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권리는 참여한 만큼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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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권리는 참여한 만큼 생긴다"
  • 이병기
  • 승인 2010.07.0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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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풀뿌리 지방자치다!] ④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위성사진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캡쳐화면

취재: 이병기 기자

글 순서
1. 인천지역의 풀뿌리 지방자치
2. 인천의 풀뿌리 운동
3.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한 소통…당선자에게 듣는다
4. 인천의 풀뿌리 지방자치…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우리 마을은 남자 아이들은 마약을 하고 여자들은 사창가로 가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무척 가난해요. 마을 주민들이 이걸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해결할 길이 없으니 막막하기만 하죠. 그동안 우리 마을에서는 참여예산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어 그동안 한 번도 지역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죠. 그런데 다른 마을은 참여예산제에 참여하면서 도로나 학교 등 주민들에게 필요한 일들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우리 마을 주민들도 참여예산 과정에 참여하자고 해서 오늘 처음으로 참석해 보는 거예요."

지난 2007년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제작한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영상에서 아나이 고레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제10지구 크루제이로 지역주민의 말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영상 끝에서 "참여를 통해 주민들의 삶과 인식은 큰 변화를 겪었다"며 "이 참여의 기적은 엄마의 손을 붙잡고 함께 참여한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라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과 공무원에게 주어진 예산편성권을 일반 주민이 참여해 함께 결정하는 주민직접참여제도다. 브라질 남부 항구도시인 포르투알레그레에서 1989년 처음 시행됐다. 이후 브라질 100여개 도시 뿐만 아니라 남미와 북미, 유럽 등 전세계에서 도입했다. 한국도 2004년 광주광역시 북구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한 상태다.

포르투알레그레와 인천, 멀지만 비슷해


포르투알레그레의 경우 1980년 초반 외지인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이들이 무허가 거주지 형성하면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이 증대됐다. 포르투알레그레시 주민 중 1/3이 기본 도시기반시설이 제공되지 않는 곳에 거주했고, 시 대부분의 정책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을 주민들 사이에 동네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주민 조직들이 생겨나게 됐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1983년 포르투알레그레시 주민단체연합(UAMPA)이 결성됐다.

주민단체연합은 주민들의 요구사업을 정리해 시 정부에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 1988년 브라질 노동당 출신인 올리비우 두뜨라가 포르투알레그레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이 당선됐는데도 시 재정은 형편 없었다. 문제는 이전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임금을 대폭 인상시켰던 점이다. 시 전체 예산의 98%를 인건비와 운영비로 써버려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업을 들어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일부 빈곤지역에서는 수도나 전기, 버스, 상하수도 같은 기본 인프라가 전혀 깔려 있지 않아 주민들은 신임 시장에게 개선을 호소했지만, 당시 시 재정상태로는 시민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신임 시장은 시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개방해 시민들과 토론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참여예산제가 탄생했다.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 탄생 배경을 보면 최근 인천의 사정을 보는 듯 하다. 비록 도시 인프라 면에서 1980년대 후반의 브라질과 현재의 한국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인천이 각종 전시행정과 무분별한 개발로 떠안게 된 7조원의 빚은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기에 '걸림돌'이다.

참여한 만큼 권리가 생긴다

신규철 참여예산네트워크 간사참여예산제는 포르투알레그레를 16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별로 총회를 진행하게 된다. 주민들은 지역 총회에 참가하면 자신이 속한 마을 조직이나 단체를 적는데, 동일한 조직이나 단체 주민이 10명이 되면 마을을 대표하는 지역포럼대의원 1명을 지역포럼에 참가시킬 수 있다.

마을 조직이나 단체별로 다수의 주민들이 참여할수록 많은 수의 포럼 대의원을 선출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제안사업의 채택이 유리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서로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애쓰게 된다.

포럼 대의원들은 16개 지구별로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하고 회의에서 각 마을조직과 단체의 요구사항을 논의해 참여예산 공무원에게 요구사항을 전달, 이것이 반영됐는지, 얼마나 진행됐는지 추궁한다.

주민들은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16개의 예산분야 중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반영할지 결정하고, 4명의 참여예산 평의원을 선출한다. 참여예산 평의원은 시 전체의 제안사업 우선순위를 논의하고 요구안을 바탕으로 시 정부와 상의해 최종 예산안을 결정한다.

신규철 인천 참여예산네트워크 간사(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는 "우리도 '자신이 참여한 만큼 권리가 생긴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일부 자생단체나 관변단체에서만 행정기관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권리 행사'라는 동기부여를 통해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올바른 시민의식 위한 민주주의 교육 필요

한국의 경우 실질적 주민참여에 의한 참여예산제 시행이라기보다는 일부 집단에 의한 제한적 참여, 또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규철 간사는 "풀뿌리 지방자치는 '참여행정'이다"며 "시민들은 직접 참여하고, 행정은 낮은 자세로 시민들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 간사는 "제도적으로 보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나 군·구청 각종 위원회의 경우 1년에 한 두차례 모이고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며 "시정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올바른 인식을 갖기 위한 민주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규철 간사는 "인천시 평생교육진흥원이 아직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도 다양한 시민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각종 보수교육이나 민방위교육, 건강교육 등과 더불어 민주시민 의식을 제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아카데미 설치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시의원 등 사회 리더층에 대해서도 민주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주적 행정이나 주민 참여의 효과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가 만들어지면 시민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시청과 구청 등에서 참여행정이 열리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진보개혁세력이 선거연합을 통해 정책연합을 이뤘습니다. 아울러 중요한 점은 시민들이 소통의 정치, 주민참여 정치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만들고 발굴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기초 단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과감히 도입해야 합니다. 또는 죽어 있는 제도를 부활시켜 주민 참여와 소통의 정치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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