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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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섬이어야 한다
  • 조경두
  • 승인 2015.09.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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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조경두 /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천을 잘 모르는 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인천 사람들이 항상 바다를 바라보며, 때로는 바닷가에서 황혼을 바라보는 여유를 즐기며 생활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인천의 바다는 사람들의 발길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본래 갯벌은 100% 사람에게 독점이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다. 갯벌이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노출되기도 하는 특성은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육상생태계와 바다생태계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공간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갯벌은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처와 풍부한 영양물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유형의 생태계 중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이다.

 

갯벌은 사람들이 색다른 체험을 즐기며 게나 조개 등 사람을 위한 수확물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에서부터 바다고기에 이르는 생물들에게 소중한 먹이를 공급하는 공간이며, 서식처이면서 번식장소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노랑부리 백로나 저어새와 같은 국제보호 물새를 비롯한 시베리아~호주를 회유하는 물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휴식이나 번식을 위한 장소로 중요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하천이나 강을 통하여 영양물질이 육상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되는 장소이면서, 바다로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정화시켜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바다와 갯벌을 만나고 싶은 이들은 도심에서 조금 더 멀어지기 위해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한다. 이렇게 모인 큰 열망들은 섬 주민들의 육지를 향하는 작은 염원을 핑계 삼아 연육교를 건설했고, 섬 아닌 섬, 육지와 다름없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왔다. 그리고 연육교로 이어진 섬 아닌 섬에서는 육지로부터 질주해오는 자동차보다 먼저 달려온 상업성 도시문화와의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덕분에 그 섬의 자유공간인 갯벌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인원이 모두 갈고리와 호미를 들고 매우 게임하듯 전투적으로 갯벌을 파헤친다. 그런데 원래 아이들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 갯벌에 갔던 20여년 전의 한 순간을 생각해보았다. 말쑥한 도시풍의 꼬맹이들이 모래와 갯벌이 맞닿는 곳에 아주 고민스러운 모습으로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갯벌의 부드러운 진흙으로 온통 분탕질을 하며 정말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엔 갯벌의 광활함에 놀라는 눈치였지만, 잠시 후 갯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에 한없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급기야 고사리 손으로 구멍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이 엄마와는 달리 구멍을 파헤쳐 조개 모으는 일보다 갯벌에서 뛰고 넘어지고 만지는 일에 치중했다. 그러다가 갯벌 속의 무수한 생명체들에 대한 궁금증을 차츰차츰 토해내기 시작했다. 도시생활을 하던 아이들은 그렇게 갯벌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한참을 놀다가 억지로 데리고 나오는 아빠에게 짜증을 부리면서도 순식간에 밀려오는 물을 바라보며 자연의 거대한 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그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섬이 연육되면, 그 때부터 태초 이래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한 힘에 의해 섬의 고유했던 모든 것은 순식간에 변하기 시작한다. 대책 없이 놔두면, 과거에 폐쇄된 공간특성 때문에 지킬 수 있었던 섬의 전통과 수려한 자연환경, 독특한 인문환경은, 고유하고 토속적인 것을 허용하지 않는 보편적 내성을 가진 강한 외적들에게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강화와 같은 큰 섬도 그렇게 당하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그보다 작은 섬들은 얼마나 취약할까?

 

요즘 섬 관광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섬의 고유한 ‘그것’을 지킬 것인지, 섬이기를 포기하고 철저하게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중간의 타협안을 내놓아 할지, 어려운 문제임에 분명하다. ‘우리의 삶이 새보다도 하찮은 거냐?’며 강변하는 일부 섬 주민들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고, 상업성과 경제성이 우선하는 현 시대의 주류화된 가치와 현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태적 가치가 큰 수천년짜리 갯벌과 무인도는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철저하게 보호하고, 육지부에 연접한 소위 몇 십년짜리 또는 몇 백년짜리 갯벌과 주민들의 삶이 존중받아야 할 일부 섬에 대해서는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오염물질로부터 지켜주고,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엄격하게 조절하는, 이원적인 보전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 이 과정에서 섬과 갯벌의 원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복구 및 복원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원동력을 만드는 일과, 이러한 공간 속에서 다음 세대를 떠맡을 아이들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해를 나누는 체험과 교육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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