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시장 '님의 침묵' 남기고 퇴임(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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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시장 '님의 침묵' 남기고 퇴임(동영상)
  • 양영호,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7.01 02: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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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중국 체재 후 돌아올 예정

인천시 원로회의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송영길 시장

송영길 인천시장의 이임식이 30일 오후 4시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공무원·시민 등 6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임식은 송영길 시장의 약력에 이어 지난 4년간 인천광역시장으로서 송영길 시장의 성과와 활동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여준 후, 송영길 시장의 이임사로 이어졌다.

송 시장은 이임사의 서두를 낙선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했다. "낙선하고 나서야 내가 어떤 점이 모자랐는지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됐다"고 밝힌 송시장은 낙선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말로 청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송시장은 "인천시가 정말 어려운 시기에 시장을 맡게 돼 가끔은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회고하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손을 잡아 준 시민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고 인천시민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는 또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하게 돼 다행"이라고 언급하고 또 그 자신의 재임 중 성과의 하나인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해서도 "녹색기후기금은 만들어진 국제기구가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할 국제기구"라며 "우리 시 공무원들의 외교역량이 최대한 발휘돼 GCF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국제기구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민예술단원의 노래공연을 경청하는 송영길 시장 부부

송 시장은 이임사를 마치고 나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 낭송했다. 그는 "만해 선생의 '님'은 조국의 독립을 의미할 텐데 님이 은유하는 바가 여러 가지 있어 이임할 때 낭송할 수 있는 시로 딱 맞는 것 같다"며 낭송을 해도 되겠는지 묻고는 원고를 보지 않고 참석자들을 바라보며 시를 낭송했다.

평소 시낭송을 즐기던 송 시장이 이임식에서 파격적으로 남긴 '님의 침묵'의 의미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듯 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을 스스로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님의 침묵'을 낭송하는 송영길 시장

안상수 전시장의 무분별한 개발주의를 비판하고 원도심 활성화와 부채문제 해결을 내걸고 야권연대를 통해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당선됐던 송영길 시장은 지난 4년간 녹색기후기금(GCF)과 세계은행(WB) 사무국 유치, 인천대 국립대 출범, 경제자유구역 외자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7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물려받고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 등을 추진하다 보니 부채를 크게 줄이지 못했다. 또 원도심 재창조기금 3조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시 재정여건의 어려움 속에 커다란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임기를 마무리했다. 

원로자문회의, 시정참여정책위원회 등을 통해 인천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시정을 펼치기도 했으나, 임기 초기 측근들 중심으로 시정을 이끌어가면서 공무원 사회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끝내는 측근비리로 인해 선거기간 동안 부패 시장이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차세대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송영길 시장은 수도권에서 연임해 도전한 광역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그만큼 6.4지방선거에서 유정복 후보에게 패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뼈아픈 정치적 실패다. 그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정치권에 돌아올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가 그 앞에 가로놓여 있다.

송 시장은 퇴임 후 잠시 일본에 체류한 뒤 중국 칭화대에서 1년간 방문교수로 온축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과 대만을 오가면서 양안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남북관계 개선의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시장의 이임식에는 지난 4년간 그와 동거동락했던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했고 또 그와 시정을 함께 나눴던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인천시청 본관을 나와 시청을 떠나는 송시장을 배웅하기 위해 인천시 공무원들은 그가 떠날 때까지 배웅했다. 
 
인천시청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송영길 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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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규 2014-07-03 10:01:33
전 시장의 이임식 기사를 이토록 자세하게 보도하고
그의 향후 거취까지도 친절하게 소개하는 기사내용은 그렇다고 칩시다

이런 기사를 며칠씩 메인에 올려 놓으니 보기 좀 거시기 합니다
내일부터 보이면 인천인 정기 구독 취소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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