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기 박영근시인 추모제 및 박영근작품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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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기 박영근시인 추모제 및 박영근작품상 시상식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08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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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다룬 문동만 시인의 <소금 속에 눕히며> 첫 수상
 

노동시인이자 빼어난 서정시인이었던 고 박영근 시인의 제9주기 추모제와 제1회 박영근작품상 시상식이 오는 5월 10일 오후 4시, 부평 신트리공원 박영근 시비 앞에서 거행된다.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회장 김이구 소설가)가 마련한 제9주기 추모제는 고 박영근 시인이 2006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후 지인들에 의해 박영근 시인의 거주했던 부평 집 근처인 신트리공원에서 거행돼 왔다. 지난 2012년 9월 1일에는 신트리공원에 박영근 시인의 시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시비 앞에서 거행되는 제9주기 추모제를 맞아 기념사업회에서는 제1회 박영근작품상 시상식을 갖는다. 2014년 9월 27일일 부평 신트리공원에서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를 창립한 이후 기념사업회에서는 박영근작품상을 제정키로 하고 2015년부터 시행키로 결정한 바 있다. 

박영근작품상은 전년도에 문예지 등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박영근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빼어난 작품 1편을 선정해여 시상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에서 치열하게 창작하는 시인을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상금은 100만원으로, 매년 4월에 심사해 5월에 진행하는 박영근시인 추모제 때 시상한다.

이 상은 박영근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저작권료가 적은 액수나마 해마다 들어오고 있고 기사업회 창립 이후 회원들의 회비를 걷어 넉넉하지 못한 재정이지만 박영근 시인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올곧은 정신으로 치열하게 시 작업을 하고 있는 시인들을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돼 올해 첫 시상식을 갖는다. 

박영근작품상의 첫 수상작은 문동만 시인의 시 <소금 속에 눕히며>가 선정됐다. 이 시는 고은 외 68인의 시인이 작품을 모아 출간한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에 수록된 시이다. 

 

나종영 시인, 도종환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 정세훈 시인 등으로 구성된 박영근작품상 심사위원회는 박영근 시인이 세상과 불화하면서 보여준 시편들 중에서 수상작을 가리는 한편 박영근 시인이 추구한 시적 완성도를 함께 고려해 문동만 시인의 시 <소금 속에 눕히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첫 수상자인 문동만 시인은 1969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네』 등이 있다. 

박일환 시인(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 간 박영근 시인의 이름으로 다른 시인에게 상금을 주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학사에 남을 사건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심사위원들의 방담 속에 나왔다"고 전했다.

김동인문학상 등 문인 이름으로 주는 수많은 문학상이 있지만, 시 1편을 골라 작품상을 주는 경우는 없다는 면에서 박영근 작품상은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는 문단의 평가다. 


<제1회 박영근작품상 수상작>
 

소금 속에 눕히며

 

문동만

 

억울한 원혼은 소금 속에 묻는다 하였습니다
소금이 그들의 신이라 하였습니다

차가운 손들은 유능할 수 없었고
차가운 손들은 뜨거운 손들을 구할 수 없었고
아직도 물귀신처럼 배를 끌어내립니다
이윤이 신이 된 세상, 흑막은 겹겹입니다
차라리 기도를 버립니다
분노가 나의 신전입니다
침몰의 비명과 침묵이 나의 경전입니다

아이 둘은 서로에게 매듭이 되어 승천했습니다
정부가 삭은 새끼줄이나 꼬고 있을 때
새끼줄 업자들에게 목숨을 청부하고 있을 때
죽음은 숫자가 되어 증식했습니다
그대들은 눈물의 시조가 되었고
우리는 눈물의 자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곱 살 오빠가 여섯 살 누이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줄 때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을 먼저 보내고
아가미도 없이 숨을 마칠 때
아이들보다 겨우 여덟 살 많은 선생님이
물속 교실에 남아 마지막 출석부를 부를 때
죽어서야 부부가 된 애인들은 입맞춤도 없이

아, 차라리 우리가 물고기였더라면
이 바다를 다 마셔버리고 살아있는 당신들만 뱉어내는
거대한 물고기였더라면

침몰입니까? 아니 습격입니다 습격입니다!
우리들의 고요를, 생의 마지막까지 번지던 천진한 웃음을 이윤의 주구들이
분별심 없는 관료들과 전문성 없는 전문가들이
구조할 수 없는 구조대가
선장과 선원과 또 천상에 사는 어떤 선장과
선원들로부터의……습격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3층 칸과 4층 칸에
쓰린 바닷물이 살갗을 베는
지옥과 연옥 사이에 갇혀버렸습니다
우리도 갇혀 구조되지 않겠습니다
그대들 가신 곳 천국이 아니라면
우리도 고통의 궁극을 더 살다 가겠습니다

누구도 깨주지 않던 유리창 위에 씁니다
아수라의 객실 바닥에 쓰고 씁니다
골절된 손가락으로 짓이겨진 손톱으로
아가미 없는 목구멍으로
오늘의 분통과 심장의 폭동을
죽여서 죽었다고 씁니다
그대들 당도하지 못한 사월의 귀착지
거긴 꽃과 나비가 있는 곳
심해보다 짠 인간과 인간의 눈물이 없는 곳
거악의 썩은 그물들이 걸리지 않는 곳
말갛게 씻은 네 얼굴과 네 얼굴과
엄마아 아빠아 누나아 동생아 선생니임 부르면
부르면 다 있는 곳

소금 속에 눕히며
눕혀도 눕혀도 일어나는 그대들
내 새끼 아닌 내 새끼들
피눈물로 만든 내 새끼들
눕히며 품으며 입 맞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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