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의 골방에서 인천의 광장을 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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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의 골방에서 인천의 광장을 오가다
  • 이장열 기자
  • 승인 2014.06.15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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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헌책방 아이앤지북 김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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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산곡동 주택가 한 모퉁이 건물 지하에 자리한 아앤지북(http://www.ingbook.co.kr)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먼지 묵은 책들이 켜켜이 쌓여 한발 내딛기도 힘들다.

 

문을 여니 지하에도 빼곰히 헌책들이 쌓여 있는 틈으로 김상회 대표가 주문 들어온 책들을 보물 찾듯 여기저기를 들춰 찾고 있었다.

 

“혼자 하셔요”, 돌아오는 답이 명쾌했다.

 

“둘이 하면 다 죽어”.  

 

요즘 들어 책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말도 잊지 않았다. 특히 20~30대 층들은 거의 책과는 담을 쌓은 느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규모의 경제학이 헌책장사에도 작동한다. 규모가 크면 그만큼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헌책방도 그런 방식으로 흘려가고 있다. 크게 하면 장사가 잘되겠지만... 헌책방까지 그런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 안 되게 돌아가니 안타깝다”

 

송림동에서 헌책방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1년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지금 산곡동으로 헌책방을 옮긴 것은 4년 정도됐다. 집도 부평에 있고 해서 자연스럽게 옮겼다.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참고서는 지금 취급하지 않는다.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에서는 참고서를 주로 많이 다루고 있지만, 저는 거의 참고서는 헌책방을 시작할 때부터 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헌책방을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IMF 무렵 다니는 직장에서 뭔가 좀 더 색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낼 당시 집에 있던 책들이 2천여 권이 되어 보였다.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헌책방으로 눈이 가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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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시작했다면 헌책방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행복한 기대로 시작했다. 그러나 헌책방을 시작한 후부터는 책을 볼 시간이 줄어들었다. 열심히 헌책을 구하러만 다니지 정작 책을 직접 읽어보는 시간이 없어졌다. 그게 아쉽다.” 그는 그렇게 쓴웃음을 지었다.

 

지하에 헌책방이 있다보니, 겨울에는 몹시 춥다. 여름에는 그마나 시원한 편이라고 한다. 간혹 책을 직접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 사람들은 거의 인터넷으로 헌책을 구입하는 추세다.

 

“이쯤에는 헌책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헌책 구입은 구매자가 꼭 이 책은 읽어봐야겠다고 확신이 들 때 구매를 한다, 그래서 오늘 구매한 사람들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책이 오지 않는다고 독촉을 한다”

 

하루에 나가는 책의 수량은 대중이 없다고 말한다. 들쭉날쭉하다는 뜻이다. 헌책방은 두 명이 하면 죽는다는 말을 먼저 꺼낸 것도 책을 보지 않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나온 말이다

 

김 대표는 혼자 하지 않으면 헌책방 관리와 운영도 쉽지 않다고 귀뜸한다. 헌책을 분류해서 스캔으로 이미지화하는 작업도 혼자 진행한다. 매일 오전과 오후를 나눠서 헌책을 구하는 것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늘 헌책을 찾아나니는 발품 파는 노력 없이는 헌책방을 지속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헌책을 구할 때 선택적으로 한다. 헌책들 가운데 인문사회, 역사, 철학서, 고서들 위주로 선택적으로 구하고 있다. 만화도 시대를 반영한 내용은 눈에 들어오면 바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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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장 위에 놓인 영인본을 김대표가 끄냈다. <고려사절요>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000부 한정판으로 만든 영인본이다. 어느 집안 후손에게 책을 정리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가서, 김 대표의 눈에 확 띤 책이라고 말했다. 그 후손은 이 책의 가치를 잘 몰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직감적으로 귀한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좋은 책이 많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자기가 읽어본 책이 좋은 책이다. 오랜 책이라고 좋은 책은 아니다. 자기가 읽어보고 감흥을 받은 책이 좋은 책에 해당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사치 관점으로 보면 많이 나가는 책이 좋은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저는 그 경계에 서 있는 헌책방 주인이기에 이것도 저것도 좋은책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는 지역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와 역사 영역에서 특히 지역주의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 출신으로 인천으로 들어와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인천은 지역에 대한 애착이 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역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고도 김 대표는 말했다. 거의 모두 인터넷에서 본다. 사실 인천 서민들이 목소리를 담아내는 신문들이 극히 드물다고 본다. 지역에 기반한 문화영역에서는 이런 점에 반성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헌책방이 굳이 클 필요가 없다. 소소하게 작은 것들애 대해 소중함을 재인식하는 노력들이 지속이 되면 그것이 결국 헌책방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과욕 부리지 않고 지역에서 소소한 일상에 관심과 가치를 두는 것이 제가 지역에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서울사람들은 남산에도 가보지 않은 서울 사람들이 많다. 인천 사람들도 자유공원도 가보지 않은 인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다른 지역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 지역에서 헌책방을 하는 사람들도 지역의 역사문화를 다룬 책들에 집중하는 것이 지역에 기반한 사람들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하에서 잠시 나온 김 대표, 긴 숨을 한번 내쉰 뒤, 오늘 주문한 책도 찾아야 하고, 저녁에 있을 촛불 집회에도 참석해야 한다며 다시 헌책으로 길을 만든 계단으로 다시 내려갔다.  


그는 이렇게 인터넷 헌책방을 아이앤지북을 운영하면서 틈나는 대로 인천 사회민주화의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연배 또래들이 함께 하고 있는 '운동초심모임'의 회원으로, 요즘은 세월호 촛불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그다. 목요일 저녁 동암역 촛불집회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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