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각국거리, 가짜역사로 '관광식민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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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각국거리, 가짜역사로 '관광식민지' 자초"
  • 이희환 대표
  • 승인 2014.07.17 18: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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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일보 협약] ‘역사의 혼’을 싸구려 관광상품으로 타락시키지 말아야
인천 중구청(구청장 김홍섭)은 지난 16일 김홍섭 중구청장을 비롯한 시·구의원, 지역내 기관 단체장 및 신포지역 상인·주민 등 약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

중구가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신포시장 바로 아래 길로, 우현로 39번길이다. 그 바로 아래 위치한 우현로 35번길은 러시아 특화거리로 조성될 예정이다.

중구는 착공식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현로 39번길이 위치한 신포동의 순우리말이 "터진개"라는 뜻으로 화장품, 양장 등 개화물건이 가장 먼저 유입된 신문물의 전시장이자 각국 외국인이 내항을 통해 출입한 곳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큰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구는 인천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 및 크루즈 관광객이 증가하는 시점에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관광객 유치 확대 및 원도심 기능회복,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사업 착수 이유를 밝혔다.

중구청의 추진하고 있는 '개항 각국거리'를 비롯한 주변지역 관광 개발 계획도

중구는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지난해 12월 추진계획이 수립한 이후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실시설계 용역 단계를 거쳐 착공한 것으로, 전체 사업비 11억5000만원을 들여 중구 우현로 39번길의 보차도(보도 및 차도 겸용) 정비 및 상징아치를 설치해 오는 9월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홍섭 중구청장은 착공식 기념사에서 '신포권역에 아시아누들타운 조성사업, 러시아특화거리 조성사업, 답동성당 일원 성역화 사업, 유럽풍 건축물 경관개선사업 및 신포국제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추진하여 신포동을 국제적인 쇼핑타운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히며 '신포권역 상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당부했다.

그러나 지역 문화계에서는 역사적 실상에 맞지 않는 거리에 '개항 각국거리'로 명명하고 겉만 치장하는 중구청의 졸속적이면서도 일방적인 관광행정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인천의 역사, 문화계가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실제로 개항기 때 '각국공동조계'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역사적 실상까지 왜곡하면서 유서 깊은 도시가로를 겉만 치장해 상업적 개발을 노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현로 39번길은 개항 당시에 각국공동조계 바깥에 위치한 조선인마을이 위치했던 곳이다. 이곳의 바로 위쪽에는 제물포 개항장의 조선 행정기관이었던 감리서가 위치했다.

1898년 출간된 <신찬인천사정>에 수록된 인천조계지도를 보면, 개항 15년이 지나서도 이곳에는 '우현로 39번길'에 해당하는 도로가 뚫리지도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898년 출간된 <신찬인천사정>에 수록된 인천거류지도(오른쪽 푸른색 원 부분이 아직 도로 개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우현로39번길' 지역, 바로 위 삼각형 지역이 인천감리서가 위치한 곳이다.

위 지도에서 하늘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각국공동조계 구역이고, 분홍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일본전관조계 구역이다. 노란색은 청국전관조계, 갈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바로 조선인지계 구역이다.

푸른색 원 안에 있어야 할 우현로39번길은 아직 뚫리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이 일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도 남아 있다.

인천감리서와 함께 조선인 마을이 초가를 이루고 있는 아래의 사진이 바로 지금의 신포시장과 '우현로 39번길' 일대다.

당시 인천감리서에는 청년 김창수(훗날의 백범 김구)가 황해도에서 일본 밀정을 살해하고 개항장 재판소로 이감해와 감리서 감옥에 갇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인천 감리서를 백범기념관으로 조성하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1900년대 초 인천감리아문과 조선인마을의 모습. 그 뒤로 지금의 자유공원인 응봉산 일대가 보인다.

그렇다면, 우현로 39번길은 언제 뚫렸을까?

지금의 우현로 39번길은 일제에 의해 러일전쟁 전후하여 조선인 마을의 일부를 철거하면서 일본인들이 도로를 건설한 것으로 확인된다.

1907년 인천부 지도에 비로소 우현로 39번길이 표시되고 있다.

당시 이 도로가 위치했던 곳은 신마찌(新町) 3정목으로 표시돼 있는데, 새로 조성된 마을이라는 뜻이다.

중구청의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착공식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지역 내외의 문화계에서는 "가짜 역사를 만들어가며 스스로 싸구려 관광 식민지를 만들고 있다"며 지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는 송월동 동화마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비단 송월동 동화마을과 개항 각국거리만이 아니라 송영길 전 시장이 추진했던 러시아특화거리도 러시아 영사관이 있던 곳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에 인위적으로 조성돼 논란이 될 전망이다.

중구청은 구청 앞에 별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일본식 건물로 외관을 꾸미는 것도 모자라 그 앞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고양이 조형물까지 세워놓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돈이 된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먹어도 좋다는 것인가?

한 도시건축 전문가는 "역사성과 진정성에 기반하지 않는 관광개발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조언하다.

중구의 관광개발이 당장 눈앞의 관광객을 유인하는 것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노리는 것은 지가상승일 터이다.

지가상승이 이루어지면 지금 세를 들어 입점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모두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인사동을 비롯한 여러 역사문화공간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제발 '역사의 혼'을 싸구려 관광상품으로 타락시키는 일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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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4-07-18 08:55:22
각 구에는 자문위원들이 있는것으로 아는데...도대체 누가 자문을 해줬길래 역사성도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는건지 이해를 할 수 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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