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아닌 성남시 '모라토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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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아닌 성남시 '모라토리엄'
  • 이문일
  • 승인 2010.07.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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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일 칼럼] 인천시 재정은 안녕한가?

경기도 성남시의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보면서, "아! 마침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천시의 채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국내 지자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지자체에 미치는 파장도 크고, 그 영향은 일파만파로 퍼져 갈 듯싶다. 각 지자체에서 부랴부랴 재정을 다시 살피고 '집안단속'을 하는 걸 보면, 그저 일과성으로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민선 5기 송영길 인천시장 체제에서도 시의 부채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송 시장도 그걸 알고 있다.  따라서 논란을 빚고 있는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 재검토나 도시개발공사의 빚 문제 등을 놓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도 전임 시장의 방만한 인천시 재정 운용 탓인지도 모른다. 송 시장도 인천시 재정 상태가 아주 위험하다는 걸 공략하며 낭비 요인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많은 시민에게 지지를 얻지 않았는가.


 



잘 알다시피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편승해 '마구잡이' 식으로 온갖 개발을 주도해 왔다. 그렇게 하면서 시 재정을 살피는 일은 늘 뒷전이었다. 재정이 엉망진창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각종 개발만 앞세웠지 정작 사업들이 정말 타당한지에 대해선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시 재정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며 인천시에 '경고음'을 날려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이었다. 되레 인천시 재정은 양호하다며 '반대 세력'에 핏대를 세우는 격이었다.

하나 지금 인천시는 부채를 놓고 '중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인천시는 지난 13일 시의회 업무보고에서도 시가 진 채무가 2조4천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빚은 5조2천억원으로 모두 7조6천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더구나 도시개발공사의 빚은 검단 1단계 보상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 말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송 시장은 여기에 더해 인천시 총 부채가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고도 "괜찮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공무원들의 시각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자기 돈이 아니어서 물 쓰듯 써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물론 빚은 벌어서 갚으면 된다. 일정 정도의 부채는 필요하다. 그 부채로 더 많은 돈을 벌어 탕감하고, 나머지로 시민편의 사업을 벌이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현재 인천시 재정 운용 실정을 놓고 보면, '빚을 또 내서 빚을 갚는' 꼴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격언이 꼭  들어맞는다. 나중에는 그야말로 '빚잔치'를 해야만 하는 게 아닌가 두렵기까지 하다.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사업을 위해 조성한 판교특별회계에서 가져다 쓴 돈 5천200억 원을 당분간 갚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해진 것은 3천222억 원을 투입한 초호화 신청사 건립과 공원로 확장 등 과시성·선심성 사업에 돈을 펑펑 쓴 결과이다.
 
그래서 새로 등장한 야당 시장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전국 기초단체 중 재정자립도 8위인 성남시가 이 지경일 만큼 재정 상태가 곪아터진 것이다.

사실 성남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업 타당성과 재정 건전성을 제대로 짚지 못한 채 단체장에게 질질 끌려 다닌 공무원들에게도 2차 책임이 있다. 일종의 '공범'인 만큼 월급을 못 받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단체장을 뽑고, 헤픈 씀씀이를 감시하지 않은 주민들도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성남시가 '엄살'을 부린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어찌됐든 지자체마다 성남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함은 마땅하다. 이 참에 방만한 경영으로 부도를 낼 처지인 지자체에 대해 아예 '파산'을 선고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인천시는 남의 일로 치부하고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시 재정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다시 짚어보고, 또 살펴야 한다. 그동안 방만하게 벌이거나 추진하는 사업들을 꼼꼼하게 따져 계획을 재수립할 것을 주문한다.

일선 구·군에서도 마찬가지다. 성남시처럼 재정 규모에 걸맞지 않은 개발과 축제 등 과시성 사업 시행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여기에 교부금과 세수 감소로 구·군의 재정자립도는 10~20% 수준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예산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려 부채를 키우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언제라도 제2의 성남시가 나올 수 있는 구조이다.

지난 1일 시작한 민선 5기 자치단체장들은 우선 불요불급한 경비 절감과 구조조정, 세수 발굴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또 선심성·과시성 사업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 선심행정의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지역 주민과 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해야만, 혈세 낭비를 막고 지자체 재정 건전성을 꾀할 수 있을 터이다.


송도 경제자유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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