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고용형태공시제, 인천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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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고용형태공시제, 인천에서는?
  •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교육국장
  • 승인 2014.07.0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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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 고용형태공시제 첫 시행, 노동자 5명에 1명 꼴로 간접고용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고용형태공시제의 첫 결과가 지난 7월 1일 발표되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한 제도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고용형태공시제의 등록기준은 크게 ‘상시근로자’와 ‘소속 외 근로자’로 나뉘며, ‘상시근로자’는 다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시간제 등이 포함된 기타로 나뉜다. ‘상시근로자’는 정규직, 비정규직이 망된 직접고용 노동자이고, ‘소속 외 근로자’는 간접고용 노동자‘ 라고 보면 된다.
 
전국적으로 총2,942개의 기업이 고용형태공시제에 참여했고, 이들 기업이 총436만4천 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기간제 노동자는 약67만5천 여명으로 15.48%의 비중을 차지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 약87만7천5백 여명으로 비중은 20.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는 약62.7%에 그치는 결과이다.
 
언론에서는 대부분 기업규모가 클수록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는 점, 그리고 전국적으로 다섯 명에 한명에 이를 만큼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과 나아가 조선, 철강, 건설 기업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50%를 훌쩍 넘어설 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 인천, 건설사 · 인하대 재단, 코레일공항철도(주) 등 눈에 띄게 높은 비정규직 비중
 
인천은 고용형태공시제의 참여대상이 되는 총111개 기업 가운데 110개 기업이 공시에 참여했다. 110개 기업에 총10만9천 여명의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고, 기간제 노동자 비중은 14.44%,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은 17.1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산업별로 비정규직 비중을 살펴보면, 건설업이 기간제 7.54%, 간접고용 64.82%로 가장 심각했고, 제조업의 경우 기간제 2,7%, 간접고용 16.3%로 나타났다. 운수, 보건복지업에서도 기간제와 간접고용은 10~15% 사이로 각각 나타났다. 예상과 매우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은 시설관리업인데, 기간제 노동자는 18.46%로 타업종에 비해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간접고용 비중이 1%로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전국적인 특징을 인천에 적용해 본다면, 인천의 대표적인 대규모 사업장인 한국지엠,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경우 간접고용 비중은 각각 19.2%, 14.2%로 전국 평균과 유사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물론 비중은 낮더라고 그 절대적인 숫자 면에서는 작은 규모가 아니다). 현대제철의 경우 본사가 서울에 있어 인천 기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고 인천 뿐 아니라 포항, 당진 공장을 묶어서 공시했는데, 인천공장만으로는 대략 50% 정도가 간접고용으로 추산된다.
 
건설사의 경우 공시대상에 포함된 ㈜포스코엔지니어링, 대우조선해양건설(주), 주식회사한양 의 간접고용 비중이 각각 48.12%, 78.58%, 68.27%를 차지하며 비정규직의 심각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외에도 눈에 띄게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사업장이 몇몇 있는데, 정석인하학원(인하대 재단 소속 학교들)의 경우 기간제 비중이 42.93%나 되었다. 최근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따라 코레일의 부채감축의 일환으로 지분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코레일공항철도(주)의 경우 기간제 비중은 37.77%, 간접고용 비중은 61.52%에 이른다.
 
* 빛 좋은 개살구 고용형태공시제
 
지난 7월 1일 고용형태공시 결과가 발표된 후 가장 먼저 우려되었던 것은 전국과 인천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을 단순비교하여 인천시 및 관계기관들이 인천의 비정규직 실태가 타 지역에 비해 양호하다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인천시 및 노동관계기관들이 인천의 실업률 1위 통계에는 침묵하며 고용률 1위를 홍보하기에만 혈안이 되었던 상황을 줄곧 보아왔기에 하는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고용형태공시제도는 전국, 혹은 각 지역의 고용실태를 가늠하기에는 애초에 한계가 많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자료인 만큼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확한지를 차치하더라고 그렇다.
 
우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은 공시대상을 애초에 300인 이상기업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인천의 상황만 봐도 이로 인한 문제는 잘 알 수 있다. 이번 공시대상 기업에 속한 인천 110개 기업의 고용인 수는 10만 명이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인천의 임금노동자 수가 약110만여 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10%에 불과하며, 특히 인천은 영세사업장이 타지역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300인 이상 기업도 ‘상시근로자’ 수, 즉 직접고용 노동자를 기준으로 했다. 예를 들어 간접고용을 포함한 고용인 수가 300명을 넘더라도 직접고용이 300명 미만인 사업장은 의무적인 공시대상이 아니다.
 
부평공단, 남동공단 등에는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체가 꽤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관리직을 중심으로 최소 인원만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나머지 인원은 파견업체로부터 제공받기 때문에 이들 업체 대부분은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설관리업의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1%도 채 안되게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소, 주차관리, 시설관리, 보안 등의 시설관리 업무는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영세하거나, 직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극히 소수이기 때문에 공시대상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제외된다. 건설업체 또한 이들 업종과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 고용형태공시제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가지려면
 
물론 이와 같은 공시내용에서의 한계 뿐 아니라, 공시결과에 따른 정부의 제재조치도 전혀 없다. 재계에서 고용형태공시제를 두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우리 소관 아닌데, 왜 정부가 이런 것 까지 관여하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래봐야 보여주기식 반응에 불과하다. 사실 대기업들의 비정규직 문제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또한 이렇게 정부 자료로 공식화된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일말의 부담을 느낄 재벌들도 아니지 않은가.
 
고용형태공시제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가지려면, 공시대상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체 고용인원 기준을 더욱 낮추고,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들의 공시내용이 객관적이고 정확한지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도 필요하다. 물론 그에 따른 제재조치 마련도 필수적이다.
 
지자체라고 해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도 인천현황을 언급한 것처럼 공시된 기업 가운데 특별히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별도의 조사감독을 할 수도 있다. 또한 고용형태를 공시할 법적 의무가 없는 사업장도 이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을 구사할 수도 있다. 산업단지(공단), 건설현장 등 비정규직 사용이 넘쳐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업종, 사업체에 대한 별도의 정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인천광역시 비정규직근로자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항을 포함하려 했으나 실행되지 못했다.
 
이제 유정복 시장의 4년 임기가 시작되었다. 취임식을 전후하여 발표된 100대 시정과제에 눈씻고 찾아보아도 (비정규직)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없다. 지역주민의 고용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지자체를 만나기 위해서는 더욱 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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