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을 위한 민들레진료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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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을 위한 민들레진료소 사람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4.14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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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 번, 85차 진료활동 이어가
민들레진료소.jpg
 
 
 
민들레진료소는 한 달에 두 번 문을 연다. 두 달에 한 번은 인천결핵협회에서 차량이 나와 노숙자들과 마을 주민에게 엑스레이를 찍어준다. 4월 12일, 민들레진료소에 참여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민들레진료소 소장 조순구(인하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민들레진료소와 인천결핵협회가 함께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10년에 문을 열었고, 올해 8월이면 만 4년 된다. 인천결핵협회와 함께하게 된 계기도 참 신기하다. 노숙자분들이 많으니까 기침을 많이 하더라. 감기로 기침하는지 결핵으로 하는지 모르니까, 엑스레이를 찍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검진버스를 어디에서 빌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인천결핵협회에서 함께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우리가 도와달라고 한 게 아니라, 이 분들이 도와줄 게 없냐고 연락해 왔다. 이게 웬 떡이냐며 모두 놀랐다. 여기 민들레진료소를 오픈하고 돌아가는 모든 일이 기적 같은 일들이다.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웃음)”
 
 
민들레진료소가 돌아가는 일은 모두 기적 같은 일
 
 
조 소장은 민들레국수집은 어떻게 알고 오게 되었을까. “<인간극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알았다. 내가 2005년부터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진료봉사를 일년에 한두 번 다녔다. 그렇게 다니고 있을 때, 민들레국수집을 텔레비전에서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참 착한 분들이구나, 싶었다.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민들레일기를 읽으면서 상황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노숙자 한 분이 아픈데 의사 얼굴 한 번 보고 죽고 싶다'는 내용이 있더라. 그 사연을 읽자마자 서영남 수사님한테 전화를 하고 오게 됐다.”
 
진료소를 열면 준비할 게 많았을 텐데 다 어떻게 준비했을까. 사실 조 소장도 한 달 후에 진료소 문을 연다고 했지만, 내심 막막했다고 전했다. “진료소도 병원인데, 누가 같이 할 건지 약은 어떻게 할 건지, 처음에는 책상 하나 두고 청진기로 진료하고 상담이나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픈 사람한테 청진기만 대주면 뭐하나 약이 있어야 하는데 싶었다. 생각이 구체적으로 잡히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더라. 그때 우리 병원 옆에 있는 대학약국간판이 들어왔다. 우리 환자들이 많이 가니까 우리 의사한테 호의적이지 않을까. 그러던 중 병원에 제약회사 직원이 후임자를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이 대학약국 아들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다. 우리가 손 벌려서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저절로 일이 된다. 맨바닥에서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다 이루어졌다.”
 
 
노숙자들은 관절, 허리, 감기, 불면증 등 많이 앓아
 
 
민들레진료소 자원봉사 팀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의사, 간호사, 약사를 비롯해 손이 많이 필요했지만, 착한 사람이 많아서 어렵지 않았다. “모두 인하대 병원에서 온 사람은 아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왔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원도 있다. 인하대 병원 동기나 후배,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 자원봉사자는 다방면에서 왔다. 그리고 우리는 자원봉사할 사람을 누구나 좋다고 본다. 다만 이벤트성 봉사는 안 되고, 한 번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오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좋겠다.”
 
인천협회 이윤재 과장도 민들레진료소에 합류해 일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두 달에 한 번 온다. 결핵협회에서는 노인복지, 장애인 시설 등 시설에 많이 가서 한다. 특히 노숙인들은 몸이 허약하고 면역력이 약해서 결핵에 걸리기 쉽다. 인하대병원 조순구 선생님이 진료를 하시는 걸 알고 우리도 같이 하겠다고 했다. 노숙인은 취약해서 결핵에 많이 걸린다. 전염이니까 사진도 찍고 해야 하는데, 노숙자 분들은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한다. 방사선이 나쁘다는 게 많이 퍼져 있어서다. 더욱이 주거지가 불분명해 소견이 나와도 알릴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 민들레진료소는 사모님이 노숙자들 연락처를 알려주셔서 일하기가 쉽다. 결핵이라는 소견이 나오면 보건소로 모시고 가서 재검사를 한다. 결핵이 나오면 국가에서 치료해준다.”
 
한 달에 두 번 문을 여는 민들레진료소는 하루에 80명에서 100명 정도 진료를 받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 예약을 미리 받아 놓는다. 예약자의 증상을 보니 대개 허리, 관절, 감기 등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노숙을 하니까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다. 또 불면증도 많다. 바깥에서 자니까 잠을 못 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신장내과 송준호 의사는 4년 전에 조순구 교수랑 같이 시작했다. “대학병원에서는 환자를 보면서 여러 검사와 치료를 하는데, 여기서는 불가능하다. 더해 드릴 부분이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민들레진료소를 찾는 노숙자들은 특히 어디가 아파서 찾아오는지 물었다. “대개 피부가 안 좋다. 치아 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 그러다보니 소화가 안 돼 위장장애가 많다. 고혈압 당뇨도 많은데, 이 분들은 증상이 심해지면 어디선가 쓰러졌을 것이다. 관절이 약한 분이 많다. 추운데서 노동을 하니까 허리 팔 다리가 안 좋고, 다쳐서 변형이 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분들은 불면증이 많다. 걱정거리가 많아 잠을 못 주무시기도 하고, 겨울에는 추워서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
 
민들레진료소의 활동은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http://mindlele.com) 게시판을 통해 서양남 대표가 계속 올리고 있다. 서영남 대표가 필리핀으로 떠나더라도 민들레진료소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84차 민들레진료소 2014. 3. 22.jpg
제84차 민들레진료소 활동 모습(2014. 3. 22)  *사진 민들레진료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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