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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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 김기용 선생님(인천교육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4.09.09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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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 (67)
6.4지방 선거 이후 조금씩 들썩이던 교육계가 본격적으로 시끄럽다. 9월 1일자로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하고 2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근래 교육 관련한 말들이 분분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경기도의 9시 등교 논란, 서울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 인천의 일제형 시험 폐지에 따른 교육과정의 혼선이 뜨겁게 구설수에 올랐다.

경기도에서는 개학 바로 직전까지 9시 등교로 인한 찬반 갈등이 첨예했다. 당시 좋은교사운동본부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9시 등교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8.18~25/초중고 학생 2,200여 명, 학부모 1,000명, 교사 1,100여 명)를 실시했는데, 초중고 학생의 74%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외인 것은 경기 지역 학생들의 찬성률이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천, 충청, 영호남이 모두 80%를 넘긴 반면 경기는 62%에 그쳤다. 학부모들 역시 마찬가지! 전체의 56%가 9시 등교를 찬성했으나 서울, 인천, 영호남의 찬성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반면, 경기지역은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았다.

아무리 좋다는 음식도 처음 보는 거라면 내가 먼저 먹기는 꺼려지는 게 인지상정인가? 어쨌든 이 9시 등교 정책의 전국 확대는 9월 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은 여름 내내 서울을 뜨겁게 달궜다. 새 교육감의 대표적 공약이기도 했지만 자사고는 원체 폐해가 많았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일반고 교육환경을 악화시키고 공교육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60.7%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관한 협의신청을 반려하고, 아예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해버렸다.

인천에서는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식을 하던 날, 2학기부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폐지한다는 공문이 날아들었다. 당황한 학교는 방학식이 끝나고 부랴부랴 교육과정위원회 등을 통해 의논을 해봤겠지만 갑작스런 지침에 해결방안이 쉬이 나올 리 없었을 것이다. 대다수 학교는 예정대로 방학에 돌입하였고 9월에 개학해서는 학교별로, 학년별로 평가계획을 재수립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났다. 문제 많은 일제고사를 폐지한다는 좋은 일에 왜 이런 돌연한 사달이 일어나는가?

이런 사태의 기저에는 혁신학교가 있다. 혁신학교는 그냥 뎅그러니 학교가 아니라 하나의 교육 운동이고 철학이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오랜 시간 분절됐던 도막을 연결하여 소통하는 데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급히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리라. 생각처럼 빨리 가면 더없이 좋겠지만 빨리 가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중하여 매몰되면 자칫 엉뚱한 길로 빠질 수도 있다.

진보는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사랑도 마주보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보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학부모와 일반 국민들도 ‘내 자식 잘 키우자’가 아니라 ‘우리 자식 모두 잘 키우자’라는 관점으로 현 상황을 봐야 한다는 서울시 교육감의 말에 한번 쯤 귀 기울일 만 하다.

어떤 조직이든 머리그룹과 꼬리그룹의 비율이 50대 50은 못돼도 적어도 40대 60은 돼야 한다. 30대 70이나 20대 80… 이런 식이라면 선두와 후미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뿐이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도닥거리고 납득시키며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전체가 산다.

선두에서 뒤를 돌아보면 더러 속도 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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