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 주민 화상 중태, "분신 아닌 경찰 과잉진압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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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 주민 화상 중태, "분신 아닌 경찰 과잉진압 사고다"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6.1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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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하늘도시 주민들 비대위 결성하고 책임 규명 나서
정기윤 화상.jpg
사고 당시의 현장 모습(영종하늘도시총연합회 비대위 제공)
 
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할인 분양에 반발해 집회를 하던 영종하늘도시 총연합회 정기윤 회장(55)이 전신 90% 부분 3도 화상을 입어 중태에 빠진 가운데, 당시 사고가 정씨의 의도적 분신이 아니라 경찰의 강제진압에 따른 우발적 사고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정 회장이 화상을 입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난 직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영종하늘도시 총연합회(비대위원장 김정태 한라비발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는 20일 보도자료를 긴급히 내 사고의 경위를 소상히 밝히면서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으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가 일어난 근본원인은 정부의 선분양 후시공 부동산정책에 따른 예건된 참사였다고 지적하고,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경찰의 무모한 강제진압에 따른 참사라며 책임자 처벌과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주민들이 목격한 사고 경위


총연합회 비대위가 사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담은 두 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밝힌 사고 경위는 이렇다. 6월 17일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 후문에서 이 아파트 주민 정기윤 회장이 주민 약 30명과 아파트 내에서 집회를 가졌다. 최근 이 아파트의 시공, 건설사의 특별할인분양으로 이사 오는 차량을 막기 위한 집회였다. 인천 중부경찰서 경찰이 충돌해 대치하는 상황에서 경찰 4~5명이 대치중인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스피커폰으로 “이사 오는 세대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방송했다.

 

이에 정 회장은 “경찰들이 왜 함부로 우리 아파트를 들어오냐?”며 온 몸에 시너를 뿌리고 “지정선을 넘으면 분신을 하겠다.”고 경찰에게 경고하였으나, 소화기 등 안전장비를 구축하지 않은 채 경찰은 대화나 설득도 없이 제압 명령과 함께 경찰 4~5명이 정 회장의 손에 든 라이터를 뺏으려고 달려들며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인화됐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정 회장이 고성으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말이 없어졌으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주하던 조사관이 경비실에 있던 소화기를 가져와 정 회장의 몸에 뿌리고, 담요를 덮어 불은 진화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땡볕에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로 8분여를 그대로 방치한 뒤 구급차에 의해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그러나 워낙 중태라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까지 혼수상태라고 전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선분양 후시공 부동산정책

 

비대위는 이번 사고가 영종하늘도시를 분양할 당시인 2009년말 인천시, 인천도시개발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LH 등이 제3연륙교, 영종브로드웨이, 미단시티 등등 개발, 건설될 가능성이 희박한 개발계획들을 남발한 데서 비롯된 예견된 참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를 비롯한 이들 공공기관들은 경제자유구역 주택용지를 시행 시공사에게 떠넘겼고, 시행 시공사는 수분양자들에게 자신의 손해를 떠넘기기 위해 사기에 가까운 과대, 허위 과장 광고로 현혹시켜 계약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특히 사기에 가까운 허위, 과대, 과장광고가 가능했던 것은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인 선분양, 후시공이 그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해왔다. 선분양, 후시공의 고질적 병폐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영종하늘도시에서의 정 회장과 같은 제2, 제3의 사고 위험성은 언제나 상존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선분양, 후시공의 부동산 정책을 철회하고 선시공, 후분양으로 그 정책을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경찰의 과잉강제진압이다

 

정 회장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에서 이삿짐이 들어오기도 전인 시각에 경찰들이 배치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경고를 무릅쓰고 다가오자 온몸으로 막아서기 위해 몸에 휘발유를 부었다. 그러나 경찰은 기초적 안전 장비 등을 전혀 구비하지 않은 채, 경찰관 4~5인이 덮치는 과정에서 불이 붙어버려 소화 시간이 더욱 지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이 준비없이 과도하게 강제 진압 과정에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불이 몸에 붙은 상태에서도 경찰은 정 회장의 몸을 계속 억제하고 누르는 과정이 한동안 진행되어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압 메뉴얼에 따른 초동 대응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현장 경찰과 이를 관리, 감독하는 중부서와 인천지방경찰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 회장이 자신이 거주하는 H 사의 할인분양에 맞서 할인분양 입주자의 이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분신한 것으로 언론에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사사고가 발생했던 시각에는 할인분양 입주자의 이삿짐이 미처 도착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이 입주민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기도 전에 강제진압에 나선 것은 과잉진압이며,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경찰에 있다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할인분양의 원인이 시행,시공사의 책임뿐만 아니라 선분양 후시공의 고질적 병폐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책임은 인천시, LH, 인천도시개발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대한민국 정부에 있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그 누군가 조직적으로 은폐, 축소하기 위해 단순하게 할인분양 입주민을 막다가 발생한 분신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참혹한 사고 영상 유투브 공개, 사고 이후의 사태 추이는?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한 영종하늘도시 총연합회는 앞으로 한라비발디 입주민으로 구성돼 있는 한라비발디 비상대책위, 지역 단체 등과 함께, 사고 발생의 책임이 경찰에 있음을 규명하고, 해당 경찰, 지휘관, 중부서장, 인천지방경찰청장의 지휘 관리 감독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한 고소 고발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선입주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해당 시행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을 적극적으로 검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17일 정 회장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한강성심병원까지 문병을 다녀온 데 이어 18일에는 인천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사고 책임이 경찰에 있다"고 항의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찰의 한 관계자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상황에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제지에 나섰던 것"이라며 "과잉진압은 우리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와 영종 주민들은 '영종도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거나 분신으로 잘못 보도된 것에 대해 공정보도를 촉구했다. 한라비발디 이외의 인근지역 아파트 주민들도 한라비발디 아파트 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어 영종하늘도시는 정 회장의 사고를 계기로 또 한번 주민들의 건설사를 상대로 한 집단적 움직임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당시의 상황을 담은 동영상도 <위키트리>에 의해 유투브에 공개됐다. 비대위와 주민들이 불상사 책임 소재가 경찰에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반면에 경찰은 경찰은 집단행동에 나선 입주민 모두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사법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된 증거자료와 목격자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부경찰서와 인천지방경찰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상황 유투브 영상> 출처 : 영종하늘도시 총연합회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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