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하천 살리기' 사업도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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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하천 살리기' 사업도 재검토해야
  • 김도연
  • 승인 2010.06.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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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예산만 쏟았지…"시민들 피부엔 닿지 않는다"

인천시는 오는 2030년까지 이미 정비된 5대 하천을 제외하고
19개 하천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며 9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

인천의 '하천 살리기'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선뜻 "예"라고 대답하는 이는 드물다. 수천억원의 예산만 쏟아부었지, 정작 시민들이 피부에 와 닿는 '하천 살리기'에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처럼, 토목공사만 짠뜩 벌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하천 살리기' 사업에 대한 '의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엄청난 시민의 세금이 낭비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표'에만 급급해 그냥 지나친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시민들마다 '깨끗한 하천'과 거기서 휴식을 취하는 걸 원하지만, 정작 인천의 '하천 살리기'는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전시행정'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왜 그럴까?


환경문제가 21세기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최근 수년 사이에 하천 살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도 지난 2003년 민관합동을 추진단을 꾸려 본격적인 하천 살리기 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인천은 다른 주요 도시처럼 한강이나 낙동강, 섬진강 등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지류조차 지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지리적 요건 때문에 인천시는 생활하수와 우수로 인해 생성된 소하천들을 '자연형 하천'으로 개발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인천시는 개발에만 급급하다. 개발만 하고 유지관리를 등한시하면 하천 살리기에 들어간 막대한 예산은 다 헛돈일 수밖에 없다.

'도심 속 하천'을 시민들의 품에 안겨주려면 제대로 된 개발은 물론 지속적인 유지관리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하천별 개발 전략은 어떻게?


인천시는 모든 도심 하천을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지난 2008년 10월 '하천마스터플랜 보고서'를 마련했다. 전체 31개 지방하천 가운데 기본계획을 세웠거나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가 완료 또는 진행 중인 12개 하천을 제외한 도심 7개 하천과 강화지역 12개 하천 등 모두 19개 하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짠 것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승기천, 굴포천, 공촌천, 나진포천, 장수천 1단계 구간을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하는 공사를 준공했다. 올해 말까지는 장수천 2단계 조성 공사가 예정돼 있어 주요 5대 하천에 대한 정비는 마무리 단계인 셈이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유역별로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각 권역별로 테마를 설정해 개발한다.
 
제1권역은 승기천, 장수천, 만수천, 운연천 유역. 승기천은 갯골형 하천 특성을 친수 공간으로 바꾼 복원하천으로, 장수천은  갯벌까지 하천종적 연계성을 보전하는 자연하천으로, 만수천은 복개 하천을 열어 장수천과 연결하는 복원하천으로, 운연천은 논 생태계와 연계된 농수로 한천으로 개발한다.
 
제2권역인 굴포천은 도시에 자연의 바람을 느끼는 친수하천으로, 계양천은 계양산의 보전 습지와 연계된 자연성이 높은 복원 하천으로, 청천천은 서부간선수로와 연계된 저습지 복원하천으로, 계산천은 논 생태계와 연계된 농수로 하천으로, 귤현천은 방수로와 연계된 친수하천으로 각각 개발한다.


'자연형 생태 하천'으로 복원됐다는 공촌천
 
제3권역의 공촌천은 계양산의 계류로부터 유수지까지 연속된 복원하천으로, 심곡천은 간척 농경지를 통과하는 하도 습지형 복원하천으로, 시천천은 방수로의 생물다양성을 부여하는 복원하천으로 개발한다.
 
제4권역의 검단천은 유수지 습지 및 매립지와 연계된 공원하천으로, 대포천은 공단 지역의 하수 처리 효율을 증대하기 위한 하천으로, 나진포천은 농촌의 생물다양성을 증대하는 복원하천으로, 대곡천은 삼림 및 농경지의 생물다양성을 부양하는 농수로 하천으로 각각 개발한다.
 
제5권역인 강화지역 하천은 갯벌 및 산림과 연결되는 친자연적 농수로형 하천으로 복원한다.
 
막대한 예산, '헛돈' 될까 우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인천시가 2030년까지 하천 복원 사업 등에 투자하는 비용은 국비와 시비를 합쳐 9천억여 원이다. 2030년 이후 장래 사업비까지 합하면 앞으로 계획된 비용만 1조 원 이상 들어가는 엄청난 사업.
 
19개 하천에 투입되는 예산은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된다. 우선 올해부터 2015년까지 단기 사업비는 2천499억3천500만 원이다. 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기 사업비는 3천215억7천200만 원,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장기 사업비는 3천360억2천200만 원이다.
 
2030년 이후 복개부와 소하천 복원 비용은 9천111억4천100만 원으로 이들 모두를 합치면 1조8천186억7천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장수천 2단계 사업까지 포함한 주요 5대 하천 정비사업에 투입된 예산 1천549억5천만 원을 더하면 사업비 규모는 더 커진다.
 
게다가 앞서 제시한 예산안에는 기본 및 설시설계에 필요한 조사비, 설계비와 감리비를 제외해 실질적인 전체 예산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항을 보면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기대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유지관리는 '남의 일'?
 
마스터플랜에 따른 지방하천 기준 연간 유지관리비는 기본 조사비, 유역정보 체계 구축비, 전문가 양성비, 통합관리소 운영비 등 평균 8억6천만 원. 여기에는 유지 보수비와 현장 관리비가 제외돼 연간 투입되는 실질적인 유지 관리비용은 더 늘어난다.
 
이미 준공된 5대 하천의 현 실태를 보면 하수관거 등의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일부 하천의 경우 주변 지역 하수가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
 
복원된 자연형 생태 하천의 경우 거의 모든 하수관거가 정비됐다고 하지만, 일부 하수관은 아직도 정비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인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승기천의 경우 인접 공단부근에서 유입되는 하수관거는 모두 차집해 승기천으로 직접 흘러가는 하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비만 오면 악취가 진동한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주민 이모(56, 연수구)씨는 "평소에는 괜찮은데, 비만 오면 연수구 아파트 단지 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하천변의 오염이 심각해 악취가 진동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보고된 하천살리기추진단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승기천은 하류로 갈수록 수질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여 주변으로부터의 하수 유입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천 주변 농경지에서 유입되는 하수로 인한 오염도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 파악돼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모니터링 결과, 나진포천의 경우 주거지가 위치한 상류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입이 수질이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하류 지역에 위치한 농경지로부터 비료 등이 유입돼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나진포천 상류 복개구간의 수질은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심각하다. 일부 구간에서는 하수 관로가 그대로 하천과 연결돼 있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공촌천 상류 지역에서도 주변 농가와 농경지에서 이어지는 수로가 공촌천과 닿아 있다. 하천 바닥 또는 주변지역 토양의 오염도 개선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굴포천의 경우 하류지역의 유속이 느려 부유물질이 하천바닥에 그대로 퇴적되는 현상이 모니터링 결과에서 나타났다. 정기적인 바닥 준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지용수의 수질 관리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승기천 상류. 유지용수의 수질 관리가 오염방지를 위해 시급하다.
 
정비가 끝난 5대 하천은 원수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하수처리장의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하수처리장 처리수의 수질이 악화하면 하천수의 오염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굴포천의 경우 모니터링 결과 거의 모든 지역에서 부유물질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유지용수의 수질과 관련돼 있는 것이다.
 
승기천의 유지용수의 경우도 질소와 인의 농도가 비교적 높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한 이들 생태 하천의 오염을 막으려면 지속적인 유지관리 노력은 필수다.
 
인천시하천살리기 추진단 관계자는 "애써 정비해 시민들의 품으로 전달한 자연형 하천을 다시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하수관거의 정비 등 유지관리를 위해 온 힘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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