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대 규정 '비현실적'…'2차 사고' 위험
상태바
삼각대 규정 '비현실적'…'2차 사고' 위험
  • master
  • 승인 2010.07.0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200m에 설치…외국의 2배 거리

3일 발생한 인천대교 버스 추락 참사가 고장으로 고속도로에 방치된 마티즈 차량 운전자 때문으로 지목되면서 고장차량 후방에 세워야 하는 자동차용 정지표지판인 안전삼각대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안전삼각대 설치 거리 규정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길어 운전자의 '2차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더 큰 문제"라며 "정작 교통 선진국에서는 정차 차량 운전자의 책임보다 안전거리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완전히 찌그러진 사고 버스를 크레인이 들어올리는 모습. 

◇삼각대 없는 차량 많다

시민교통안전협회가 지난 4월 서해안고속도로 운전자 847명을 대상으로 '안전삼각대 인지도 및 휴대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63%가 삼각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설치 경험률은 29%에 불과했다.

협회 관계자는 "운전자들은 새차를 사면 차 회사에서 안전삼각대를 무료로 받는다"며 "하지만 안전삼각대 배부 사실을 기억조차 못하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고장·사고 등으로 운전이 어려울 경우 차량 100m 후방에, 야간에는 200m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승용차는 4만원, 승합차는 5만원의 범칙금을 물리며 안전삼각대를 갖고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2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안전삼각대를 어디에서 구입해야 하는지를 아예 모르고 있다.

경찰은 "경광봉이나 접이식 컬러콘(꼬깔)을 대형소매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운전자들은 이를 무시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운전면허시험 직전 응시자들이 받는 교육도 문제다. 현행 제도대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이들은 학과시험을 치르기 전 교통안전교육을 1시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청각 교육으로 이뤄지는 1시간 교육 분량 중 안전삼각대 설치법 등 비상 상황 대처 요령은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올 2월부터 바뀐 운전면허취득 과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 강의 2시간, 영상교육 1시간이었던 교통안전교육이 운전면허취득 간소화 시행 이후 영상교육 1시간으로 대체하면서 예전 강의식 교재에 포함돼 있던 비상 상황 대처 요령이 함께 빠졌다"고 해명했다.

특히 갓길 정차는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게 고속도로순찰대의 얘기다.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갓길에 차량을 비상 주·정차해 놓고 잠을 자는 일은 목숨을 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꼭 쉬어야겠다면 휴게소에서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현실적인 삼각대 설치 거리 규정

교통 전문가들은 삼각대 설치 거리 규정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통 선진국에서는 안전삼각대 설치 거리보다 안전 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안전삼각대를 소지해야하는 것은 우리와 같지만 설치 거리가 국내 기준보다 훨씬 짧다. 영국은 45m 이상인 곳에, 호주는 50m 이상인 곳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도록 해 주간 100m, 야간 200m의 국내보다 운전자의 안전을 중요시하고 있다. 안전삼각대를 설치하기 위해 도로 위를 걷다 차량과 부딪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대신 안전거리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안전거리 미확보에 대해 거리별로 75~400유로(1유로 1천500원가량)까지 벌금을 매긴다.

무인단속 카메라가 신호위반 및 과속뿐 아니라 안전거리 미확보도 잡아낸다. 도로교통공단 안전정책연구단 관계자는  "교통 선진국의 경우 차량 정기점검에도 힘쓰지만 갑작스런 고장에 당황해 할 운전자의 의무를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운행 중 비상 상황이 일어나면 운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조치 요령을 매뉴얼로 만들어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