도로 옆 뚝길을 따라 걷는다.
 
뚝길이라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토성의 역할을 했던 곳의 윗부분을 걷는 것이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에는 푸른 기운을,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에는 노란색의 들녘이 인상적인 구간이다.

유적지 사이의 거리가 다소 멀고 대부분 직선 구간이어서 지루할 수도 있으나, 한적하게 해안 풍경을 느끼며 한 손에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해안 풍경과 너른 들판을 담으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지루함을 느낄 즈음 조금씩 숲길로 접어드는 구간이 있다.
 
나들길 해설 자원활동가 김은미(47)씨는 "2코스의 장점은 해안도로를 따라 나 있는 토성 길을 산책하듯 즐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도보여행이라면 숲속 길을 떠올리기 쉽지만, 나들길은 숲길 외에도 해안길을 따라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라고 나들길의 재미를 전했다.
 
나들길은 다른 길과 달리 문화유적지를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문화유적지에서는 도보여행자들 외에도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간조 시에는 해안 바윗길을 돌아가는 재미도 있고, 코스 중간에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도 많은 편이다.
 
2코스의 주요 볼거리는 광성보와 덕진진, 초지진 등이다.

광성보는 사적 제227호로 강화해협을 지키는 자연 지형이 험한 요새로 강화 12진보의 하나이다.


광성보는 강화 8경 가운데 하나이다.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강화로 천도한 후 돌과 흙을 섞어 해협을 따라 길게 쌓은 성터이다.

덕진진은 강화 해협을 지키는 전략 요충지 가운데 하나이다.
 
덕진진은 조선 효종 7년(1656)에 축조됐다. 강화 제일의 남장포대와 덕진돈대가 있으며, 바닷가에는 경고비가 서 있다.


초지진은 운양호 사건이 벌어진 격전지이다.
 
사적 제225호로 1656년에 설치된 초지진은 고종3년(1866) 10월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침입한 프랑스군 극동함대, 고종 8년(1871) 4월에 통상을 강요하며 내침한 미국 로저스의 아세아 함대, 고종 12년(1875) 8월 침공한 일본군함 운양호와 치열한 격전을 벌인 곳이다.
 
강화관광개발사업소 변애숙 개발팀장은 "강화 나들길은 다른 도보여행 길과 달리 살아 숨 쉬는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길이다"라며 "수도권 시민들이 주말을 이용해 찾아보기 쉬운 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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