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복작"했던 배다리 헌책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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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작복작"했던 배다리 헌책잔치
  • 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5.10.19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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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한달에 한번 배다리에서 헌책을 사게 하면 어떨까?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잔치(이하, '헌책잔치')'가  지난 17일(토) 오후 배다리 안내소 앞이자 헌책방 거리 입구인 배다리철교 아래서 진행됐다. 

2015.헌책잔치. 배다리 굿스 부스
2015.헌책잔치. 배다리 굿스 부스.

2015 배다리 헌책잔치 굿스다양한 디자인의 배다리 상징 소품들이 제작 판매되었다. _ 사진 강


2015 배다리 헌책잔치 - 강
2015 헌책잔치 - 인디밴드 공연모습
2015 배다리 헌책잔치_ 위, 늦은 오후, 사람들이 좀 적어지긴 했지만 끊이지 않고 행사장으로 왔다. 아래 배다리 인디밴드 공연중 _사진 강

2015.10/17헌책잔치 _ 사진제공, 주최측
짧은 책 이야기가 담겨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사진제공_
20415 헌책잔치
2015 헌책잔치. 책속의 이야기에 헌책의 이야기가 더해져 책은 새로운 역사를 갖는다. 사진제공_주최측 

지난해까지는 10월에 다리 밑 그늘에서 진행되다 보니 한낮을 지나면 손님들 발길이 뜸해지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예년보다 한 주 늦워졌음에도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속에 끝나는 시간까지 성황을 이뤘다.

이번 헌책잔치에는 개인 참가자들이 가져온 책들과 배다리 헌책방, 독립출판사들이 기부한 책이 함께 판매되었다. 독립출판과 유통, 헌책의 유통에 관심이 있는 시민과 모임들도 함께했다.

집현전 할아버지의 하모니카 연주집현전 할아버지의 하모니카 연주._사진제공:주최측

배다리 헌책방 추천 도서 부스, 헌책 판매자 부스, 천원의행복, 독립출판 헌책 부스, 배다리씨 굿즈, 책갈피 만들기, 헌책 카페(식음료) 등의 부스가 운영되었고, 인디밴드 복태와 한군의 소소하고 조용한 공연, 배다리 청년들이 구성한 대왕문어괴물 밴드의 엄청난 사운드가 철로아래에 넘쳐 흘렀고 함께 집현전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하모니카 연주도 있었다.

2015 헌책잔치. 개인 참가자 - 나나
2015헌책잔치_개인참여자인 나나씨는 주인장과 가위바이보를 해서 이기면 1000원 추가 할인을 해줬다. 덕분에 완판위기!! ^^, 손뜨개를 하며 남은 시간을 즐기고 있다. 거의 다 팔려서 부러움을 샀는데 "너무 싸게 팔았나봐요" 하며 이웃들을 위로했다. 사진_강



2015 헌책잔치
2015 헌책잔치, sns를 보고 오게 되었다는 분들, 지난해 참여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웠다며 참여한 분들, 독립출판사에서 기증한 책 판매를 맡은 자원활동가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헌책잔치를 풍성하게 했다._사진 강

2015 헌책잔치 - 뱅쇼와 드립커피, 간단한 음료를 팔았다
2015 헌책잔치. 뒷편에서 참여자들과 관람객을 위한 간식과 간단한 음료를 팔았던 마을사진관 다행의 미니카페. 감기예방에 좋다는 끓여먹는 와인 뱅쇼가 참여자들과 관람객에게 인기가 좋았다. _사진 강.


2015 배다리 헌책잔치는 꽤 북적북적 거렸다. 적당히 드러누워 책을 읽기도 하고, 친구와 연인과 공연을 보기도 하고, 책을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고... 추위로 길게만 느껴졌던 지난 해에 비해 다섯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지인들은 가방이 무거울 정도로 책을 사고는 어깨가 아프다며 가방을 맡겨놓고 또 책을 고르러 갔다.

좋은 책도 많고,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책도 많아서 즐겁다는 사람들, 기증된 책들도 정말 좋은 책이라 많이 사지 못해 아쉽다며 즐거운 투정을 부렸다. 5-6년 만에 배다리에 드른 제자들도 책을 잔뜩 고르고 즐거워 했다.

좀 넓어보였던 철로변 아래 공터가 작아지는 날이였다. 폐장시간이 다 되도록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고, 미리미리 짐을 챙겨 떠나던 참여자들은 대부분 끝까지 남아 함께 즐겼다. 세번째 맞는 헌책잔치는 느릿느릿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책을 고를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것 보다 곳곳에 앉아서 누워서 즐길 수 있는 지금의 헌책잔치가 좋아보였다.

거대하게 보이는 쇼쇼쇼가 아니라 사람과 책으로 채워가는 시간을 소중이 여기는 자세가 좋았다. 이런 헌책잔치는 먹거리 장터를 하듯, 벼룩시장을 하듯 마을 곳곳에서 해 보아도 좋겠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과 아무 상관없이 이곳은 각자의 흐름과 리듬을 조율하며 살고 있다. 시간과 노력, 정성과 마음이 쌓인 이곳이 동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다. 

책의 도시가 되고 싶다면 보여지는 행사에 급급해하기보다 이런 문화를 쌓아 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 '돈 줄테니 하고 싶은데로 해라'는 태도보다 인천 전지역 공무원들이 한 달에 한 번 헌책방에 가서 한 권의 책을 사도록 하면 어떨까?

문화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삶에 태도다. 아직 늦지 않았다. 2015-16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쇼윈도우가 아니라 그 문화를 만들어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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