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岐路)'에 선 인천의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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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岐路)'에 선 인천의 지방자치
  • 이병기
  • 승인 2010.06.17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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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풀뿌리 지방자치다!] ①


취재: 이병기 기자

글 순서
1. 인천지역의 풀뿌리 지방자치
2. 인천의 풀뿌리 운동
3.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한 소통…당선자에게 듣는다
4. 인천의 풀뿌리 지방자치…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민선 5기를 맞는 지방자치. 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는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것은 1995년이다. 올해로 만 15년이 지났다. 민선 4기를 거치는 동안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많은 부작용도 생겨났다. '비리 복마전'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의 무관심과 냉소 속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선 5기를 맞아 지방자치가 건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인천의 풀뿌리 지방자치도 '변화의 기로(岐路)'에 서 있다.

인천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성향의 인천시장을 비롯해 8곳의 기초단체장, 과반수 이상의 광역의원 등을 선출했다. 사회 활동가들은 시민들이 기존 정당에 등을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통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란 기존 중앙 집권적인 정치에서 벗어나 지역의 평범한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동네의 실생활을 변화시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다. 민주주의의 기초로서 지방자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권위주위적이고 획일적인 관료제 특성상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운영이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기란 지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인천의 경우 시민 주체의 민주정치를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에서 전국 최초로 기초단체장 2명을 배출시켰으며, 시민운동으로 시작해 구의원과 시의원, 국회의원에 이어 기초단체장까지 오른 홍미영 부평구청장의 당선으로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 주민참여는 '액세서리식' 제한적 참여

박인규 2010인천지방선거연대 정책위원장일각에서는 '당선자를 잘 뽑았다고 해서 풀뿌리 지방자치가 잘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정책이 공염불로 끝날 수 있어 향후 당선자들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인규 '2010 인천지방선거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며, 시민들의 생활적 요구가 반영돼 있다"며 "선거 결과가 풀뿌리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는 될 수 있지만, 당선자를 잘 선출한 것이 풀뿌리 지방자치의 실현으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금석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풀뿌리 지방자치는 주민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밀접한 의제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예전에는 구의원까지도 중앙정치의 부속물로 활동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중앙 지향적인 정당 구조상 정치인들이 풀뿌리 지방자치에 열정을 쏟기는 어려운 현실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장금석 사무처장은 "그동안 관이나 정치권에서의 주민참여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한적 영역의 '액세서리식', '꾸미기식' 참여였다"며 "올바른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주체로 나서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 결정과 집행 시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운영되는 주민자치조직에 대한 반성도 이어진다. 주민자치위원회 등 주민단체의 경우 권한이 한정돼 있어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추후 의결 기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부분들도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한 훈련일 수 있지만, 생활정치를 실현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는 게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민이 생활정치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박인규 정책위원장도 "한나라당이 집권했던 지방정부와는 달리 선거 이후에는 제도적 차원에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본다"며 "주민이 생활정치의 주인으로 일어서고 자연스럽게 지역의 일꾼을 뽑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당선자의 경우 출마 전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적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문제에 대해 단순히 의원들이 해결하는 것이 아닌 주민 스스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인정받는 지도자가 선거에 출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박 정책위원장은 주장한다.

장금석 사무처장은 "풀뿌리 운동의 요건은 기득권을 지키고 현실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운동성'을 지녀야 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상실될 경우 정치권력과 관행에 기대해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는 것'과 '결정 과정에서의 논의구조 참여', '실체적인 주민 조직'이 필요하다"며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동성을 가진 생활정치의 대표주자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시민운동 측면에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뿌리'는 잔뿌리가 많을수록 좋잖아요. 생활정치도 주민들 속으로 뿌리박는 것이 중요하죠. 풀뿌리 생활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민운동도 마을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해야 하지만, 단체 상근자들이 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주민 속에서도 시민운동의 전문가들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 장금석 사무처장

지역의 상인이나 주부들의 경우 낮에는 여유가 있지만, 시민단체 상근자들은 일과를 마친 이후에나 주민들과 만날 여유가 생긴다. 반대로 지역에 관심을 가진 직장인들은 저녁 이후에 짬이 나기 때문에 생활정치 참여를 원하는 주민들의 계발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인규 정책위원장은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한 차원에도 주민 참여를 이끌기 위한 구체적 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다"라며 "시민들에게 왜곡된 정치사가 아닌 민주적 의식을 심어줄 시민교육센터 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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