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실보다 무서운 ‘메디텔’, ‘2박 3일 의료여행’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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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실보다 무서운 ‘메디텔’, ‘2박 3일 의료여행’ 들어보셨나요?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7.22 22: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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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하는 김정범 의사를 만나다

 

박근혜 정부가 철도에 이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리 자회사 설립’으로 호텔업, 여행업 등을 인정하고 ‘약값이 비싸지는 기업 체인 약국’도 허용한다.

지금도 병원에 가면 꼭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검사와 비보험 치료, 병실료 때문에 국민들은 부담을 느낀다. 그런데 병원에서 자회사를 설립, 영리 목적의 주식회사를 운영한다면? 한국은 의료비 증가율이 세계 1위인 나라다. 의료 민영화는 병원과 재벌에게는 돈벌이 기회지만 국민들에게는 의료비 폭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남동구에 있는 ‘남촌가정의원’ 원장이자 ‘건강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상임대표인 김정범 의사를 만나 의료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환자들, 병원비 부담 늘고
치료 외 수익상품 권유받을 수 있어 


“우선 건강보험료 외의 부담금이 늘어나게 됩니다. MRI, CT처럼 비보험 검사에 대한 지출비용이 지금보다 많아지게 되죠. 병실의 경우 환자의 경제력에 따라 1인실이나 6인실을 선택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당신이 입원할 곳은 1인실밖에 없다. 6인실을 고집하고 싶으면 집에 갔다가 6인실이 비면 와라’고 말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혹은 ‘병실이 언제 빌지 모르니 건물 옆 메디텔에서 대기해라. 추가비용은 있다.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한다면요? 그런 케이스가 심해지고, 노골화될 수 있습니다.”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하면 호텔업, 수영장, 여행업, 임대업 등이 가능해진다. 언뜻 의료와 호텔, 여행이 무슨 상관이랴 싶은데 이를 테면 “병원 내에 병실이 없으니 병원 옆 (자회사가 설립한) ‘메디텔(의료호텔)’에서 대기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행해질 수 있다. 또, 부산 같은 지방에서 ‘2박 3일 진료여행’을 오는 일이 빈번해진다. ‘경복궁 구경 한 차례하고, 오후에 건강검진 받고, 최고급 메디호텔에서 숙박하고, 병원 지정 온천에서 온천욕 하고, 마사지도 받는 상품’을 무제한으로 판매 가능하다.

여행업 시행은 ‘의료관광’을 적극적으로 유치, 허용하는 것이다. 이미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아산 병원 같은 경우 (자회사 설립) 준비가 끝났다. 민영화가 기정사실화 될 경우 크고 작은 병원에서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들 것이다. “전남대, 경북대 병원 등 지방병원은 안 그래도 KTX 생긴 뒤 환자들을 많이 뺏기고 있어요. 이제 더 많이 뺏기겠죠.”
 

▲ 김정범 의사가 지난 7월 15일 신연수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김정범 의사 제공)

 

비영리 병원의 부대사업 허용이
영리 위주 자회사 설립으로 변질돼선 안 돼


병원 부대시설 같은 경우 현행은 주차장, 장례식장, 매점, 식당, 은행 단말기 등이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 수 있었다. 100개의 베드(bed)가 있는 병원의 경우 매점의 규모는 어때야 하고, 식당은 어느 정도 평수여야 한다는 것이 대략 정해졌던 거다. 즉, 병원 규모에 맞게, 그 범위 내에서 운영됐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가 시행될 경우 병실은 100개밖에 되지 않는데 매점이나 식당을 영리 목적으로 지어서 병원 수익보다 큰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부대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임대업이나 돈벌이 목적 영리 자회사의 규모를 부풀릴 수 있는 것이다.

“팔을 다쳤다고 해봅시다. 한 달 동안 꾸준히 병원에 다니면 나을 수 있다는 걸 (의사가) 알면서도 아로마 테라피도 받아야 한다고 하고, 물리치료를 필요 이상으로 권하면 환자가 안 할 수 있겠습니까? 더 금방 나을 수 있다, 효과가 크다고 설득하면요? 결국 소비자(환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민영화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고, 이명박 정권에서도 시도했지만 반대 여론에 연기, 혹은 무산됐다. 박근혜 정권이 지난달 10일 급작스럽게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40여 일 간의 입법예고 기간 뒤(7월22일 종료) 당장 8월부터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병원과 자회사를 아버지와 아들에 비유하면 아비는 선비처럼 꼿꼿이 앉아 마치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하고, 자회사인 아들이 뒤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병원과 자회사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병원 진료와 운영, 발전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수익금을 외부에 사용하면 안 되게 돼있다. 하지만 영리 자회사는 주주를 모집할 수 있고 이익금을 배당할 수 있어 병원으로 가는 비용을 줄여 좀 더 이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100베드를 소유한 중간급 병원이 평균 70베드밖에 차지 않아 적자가 난다고 하면 부대사업으로 다른 걸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건데, 이 외에 돈벌이 목적의 ‘자회사’를 인정하면 그쪽으로 비중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한 비율을 법으로 정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잘 지켜질지 의문이고, 일단 허용하게 되면 형식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척하다가 점점 자회사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법 개정 아닌 시행령 변경이라지만
원칙적으로 의료법에 위배되는 내용


의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논의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아닌 시행령만 바꿀 경우 행정부 주관으로 할 수 있다. 김정범 의사는 “원칙적으로 의료법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건데요, ‘시행규칙을 일부만 개정하는’ 것처럼 속이는 거죠. 우리는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에 의료기관은 어디까지나 환자 진료에 충실해야 하기에 이윤추구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비영리 원칙이 있습니다. 진료가 우선이라는 기본원칙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는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대다수 병원들이 건물임대와 숙박업 등 영리성 부대사업을 겸해 병원이 아니라 종합쇼핑몰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김정범 의사가 속한 ‘건강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협회, 노동건강연대 등 5개의 진보적 보건의료인단체가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회원들은 시위, 서명운동, 항의(전화, 팩스 등), 기자회견 등으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여겨지면 정책을 유보하거나 중단하겠죠. 아니라면 국민 의사에 반하는 반민주적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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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14-07-24 13:05:18
멋집니다!!! 저런분이있어 안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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