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지하철 역사에 즐거움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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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지하철 역사에 즐거움이 춤춘다!
  • 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5.07.14 07: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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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5년... 춤추는 청소년들로 '들썩'

지난 토요일 아침 남동구 간석동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청소년기자단 사진교육을 하러 가는 길, 시청 지하철 역사 에스컬레이터로 지상으로 오르고 있었는데 위쪽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게 여러 가지 노래가 섞여 나오고 있었다.
‘아! 맞다. 여기 아이들이 춤추지!‘


 

15년!

 

인천시청 지하철 역사가 꽤 넓은 공간을 만들며 완성되었을 때 ‘쓸데없는 돈을 또 썼구만, 시민들 복지에나 쓸 것이지’ 솔직히 그랬다. 그럭저럭 그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게 개통하고 얼마 되지 않아 토요일, 일요일이면 어두컴컴한 너른 역사 로비에 춤추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인천 지하철 1호선 개통이 1999년 10월이었으니 만 15년이 되어간다. 이 아이들이 춤추기 시작한 것도 얼추 그 시간과 비슷한 역사를 만들었다. 그동안 어떤 아이들이 이곳을 지나갔을까? 여기에서 춤추던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너무 궁금해진다.


 

청소년 스스로 쓰임을 만들어낸 공간

 

수업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 역사로 내려오는 길, 아침보다 더 많은 청소년 그룹이 춤추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인천 메트로에서 마룻바닥을 깔아주고, 거울도 부쳐 댄스연습장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춤추는 그룹은 훨씬 많았고, 딱딱한 대리석 바닥이나 조명도 없는 무대에서 춤추는 아이들도 많았다.

 

단순한 율동 수준부터, 공연 준비를 한다는 학교 동아리, 동아리는 아니지만 춤추는 게 좋아서 모이게 되었다는 여고생, 고난도의 위험한? 춤을 추기도 하는 다양한 팀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벌건 얼굴에 땀을 흘리면서 춤추는 아이들을 보니 아이들의 열정이란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열심히 춤추고 있어서 쉽지 않아 일단 사진을 찍었다.

 

 

무엇이 필요하니?

너희들도 인천 시민이야!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추고, 즐겁게 추고, 쉬는 시간에는 게이트가 있는 곳 까지 가서 간단히 씻고, 물을 사오고, 핸드폰을 본다. 겨우 10여분 구경하고 있는 동안에도 상당히 더웠다.

 

사진을 찍은 후 아이들에게 사진을 써도 될 지 물었다. 엄마 몰래 나와서 춤추는 거라 안 된다고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사진사용을 허락해줬다. 대신 다음 기회에 팀 별로 사진을 제대로 찍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많은 팀들 춤추러 오네? 이렇게 땀을 흘리는데 샤워할 데도 없고 힘들겠다. 그지?“

“왠걸요. 음악 틀어놓고 춤추는 걸 허락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그래도 이렇게 더운데 .. 추울 때는 또 많이 추울꺼고... 뭐 필요한 건 없어? 식수대나 그런 거?”

“맞아요! 매번 물을 사먹어야 하니까 .. 청소년인데 아무래도 부담이 되고, ... ”

“너희들도 인천 시민이야! 부모님이 세금 내잖아. 한번 말이라도 해봐!”

“거울이 좀 있었으면 해요.”

“춤추는 데는 거울이 중요하구나?”

“네, 아무래도 ... ”

“어둡진 않니? 내가 보기엔 많이 어두운거 같은데 ... ”

“저는 괜찮은데 .. 필요한 경우도 있는 거 같아요.”

석정여고 학생들. 학교댄싱동아리는 아니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인 거라 학교 동아리실은 사용할 수 없어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규칙!

이 아이들에게 약간의 지원을

 

다른 팀을 위해 음악 크게 틀어놓지 않기,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인 이용시간 지키기 등의 규칙이 있다고 한다. 거울이 있는 연습장을 차지하기위해 일찍 나와 기다리기도 하고, 좀 늦게 나오면 무대나 연습장이 비어지길 기다리기다가 그냥 가기도 하지만 춤출만한 크기의 공간만 있으면 거울 없이 맨바닥에서 그냥 연습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한다.

 

기자가 잠시 사진을 찍으며 둘러보니 춤추는 팀이 13팀. 춤 연습장은 겨우 3개. 다른 친구들에게도 사진사용 허락을 받으며 질문해보니 조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마룻바닥은 됐고 거울이라도 좀 붙여줬으면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 앰프를 매번 빌려오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보관도 어려우니 보관함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 아예 미니앰프를 몇 개라도 구비하고 여기(시청역사)서 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쉽지 않은 공용 공간의 활성화

 

매표소나 역사의 공간을 공공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문화적, 예술적 공간으로 사용하는 서울의 여러 역사를 보았다. 춤추는 청소년 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공간이 적지 않다.

 

인천의 경우 애초의 의도와 다르게 상업적으로 활성화되지도 않고, 딱딱한 공간의 분위기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지하철 부평역사는 다시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어린이 장난감을 빌려주는 곳, 청소년 상담소, 상가 등 메트로 측에서 여러 가지로 활용했지만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어 다시 돈을 들이고 빽빽하게 들어선 창문들을 보며 이 리모델링의 결과는 어떨지 자못 궁금해진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실험을!

 

도시의 중요한 공용공간의 활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시청 지하철 역사처럼 청소년 스스로 만들어낸 문화를 그냥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처음에 아깝다고 여긴 마음이 사라졌다.

 

단지 공간이 필요한 청소년과 청년들, 시민에게 약간의 지원- 땀은 좀 식힐만하고, 손은 좀 녹일만한, 물 한 잔은 마실 수 있고 다리도 좀 쉬어갈 수 있는- 만하고 자율적인 관리체계를 만들도록 유도하여 공용 공간을 제공한다면 어떨까?

 

‘마을만들기’라는 공동체 회복운동이며 사회적 기업이며 마을기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으니 이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지역공동체 중심의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공간 - <작은 도서관>, <회의실>, <미니 공부방>, <폭염 대피소> 등으로 제공하는 건 어떨까?

 

공공 공간 활용의 핵심은 키워드는 적절한 지원과 최소한의 간섭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용을 허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다. 지하철 유휴공간, 어떤 실험이 가능할까? 시민들의 실험실이 되는 것도 유용하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제일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도시가 활기차고 즐겁게 될 방법은 관광이나 무엇이 아니라 시민 일상에서 스스로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이 함께 어울려져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성인들은 장시간의 노동과 적은 임금 때문에, 청소년 역시 장시간의 학업에,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돈과 시간을 다 쏟고 있으니 누군가 사용해야 할 공간은 활용되기 요원하다.



인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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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배영수기자 2015-07-14 18:48:29
2011년 당시의 제가 지금의 송대표님을 잠깐 모시고 있을때 기사화하기도 해서 아래 URL을 슬쩍 걸어둡니다...^^ 사실 이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조명하는 언론이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아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네요.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8977&thread=&m_no=1&se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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