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소통하는 구청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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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소통하는 구청으로 거듭난다"
  • 이병기
  • 승인 2010.06.2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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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풀뿌리 지방자치다!] ③


홍미영(좌) 부평구청장 당선자와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

취재: 이병기 기자

글 순서
1. 인천지역의 풀뿌리 지방자치
2. 인천의 풀뿌리 운동
3.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한 소통…당선자에게 듣는다
4. 인천의 풀뿌리 지방자치…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우리는 앞선 두 차례 보도에서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주민과의 '소통'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 안에서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아젠다를 만들어 가는 것이 풀뿌리 생활정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홍미영(55) 부평구청장 당선자와 배진교(42) 남동구청장 당선자는 다른 이들에 비해 한 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빈민운동으로 주민과 함께하며 기초/광역의원, 국회의원을 거쳐 구청장에 선출된 홍미영 당선자와 인천대공원유료화반대 대책위원장, 시민단체 대표를 맡으며 지역과 함께 생활한 배진교 당선자. 이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풀뿌리 지방자치의 실현을 이룰 수 있을지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앞으로 4년을 풀뿌리 지방자치의 초석을 삼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미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잘 실현돼야


홍미영 부평구청장 당선자

홍미영 부평구청 당선자는 1980년대 중반 인천 만석동 부두가 판자촌에서 '큰물 공부방'으로 빈민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판자촌이 철거되고, 1986년 십정동 달동네로 자리를 옮겨 '해님 공부방'과 놀이방을 열었다. 부평과 인연의 고리를 만든 것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동네잔치도 벌이고 신문도 만드는 등 빈민촌 달동네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던 홍미영 당선자.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1년 첫 기초의회 선거에서 주민들의 권유로 구의원에 출마했고, 40명의 의원 중 유일한 여성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두 차례 시의원을 거쳐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부평구청장으로 선출됐다. 이른바 '정치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풀뿌리 지방자치의 실현이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잘 실현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자치 역사는 20년이 지났어도 풀뿌리 주민참여는 미흡했다는 게 홍 당선자의 생각이다. 그는 관과 의회가 행정을 독점으로 운영하다 보니 시민이 배제되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홍 당선자는 "행정은 큰 예산으로 거창한 사업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에 산재한 현안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잘 조율해야 한다"며 "기관별로 네트워킹이 잘 되고 복지나 문화 등이 그물처럼 촘촘하게 주민생활로 지원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당신이 낸 세금으로 예산편성에 참여하자'는 취지로 시민들의 행정 참여욕구를 높여야 한다"며 "처음부터 주민들의 수준이 높을 수는 없기에 원하는 주민에 한해 교육을 실시하고 위원회를 구성,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단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홍 당선자는 취임 후 동 면담시 관 조직으로 묶여 있는 주민뿐만 아니라 지역의 시민단체 등 의견 제시를 원하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수렴의 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홍 당선자는 기초단체 행정업무에서 정당에 의한 정치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4대강이나 세종시 등 큰 틀에서의 쟁점이 아닌 이상 정당의 입장 표명이 생활정치에 드러나진 않는다"며 "나는 야권단일후보이기  때문에 인수위원회 역시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 시민사회 관계자 등이 함께 참여해 다양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의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일의 효율성이다. 홍미영 당선자는 "더디게 가더라도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들어 정책을 진행하겠다"며 "서로 고소하거나 싸운다고 해서 수그러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서로 상처받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풀 수 있도록 신뢰를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홍미영 당선자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도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의 수준이 높진 않다"며 "모두가 과정을 많이 겪어보고 민과 관, 의회의 세 축이 잘 돌아간다면 풀뿌리 지방자치가 조금 더 가까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교, 현장의 목소리 직접 듣는다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남동지부장, 벽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남동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인천대공원유료화반대 대책위 위원장, 남동구 학교급식 지원조례제정운동본부장….

지역에서 10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풀뿌리 운동을 벌였던 배진교 당선자는 조택상 동구청장 당선자와 함께 수도권 최초 민주노동당 기초단체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총선 3차례, 구청장 선거 1차례에 나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야3당 단일후보로 출마해 인천지역 야권 단체장 후보 중 최고의 득표율(54.98%)을 올렸다.

배진교 당선자 역시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소통'을 강조했다.

"요즘 정보화 시대라고 말합니다. 특징은 과거 권위주의 통치 방식에서 수평적 권력 공유시대로 변했다는 점이죠. 정치학자나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들은 현재 사회의 통치가 일방적이 아닌 합리적 통치라고 말해요. 이런 부분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있어 왔고 일부 성공한 면도 있지만, 전면화하고 있진 않습니다."

기존 풀뿌리 민주주의 주민 참여가 주민자치위원회나 관변단체만의 의견수렴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뛰어넘을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는 낮에 시간 여유가 있는 주부나 자영업자들이 지역의 여론을 형성해 밤 늦게 귀가하는 일반 서민이나 직장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주민자치위원회나 관변단체, 사조직 등의 조직을 누가 잘 장악하느냐에 따라 선거 승패가 달라졌지만, 이제 사회가 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10% 정도로 볼 수 있다"며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90%는 직장생활로 바쁜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이 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를 꼽는다면 '주민참여예산제'를 들 수 있다. 배진교 당선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예산을 편성하라고 했고, 일부 시행했던 것도 있다"며 "그러나 실제적으로 주민참여도 낮을 뿐만 아니라 특정 의견 그룹의 의사 반영수준이었기에 앞으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역 활동가답게 시민사회에 대한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시민사회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하기 위한 시각의 다양화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구청장을 활용하는 거죠. 나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예산제 동참을 요청하겠지만, 시민사회도 적극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우려도 있어요. 같이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배 당선자는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정책적 대안이 나올 경우 올바로 세워졌는지, 국민들의 요구가 잘 반영된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와 효율성을 가질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배진교 당선자는 "구청장이 발로 뛰면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도 같이 발로 뛰고, 더 생산적이고 적극적으로 구민들의 입장과 요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조례 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보 기초단체장 당선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변했구나'라는 과정으로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의 기대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구 차원에서도 통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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