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퍼즐] 위험의 외주화와 ‘기업 살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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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퍼즐] 위험의 외주화와 ‘기업 살인법’
  • 김성민 경인방송 PD
  • 승인 2014.07.02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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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경인방송 협약] 간접고용 안전조치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 처벌할 수 있게 해야

<2012 살인기업 선정식 온라인 투표 화면> (출처 : 노동건강연대)

최근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란 위험한 일은 정규직에게 시키지 않고 외주를 준 회사의 비정규직에게 시킨다는 말이다. 안전한 업무는 주로 정규직이 맡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이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 중에 목숨을 잃고 있다. 갈수록 위험한 일은 간접 고용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도맡아서 하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목숨을 담보로 먹고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 뉴스퍼즐 듣기-위험의 외주화와 기업 살인법 *

http://www.podbbang.com/ch/7688?e=21433158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나?

그동안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어제 새로 도입된 ‘고용 형태 공시제’가 그것이다. 각 기업들이 어떤 고용 형태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가를 알리게 하는 제도다.

이 공시제를 통해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하는 전체 노동자 가운데 69.9%가 외주업체 직원이다. 파견직이나 용역직, 하도급업체 직원인 노동자가 69.9%를 차지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10명의 노동자 중 7명이 외주업체 직원이다.

그렇다.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고가 나도 인정 받기가 힘든다. 다시 말해서, ‘사용자의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돼도 보상 조차 제대로 못받는 게 현실이다.

다른 기업들 사정도 비슷하다. 사용자의 책임이 없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이 많다. 포스코건설은 65.5%가 비정규직이다. 현대건설도 비슷한 수준인 65%가 비정규직이고, 현대중공업은 59.5%, 대림산업은 56.3%가 비정규직이다.

삼성중공업, 삼성물산까지 국내 상위 10개 기업이 사업장에서 최소한 절반 이상을 간접고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위험한 일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맡기듯이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위험을 간접 고용 노동자에게 맡기기 위해 이런 비율로 외주를 주는 것인가?

그렇다. 2007년 안전보건공단이 조사한 자료가 있다. 이 조사를 통해 51개 기업에 물었더니 40.1%가 “유해위험 작업 때문에 하청을 준다”고 대답했다. 위험한 일을 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간접 고용울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이런 간접 고용 노동자들, 사고가 나면 원청 업체인 대기업에 산업재해 보상을 요구하지도 못한다. 자본이 열악한 외주업체에 보상을 요구하다가 그것마저 못 받고 있는 현실이 태반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최근에 사망한 사건 뭐가 있나?

지난해 3월 전남 여수에서는 폭발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가 발생한 대림산업은 간접 고용률이 56.3%다.

최근 산업재해로 무려 8명의 사망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10명 중 6명이 간접 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외주 업체 노동자들이 요구하던 안전펜스 등 기본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3월25일에는 작업장의 발판이 무너져 1명이 숨졌고, 나머지 노동자들도 추락이나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위험한 일을 시키면 위험한 만큼 안전 관리를 더 철저히 해줘야 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사업장 현실은 상식과는 정반대다.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일수록 안전에 대한 제대로된 보장도 못받을 뿐더러 편한 일을 하는 정규 관리직보다 보수도 덜 받는다.

 

해결할 방법은 없나?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 직접 고용주가 아니라도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에게도 책임을 물으면 된다.

기업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책임을 지기 싫어서 자꾸만 저임금의 간접 고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돈은 조금 덜 받더라도, 책임은 똑 같이 물을 수 있게 하면 그나마 이런 일 줄어들 것이다.

 

구체적인 제도가 있다면 뭐가 있나?

정규직 채용 확대 기업에게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다. 인센티브로 돌려받는 돈이 직접고용 비용보다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계에서는 우리나라도 ‘기업살인법’을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기업살인법이 뭔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기업과 사업주에게 살인과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을 말한다.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산업안전보건 관련법과는 별도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있다. 사업장의 중대과실로 노동자의 목숨이나 지역주민 등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안기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기업살인법은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물게 한다.

영국에서는 기업살인법 위반 기업에게 연간 매출액의 2.5~10% 범위에서 벌금을 물게 한다. 하지만 기업이 심각하게 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선이 없다. 노동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회사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살인법을 운영하는 영국은 산업재해 사망률이 10만 명당 0.6명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9명이다.

 

오늘 뉴스퍼즐 정리해보자.

1. 안전한 업무는 정규직이 맡고, 위험한 업무는 비정규직이 맡는 ‘위험의 외주화’가 고착되고 있다.

2. 기업의 40%가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때문에 외주를 준다는 통계도 있다.

3. 이런 사회 현상 때문에 현대중공업에서 간접 고용 노동자 8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

결론. 비용구조 때문에 간접고용을 줄일 수 없다면 사업장 내 안전조치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기업 살인법’ 도입이 시급하다.

 

사람의 안전 앞에 정규직 비정규직이 어디 있겠나.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의 목숨인데 이런 상식 지켜지기를 바란다. 김성민 PD 수고했다.

 

# 진행: 경인방송 원기범 앵커, 출연: 김성민 PD

“1시간 빠른 시사 프로그램” 경인방송 iFM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 (월~금 오전 6~8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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