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즐거움, 또는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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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즐거움, 또는 괴로움
  • 이문일
  • 승인 2010.06.24 21: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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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일 칼럼] 기자로서 바라보는 세상
나는 '인천 본토박이'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으니, '토박이'라 부를 만하다.

왜 이렇게 말을 하냐면, 본디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북(평안북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대로 그 땅에서 사는 이를 일컬어 '토박이'라 하니, 2세대인 나는 그 축에는 끼지 못한다.

하나 인천이 개항(1883년)한 후 전국 8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리를 잡은 걸 생각하면, 그렇게 부르지 못할 까닭도 없겠다. 개항 전 인천(제물포)은 그저 한적한 '포구'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렇듯 인천에 경향(京鄕) 각지 사람들이 와서 산 게 1세기를 조금 넘었으니, 사실 '토박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그래도 나는 어찌됐든 사람들을 만나 얘기할 때, 스스럼 없이 '인천 토박이'임을 밝히곤 한다. 그렇다고 뭐 자랑스러울 것까지는 없고…. 

한창 때 어디 여행을 몇 주 하고 나서 전철을 타고 부평 쯤 오면, 왠지 코끝이 찡함을 느끼기도 했다. 고향(故鄕)이란 바로 그럴 터이다.

세계로 열려 있는 인천대교.


좀 장황하긴 했지만, 내가 '토박이'를 들고 나오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기자생활(5공화국 시절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일터를 경인일보에서 잡았다. 그래서 나는 '5공(共) 비리(非理)' 기자라고 우스갯 소리로 후배들에게 말하곤 한다.)을 하면서, '인천 토박이'를 별로 만나지 못했다. 기자도 그렇고, 취재 대상들도 그랬다. 내 집사람도 강원도 출신이다.

다른 곳에선 어떤지 알 수 없으나, 어디 출신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토박이랍시고 행세를 하려는 이들을 하찮게 여기기도 했다.
 
나는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말하곤 했다. "고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여기에 살고 있으면 그게 고향이다. 마음의 고향은 있되, 지금 너희들이 살고 있는 곳이 좋아져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냐?"

이런 마음이 굳이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데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인천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라면 특성일 게다. 그만큼 인천에는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살아간다. 충청도인지, 호남인지가 별로 소용(所用)없는 곳이다.

미국이 바로 그런 곳이지 않는가? 세계 각국에서 하얀색·검은색·노란색 사람들이 모여 이룩한 나라. 그런데도 세계 최강국으로 일어선 나라.  '멜팅 팟(Melting pot-단지에 녹아 섞여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불리는 나라. 그래서 이름도 USA(United States of America-미합중국)인 나라. 다양성 속의 하나, 하나 속의 다양성.

얼마 있으면, '민선 5기 지방자치' 시대가 개막한다. 앞으로 4년간 지방행정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뽑힌 '풀뿌리 일꾼'들이 할 일을 벌써부터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행정을 펴기를 바란다.

'송영길 시장'도 전라남도 출신이고, 다른 많은 선량(選良)도 인천을 '고향'으로 두지 않았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했듯, 그런 것은 하찮다. 오로지 '인천 발전'을 위해 힘을 쏟을 일이다. 

기자들은 분발하자. 왜 일희일비(一喜一悲)를 하는가?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그 중 기자들의 '호오(好惡)'도 분분했다. '즐거움'과 '괴로움' 언저리에서 "왜 그럴까?"를 자문(自問)한다.

사람 마음이야 천천구만천(千千九萬千)이래도, '기자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해야 할 말은 따로 있다. 기자는 오직 진실만을 쓰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권력에 맞서 진실을 전해야 하지 않는가?

'송영길 시장' 시대도 마찬가지다. 잘잘못을 따져 '사회의 목탁'으로 남는 이는 결국 기자일 수밖에 없다. 

늘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자, 그런 기자가 아름답다. 그래야 '낙양의 지가(紙價)'도 올리고, 세상 사람들은 즐거워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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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 2010-10-15 12:26:57
3대가 인천에서 살다 4대째 캐나다로 이민 왔습니다

나인천 2010-06-18 08:15:01
맞습니다 맞고요
이문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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