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추모, 안산 임시분향소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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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추모, 안산 임시분향소를 찾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4.23 2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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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부터는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합동분향소 운영

23일 오전 9시부터 조문을 받기 시작한 안산 올림픽기념관 임시분향소에는 장례절차를 마친 교사와 학생 22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돼 있었다.

오전 11시 반, 기자가 현장에 도착해보니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박 아무개 씨(남)는 강원도 원주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고 했다. “예전에 중앙역 근처에서 살았어요. 저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있는데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파서...”

친구와 함께 강북에서 온 아무개 씨(여)는 "불안하고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헌화를 하고 나온 추모객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한숨만 나오네"라고 말하거나 “눈물만 난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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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분향소가 설치된 안산 올림픽기념관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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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이재은


임시분향소 밖에는 여러 단체에서 나온 봉사자들이 곳곳에 천막을 치고 대기하며 물과 음료 등을 나눠줬다. 대한적십자사는 합동분향소 설치 전까지 무료급식소를 운영,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 참배객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밖에 응급의료지원센터, 통합재난심리지원 상담소, 약국 등의 부스가 마련돼 있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점심시간. 유가족들에게 무료수송 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안산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기사들, 희생자를 추모하러 온 참배객들은 식판에 밥을 받아 적막한 가운데 조용히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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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향소 내부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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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울면서 ‘대한민국 미워요’를 뒤집어놓고 가자 한 시민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돌려놓고 있다. 
 ⓒ 이재은


몸이 불편하신 임길순(79)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왔다. “통장 집 아들이 죽었다고 그러데... 잘 알지... 어제 티비에 나오던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아버지 이름도 알았는데 들어도 금방 또 잊어버려...”

아이들 소식 들은 심정이 어땠느냐고 묻자 “안타까운 일이지... 울음만 나오지 뭐...” 라고 대답했다. 오후 12시 2분, 임 할머니는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는 분향을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요양보호사가 12시 반까지 돌봐주게 돼있어서 시간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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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길순 할머니와 이야기를 듣기 몰려든 취재진들. ⓒ 이재은


오후 1시, 분향소 앞에는 여섯 명의 태국 스님이 서 있었다. 뉴스를 보고 아이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오늘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들은 분향을 마친 뒤 단원고로 이동해 교문 옆에서 합장하며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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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분향소를 찾은 여섯 명의 태국 스님들. 오른쪽은 통역사. ⓒ 이재은


올림픽기념관 안. 민들레 선교사로 활동하는 이근호 씨(58)가 복도 벽면에 남양주시 도농중학교 학생들이 쓴 손편지를 붙이고 있다. 1학년 119명, 2학년 132명, 3학년 31명, 교사 1명, 총 283명이 참여한 손편지는 ‘손편지 운동가’이기도 한 이근호 씨가 학교에 직접 부탁해서 받은 것이다.

단원고 아이들이 쓴 500여 통의 편지도 보관하고 있다는 이 씨는 오래 전부터 군부대, 암환자 등을 대상으로 손편지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단원고 학생들의 손편지는 물론, 도농중 아이들의 편지도 나중에 잘 보관해서 양수리 북한강 철교에 만들어질 손편지 갤러리에 보관할 계획이다.

“손편지 운동을 하고 있어요. 단원고 학생들한테 받은 것도 지금 500통 정도 있는데 나중에 다 전시할 거예요.”

그는 오래 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다. 이번 사고를 겪은 이들이 ‘내 아들 같아서’ 마음이 북받쳐왔다고 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긴 거죠. 지금 삶이 스피드하다 보니 계산이 우선이고, 사람의 본질이 없어진 것 같아요. 편지는 느림, 더딤이 있습니다. 이걸로 안전을 예방을 예방하고, 사회적인 정서 속에서 감성회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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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중학교 학생들이 쓴 손편지를 붙이고 있는 이근호씨. 
"누가 언니 오빠들에게 어른들의 말만 따르라고 했나요?"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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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추모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 이재은


단원고는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올림픽기념관에서 도보로 1-2분 거리에 있었다. 교문 앞에는 학교 관계자가 기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었지만 오후 2시가 되자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이 교사, 학생 촬영금지, 학생 강제 인터뷰 금지, 흡연 금지 등을 내세우며 일부 기자와 카메라맨을 들여보냈다. 학교 내에 상주해 있는 회복지원단, 상담치유센터 관련 촬영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단원고는 24일부터 2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상자들의 복귀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원고가 있는 길 맞은편 작은 공원에서 만난 김 아무개(82) 할머니는 2년 전에 죽은 막내아들이 자꾸 생각나, 답답해서 나왔다고 했다.
 
“영감한테 말도 안 하고 몰래 왔어. 딸도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집에 있을 수가 있어야지.”

“내가 98년도에 여기 근처에서 10년을 살았어요. 여기 학교 지어질 때 시끄럽다고 불평도 하고 그랬지. 근데 이 아이들이 그렇게... 불쌍해서 어떡해요. 꽃도 못 피워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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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 교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는 어머님과 타다 남은 촛불. ⓒ 이재은


이날 하루 안산장례식장, 군자장례식장 등에서는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장례가 치러져 11곳에서 학생 25명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23일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중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총 47명이 장례절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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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윤 2014-04-24 11:16:17
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 이런 젠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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