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행정관, 유정복 지원 관권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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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행정관, 유정복 지원 관권선거 논란
  • 양영호 기자
  • 승인 2014.05.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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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표 수리에도 논란 확대될 듯
유정복-김영관 행정관.jpg
<유정복 후보 선거사무실에 참석한 김영곤 청와대 고용노동행정관(오른쪽)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 측은 21일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사무실의 회의에 참석하고, 경찰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후보의 측근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관권선거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해당 행정관을 즉각 사표 수리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송 후보 측에 따르면 유 후보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유 후보의 사무실에서 한국노총 중앙위원회 임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유 후보와 문진국 한국노총 전 위원장, 강찬수 한국노총 장학재단 상임이사, 김명환 우정노조위원장 등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김영곤 청와대 고용노동행정관이 함께 참석했다며 사진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송 후보 측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의 공식일정이었던 한국노총 중앙위원회 임원과의 면담 자리에 현직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는 이 시기에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여당 후보를 지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후보 측은 "이것은 명백한 청와대의 선거개입이고,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임을 자임하는 유정복 후보를 현직 청와대 직원이 선거 사무실까지 방문하며 노골적 지원하는 행위는 청와대의 선거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측, 청와대 행정관 오는줄 몰랐다

송 후보 측의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유 후보 측은 "같은 날 한국노총 인천본부에서 자체 행사가 있었고, 행사 후 노총 임원 등 100명 정도가 유 후보 선거캠프를 방문했다"며 "마침 한국노총을 찾은 청와대 행정관이 함께 온 것 같다. 유 후보는 한국노총 행사에 청와대 행정관이 초청받아 왔다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공직선거법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이 타당한 이유 없이 유 후보가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한국노총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행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유정복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선거개입 논란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안정행정부 장관이던 유 후보가 장관직을 사임하고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유 후보에게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잘 되길 바란다"라는 발언해 청와대 선거 개입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송 후보 측은 또 22일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인천지방경찰청이 송 후보의 측근인 서아무개 전 인천시 평가조정담관을 공직선거법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도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서 담당관은 지난해 '인천시 시정 모니터링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로 이미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청와대, 5시간만에 김영곤 행정관 사표수리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인천시장 선거개입 논란을 일으킨 김영곤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의 사표를 논란이 제기된 지 5시간만에 수리했다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어제 오후 한국노총 임원진과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는 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야기한데 대해 책임을 물어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라고 설명해 사실상 부적절한 처신임을 인정했다.

청와대가 관권 선거 논란이 불거진 지 불과 다섯 시간 만에 김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 이유는 분명하다. 가뜩이나 박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측근 중의 측근인 유 후보의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캡처2.PNG
캡처3.PNG
<한국노총 인천본부 홈체이지 '일정보기'란에는 별다른 행가 없다>
출처 : 한국노총 인천본부 http://in.inochong.org/schedulemenu/ScheduleList.html?SID=12


유정복 측 해명 신빙성 적어, 논란 박대통령으로 확대 전망

그러나  유 후보 측이 김 행정관의 참석을 "몰랐다"고 해명한 것과는 달리 참석한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유 후보 측의 해명과 달리 당일 한국노총 인천본부에는 별다른 자체 행사가 없었다는 사실이 한국노총 홈페이지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인천본부 일정표를 보면 집행위 회의 같은 내부인만의 행사, 택시회사 노조 창립기념 행사 등 소소한 행사도 모두 명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할 정도로 큰 행사가 있었다면 일정표에 반드시 기록했을 것인데, 그런 내용이 일정표에는 표기돼 있지 않다.

김영곤 행정관은 고용노동비서관실 소속으로 한국노총을 소관 업무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노총 인천본부에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여당 후보와의 면담에 배석한 것 자체가 한국노총 관계자들에게는 커다른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 행정관의 선거개입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개입문제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 비록 청와대가 신속하게 행정관의 사표를 처리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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