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 부위원장이 느낀 인천아시안게임의 아쉬움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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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부위원장이 느낀 인천아시안게임의 아쉬움과 희망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9.22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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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유치 장본인이 들려준 솔직담백한 중간평가


지난 19일 마침내 인천아시안게임이 개막했다. 개막식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개막식 이후 국내의 언론매체들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해 그리 큰 주목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인천시민들 중 일부는 자조적으로 이렇게 조용한 아시안게임은 처음 본다며, 심지어 전국체전만도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인천시가 많은 부담을 져야 하는 인천아시안게임은 과연 인천시민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신용석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어렵게 만나,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걱정거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인천이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천 체육계 지도자이면서 국제 스포츠계의 실력자 중 한 사람이다.  

먼저, 논란 많은 AG개막식에 대한 평가부터 들려달라고 했다. 

-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대한 평가가 썩 좋지 않다. 어떻게 보셨는지.

“보는 사람의 시각이나 수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면서 “인천의 역사, 근대화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최초로 시작된 우편, 철도라든가 인천이 한반도의 관문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좋지 않았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스포츠대전임에도 역동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전통을 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큰 무대를 제한된 예산으로 꾸미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관객의 관심을 끈 것 자체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제1회 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됐다. 1913년 열린 극동선수권대회가 아시아경기대회의 전신이다. 극동선수권대회는 일본, 필리핀, 중화민국(지금의 중국) 주도로 동아시아 지역 친선 협력강화가 목적이었다. 1938년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극동선수권대회는 중일전쟁 발발로 10회를 끝으로 협회가 해체되면서 폐지됐다.

인도는 2010년 연연방대회 후 2014년 아시안게임 인도 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대한민국 인천이었다. 인천시민으로서만이 아니라 국제체육계, 아시아체육인들 사이에서 인도의 꿈을 꺾고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것은 부담일 수 있었다.

-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듯하다.

아시아경기대회 유치 장본인으로서 긍정적 측면을 많이 얘기해야 하지만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대회 준비 시점부터 인천시민과 함께 하는 전제가 없었다는 거다. 단추가 잘못 끼어졌다고 할까. 현재의 조직위는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유도했다는 이점은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파견 관료들과 인천시 공직자들 중심으로 조직위가 구성되고 운영됐다. 조직위의 수뇌부가 중앙에서 파견되면서 준비 과정에서 인천시, 시민, 시민단체가 소외됐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긴밀하게 협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형 행사를 계기로 중앙의 협조를 유도해 교통 인프라, 체육관계 시설, 도시 환경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는데 중앙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예산뿐 아니라 행정지원도 별로 받지 못했다. 그 점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 인천에서 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된 것에 대한 의미를 말해 달라.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첫째, 국제도시로서 인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이게 아니라면 인천의 지명도를 어떻게 제고할 수 있겠나. 이제 아시아인 치고 인천을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됐다. 신문, 인터넷, 텔레비전 등으로 보게 되지 않겠나.

둘, 지난 일요일에 중앙아시아 선수단, 임원단과 저녁을 먹었다. 선수촌 내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시민들이 친절하다며 호감을 표하더라. 신포동에 있는 불고기집에 갔는데 일본, 중국 선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었더니 “바베큐집 맛있는 데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여길 추천했다”고 하더라. 고급음식점이 아닌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시민들을 만나는 것, 그게 친선이다. 송도국제도시 같은 곳은 두바이나 뉴욕에도 있지만 옛 정취가 남아있는 곳은 많지 않다. 신포동 일대를 선수와 임원단 보도진, 관광객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셋, 인천에 부족했던 체육시설 확보에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시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같은 메가 이벤트가 아닌 종목별 국제 경기가 많다. 세계 수영 대회, 탁구 대회, 사격 대회 같은. 인천의 재정적 부담이 없는 대회를 유치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여건을 잘 만들어서 활용하면 식당, 호텔, 택시 등의 부가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다.

국제대회를 중장기적으로 계획해 유치해야 한다. 경험과 전문가적 식견,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필요하다. 임명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아마추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각 분야에서 경험을 갖춘 인물을 국내외에서(꼭 한국인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영입하고 확보해서 체계적이고, 차원 높게 준비해야 한다.

- 서구 주경기장 건축에 대해 쓴 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문학경기장을 50%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금 들여 주경기장을 지은 것은 예산 낭비고 인천시민의 처지에서는 세금 낭비다. 주경기장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미 알다시피 강행하는 바람에 중앙정부와 대립이 심하지 않았나. 서구 경기장 때문에 인천시민이 아시안게임을 냉담하게 보는 측면도 많다.

문학경기장은 친환경적으로 꾸밀 수 있었다. 지열, 풍력, 태양열을 설치해 전 세계 최초의 환경친화적 경기장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의자에는 스크린을 달아서 다른 곳에서 하는 경기를 보거나 선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랬다면 IT강국과도 어울리고, GCF를 유치한 인천다운 경기장이 됐을 것이다.

짧은 인터뷰 후 신 위원장은 시상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그는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 시장이 아시아경기대회는 물론 인천시민에게 득이 되는 여러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난 뒤 여러 측면에서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5일째를 맞았다. 대한민국은 중국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성대하게 개막했으니 안전하고 평화롭게 마무리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폐막식은 끝이 아니다. 이어지는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 아시아 스포츠인과 시민들이 화합하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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