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당선인에게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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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당선인에게 띄우는 편지
  • 박주희 계양산시민자연공원추진위원회 집행위원
  • 승인 2014.06.1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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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창] 계양산 보전을 바라는 인천시민의 마음을 모아
 
계양산 사진.jpg
계양산 보전운동 (출처 : 인천녹색연합)
 
 
인천출신 당선인으로서 인천에서 계양산이 갖는 의미를 잘 아시겠지만, 지금처럼 인천시민들이 계양산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5년 전, 이맘때쯤 2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사랑한다, 계양산’을 외치며 계양산 인근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계양산을 골프장으로부터 지켜달라는 내용을 담은, 직접 만든 행진용 현수막, 각종 피켓과 모자, 소리통 등을 손에 들고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사랑한다, 계양산’을 외치던 그 장면 말입니다. 그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계양산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계양산은 인천시민들에게 그런 산입니다. 회색빛 건물과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도심 속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인천 뿐만 아니라 김포를 비롯한 경기, 서울지역에서도 찾아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 계양산 품에 들고 있고, 열 명 중 아홉은 계양산이 개발이 아닌 자연친화적 휴양림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계양산이 시민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2008년부터 열린 ‘계양산반딧불이탐사’는 분초를 다투어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얻고 있고, 계양산 곳곳에서는 영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태교육과 모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계양산에는 반딧불이 뿐만 아니라 환경부지정 보호종 맹꽁이, 물장군, 인천시보호종인 도롱뇽, 수도권최대규모의 두꺼비 서식지가 위치해 있고, 깽깽이풀, 땅귀개, 이삭귀개 등의 희귀식물도 서식하고 있습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한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생태계가 우수한 산입니다. 조상대대로 이어진 역사문화의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삼국시대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계양산성 터, 조선 말 백성들이 외세에 맞서기 위해 쌓은 중심성 등이 자리하고 있는 역사 유적지이도 합니다.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역사문화적으로도 의미있는 계양산은 90년대부터 끊임없이 개발에 시달려 왔습니다. 90년에는 간이골프장, 눈썰매장 등 위락시설이 중심이 된 공원개발 계획안이, 95년에는 쓰레기 소각장, 98년에는 화약저장고, 2000년에는 군통신기지 설치계획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천시민들은 합심해 계양산을 지켜왔습니다. 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 계획 또한 7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힘을 모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는 종교도, 이념도, 나이 구분도 없었습니다. 7개월간의 계양산 솔숲 나무위 시위를 시작으로 천주교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평화미사가, 목회자들의 고난주간 노숙금식기도회가 열렸습니다. 3차례에 걸친 100일간 릴레이단식농성, 매주 열린 촛불문화제, 삼보일배, 시민산행, 자전거행진, 정상농성, 생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주1회 이상의 생태조사, 숲속음악회 등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각종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각종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계양산에 골프장이 웬말이냐.’, ‘계양산에 골프장은 안되지.’라는 말이었습니다.
 
계양산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과 행동들이 계양산 골프장을 백지화 시켰고, 자연친화적인 휴양공원과 역사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시민들은 여전히 계양산이 지켜지길 바라고, 계양산보전을 위한 공원이 조성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민들은 계양산이 있어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유정복 당선인은 인천시민 모두를 위한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소수만을 위한 계양산이 아닌, 지금처럼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계양산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인천시민들에게는 삶의 활력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만들어 질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늘도 계양산에는 돗자리와 간식을 싸들고 소풍가는 가족도 있고, 때죽나무 꽃은 피었는지, 나리꽃은 피었는지 궁금해 하며 계양산을 찾는 이도 있고, 노년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계양산은 아무 대가 없이 모두를 받아줍니다. 인천시민들은 인천에서의 삶의 한자락에 계양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 2014. 6. 18(수) 인천일보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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