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역사가 뭔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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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역사가 뭔지 아는가?
  • 황보윤식
  • 승인 2015.10.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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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황보윤식 / 전 인하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취래원 농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지금이 봉건시대입니까. 행인이 답을 해옵니다. 아닙니다. 근대사회입니다. 다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우리나라가 왕(군주)이 지배하는 왕정나라입니까. 행인이 답을 합니다. 아닙니다. 공화국입니다. 또 물어보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일제 식민지나라입니까. 행인이 답을 합니다. 아닙니다. 자주독립국가입니다. 또 다른 행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입니까, 행인이 답을 합니다. 아닙니다. 박정의 같은 독재자는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행인이 대답을 합니다. 우리/나라사람이 주인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나라의 역사를 제멋대로 고치면 안 되겠네요. 행인이 답을 합니다. 그렇지요. 역사는 미래의 한국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오호토재(嗚呼痛哉)로다. 박근혜 정부 하의 교육부 장관이 2015년 10월 12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계를 국정으로 바꾸는 것을 뼈대로 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 했습니다. 2달 후, 이 방안이 확정되면 2017년 3월부터 공교육현장에서 ‘국정’(國定) 역사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됩니다. 역사교과서가 검정체계에서 6년 만에 국정체계로 역류하게 됩니다. 역사교과서 안의 역사시간을 죄다 거꾸로 돌리게 되는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과서의 역사 시간을 거꾸로 돌릴 음모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말로 미화(美化)시켰습니다. 참 가소로운 말장난입니다. 마치 박정희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내걸고 유신체제를 만들어 나라사람들을 노리개로 만들었던 과거가 회상됩니다. 또 전두환이 ‘정의로운 사회구현’이라는 국정구호를 내걸고 온갖 추잡한 불의, 악행을 저지르면서 정의로운 사람들을 감옥살이 시킨 과거가 되살아납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검정교과서입니다. 국정교과서에서는 올바르고 양심적인 글이 나올 수 없습니다. 마치 일제시대 어용학자들이 쓴 식민시관과 같습니다. 일제(日帝,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인을 왜곡시키는 식민사관은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 압니다. 해방 이전부터 식민사관은 한국인을 매도하고 한국인의 정신을 학살하는 역사인식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 우리의 역사학자들은 일제의 식민사관이 엉터리임을 또박또박 짚어가며 밝혀냈습니다.(이기백, 이만열) 이렇게 국정교과서는 엉터리 역사관을 가지고 ‘올바른 역사관’이라고 왜곡할 여지가 많습니다. 다음의 역사적 사실에서 우리는 그런 예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일제가 한국인의 올바른 역사관을 식민사관으로 왜곡하였듯이, 이승만은 자유주의를 반공주의로 왜곡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반도의 아름다운 나라는 두 동갱이 나라인 채 여태껏 지녀오고 있습니다.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영웅주의로 왜곡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 나라에 아직도 영웅주의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나라사라들은 지금도 민주주의의 개념을 잘 모릅니다. 그리고 영웅주의에 세뇌되어 제대로 된 대통령이 누구인지 이 시간에도 분간을 못하고 있습니다. 또 박정희는 새마을운동을 ‘잘 사는’ 운동이라고 왜곡했습니다. 그것이 농촌의 전통문화를 파괴하고 박정희 황제화(皇帝化) 음모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또 전두환은 자신의 불의를 정의사회 구현으로 왜곡시켰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가 아직까지 부패주의에 빠져 나라가 온통 썩는 냄새로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은 자연환경 파괴를 녹색혁명이라고 왜곡시켰습니다. 그 결과 조국산천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나라가 빚더미에 앉게 되었습니다.
 
역사교과서는 이렇게 바르고, 바르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려내주는 길잡이입니다. 그런데 이승만이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고, 전두환이 그랬고, 이명박이 그랬듯이 거짓을 참처럼 둔갑시킨 일들이 진짜 참처럼 인식된다면 이것은 큰일입니다. 일제로부터 이명박까지 ‘그릇된’ 역사적 사실이 ‘올바른’으로 둔갑되어 역사교과서에 기술된다면 자라나는 대한민국은 앞으로 그릇된 사람들이 스스로 바르게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런 웃기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나라입니다. 아직도 한국의 정치인, 권력자 중에 자유주의가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 모양입니다. 자유주의는 국가가 나라사람들에게 간섭과 통제를 최대한 줄이는 그런 정부체제를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은 자유주의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돌린다는 말은 우리나라를 다시 유신체제로 바꾸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유주의를 포기하고 전근대사회, 곧 전제국가, 식민국가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논리와 연구업적을 국가가 제 입맛대로 편집하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에게 자유주의를 포기시키겠다는 논리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 역사학들을 농락하는 시장잡배들의 장삿속과 같은 짓거리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역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그대들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역사는 ‘사관의 미래성’(史觀의 未來性)을 가져야 합니다. 현 정권처럼 독재권력을 영구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음모 아래 역사가 권력의 입맛대로 편집되는 것은 ‘역사의 미래성’을 말살하는 짓거리가 됩니다. 인간의 과거는 미래를 향한 꾸준한 움직임 속에서 계기적 발전을 통해 현재로 이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다시 미래를 창조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역사교과서는 우리 시대(현재)의 보편적 민주주와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보되, ‘미래세계의 인간형(人間型)’에 대한 교훈(국가주의나 정부지상주의가 아닌, 자유와 평등, 평균과 평화로운 개인과 사회를 지향하는)을 염두에 두고 써져야 합니다. 따라서 역사의 수정논의가 진보적 미래발전을 향함이 아니고 현재의 권력유지를 위한 역사교과서의 개정 속셈이라면 안 될 말입니다. 역사학은 결코 현실정치의 필요(독재권력 유지라는)에 의하여 역사해석이 마음대로 남용되거나 조작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을 현 권력자들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역사적 사실을 역사학자가 아닌, 권력자들의 입맛대로 고치려는 발상은 인류의 살인마 히틀러와 같은 머리 수준 밖에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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