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처절하게 슬프다 여전히
상태바
[세월호 참사] 처절하게 슬프다 여전히
  • 한영미 중고생 영어강사
  • 승인 2014.05.14 2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기고] 한영미 중고생 영어강사

세월호 가족.jpg
 

막힌 길이었다. 염치 없이 푸른 잎을 틔우는 비정의 5월, 꽉 막힌 하늘이다. 길을 내지 않고서 돌아오라 했던 헛된 외침도 가면의 장막 아래 깊이 추락했다. 검은 진물이 흐르는 바다, 주검이라도 찾기 위해 그 속을 헤집는 갈갈이 찢긴 마음들.   ...얼굴이라도 한 번 만져봐야지... 엄마가 너를 어떻게 그냥 보내...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으로 하루가 가고 간다. 숨박꼭질 하듯 너희의 죽음을 똘똘 말아 감춘 이 세상이 과연 언제쯤 말간 얼굴을 드러낼까. 참척의 죄 지었음을 낱낱이 고백하며 석고대죄할 순수의 시대 아니, 그 세월이 오기는 할까. 통곡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버스정류장에서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자꾸 그 숫자를 세게 된다. 소란스러운 한 무더기, 대여섯 밖에 안 되는 수다가 그득 길을 채웠다. 아이들을 태운 버스는 떠나고 남은 한두 개의 소란은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쌀 껍질 같은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잠잠하다. 실은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안다. 손 끝이 아리다. 내가 한 번도 쓰담 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이지만 왈칵 만지고 싶어 눈길이 멈춘다. 제각각 돌아가 가족으로 섞여 엄마 아빠를 부르며 째깍거릴 평온한 일상이 떠올라 심장이 먹먹하다. 하물며 아직도 못 돌아온  주검을 캐기 위해 깜깜한 세상을 더듬는 팽목항의 모정이랴. 대체 자본과 권력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있나. 국가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사람인가. 아닌가. 존재를 묻고 또 묻는다. 


슬프다. 진짜 너무 슬프다. 저 수 많은 영정사진 속 연분홍 살구꽃, 그 앞에 머리를 숙이는 사람들. 슬픔이 슬픔에게 하는 길고 긴 죽음의 시를 쓴다. 너무도 기괴한 이 모습 앞에 우리는 나는 여전히 처절하게 슬프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왜 우리는 낚아채지 못했을까. 이 쪽으로. 산 자의 삶 쪽으로. 기필코 붙잡아 주었어야 할 여린 풀잎이었던 것을. 뼈가 저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