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장단점을 명확히 보여준 AS모나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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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장단점을 명확히 보여준 AS모나코 전.
  • 김인수
  • 승인 2010.07.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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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김봉길 수석코치가 데뷔 전을 치렀다. 데뷔 전 상대는 박주영 선수가 뛰고 있는 AS모나코. 지난 달 포항 전 이후 팀을 맡아온 그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인천은 AS모나코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점수만 보면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천은 이 날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후반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며 두 골을 넣었지만 전반전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던 전반전을 통해 인천은 다음 경기까지 보완해야 할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이 드러낸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수비였다. 인천이 공격을 할 때에 공격에 가담한 미드필더 이상의 선수들의 수비전환이 느렸다.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 속도가 늦어지자 수비수들의 수비부담이 커졌다. 경기 초반에 AS모나코 공격의 전방지원이 부족할 때에는 수비를 잘 해냈지만, 이후 AS모나코의 전방지원이 활발해지자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공격진을 적은 수의 수비수만으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대 공격의 숫자가 많아지자 인천의 수비는 지역방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인천 수비가 힘들어 하는 것은 AS 모나코는 놓치지 않았다. AS모나코는 인천의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루트를 통해 인천의 뒷 공간을 노렸다. 수비수들만이 수비를 하다보니 적은 수의 수비들은 한 명의 선수라도 더 시야에 넣어야 했다. 때문에 수비형태가 일자진(一字陣)이 되어버려 뒷공간을 패스 한 방에 다 내주고 만 것이다. 이렇게 인천은 두 골을 상대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또한 왼쪽 미드필더에서 AS모나코의 우측 침투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도 두 번째 문제점이었다. 왼쪽 미드필더에서 1차적으로 수비에 힘을 보태주지 못하다 보니 좌측 수비수인 전재호 선수의 부담이 커졌다. 물론 상대의 미드필더에서 공 쟁탈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왼쪽 미드필더가 움직인 것은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앙의 공 쟁탈전에서 갑자기 상대가 인천의 왼쪽으로 공을 보급했을 때에 측면수비는 극도로 위험해 졌다.

지난 성남 전에서 인천은 우측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었다. 때문에 이 날 6-0 패배에서 5골이 우측에서 나왔다. 측면 수비 붕괴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낀 인천이다. 이러한 점이 AS모나코 전에서도 나왔으니 집중 보완 사항 중 하나가될 것이다.

또한 유병수의 장점과 한계가 전반기처럼 드러난 것도 문제점이었다. 인천의 공격에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유병수. AS모나코는 유병수가 인천의 공격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AS모나코의 수비는 1차적으로 유병수를 향했다. 유병수가 전반전 동안 공을 제대로 잡고 있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어쩌다 기회를 잡아도 쉴틈없이 들어오는 AS모나코 수비들의 방해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AS모나코 수비는 무리를 해서 유병수를 잡지 않았다. 3명 이상의 수비수들은 유병수를 막지 않고 그의 슈팅 각도를 막았다. 유병수가 공을 잡아 슈팅을 하려고 해도 이미 각도는 없는 상황을 만들자 유병수는 측면으로 패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유병수에게서 공이 사라지면 바로 그 순간 각도를 막던 수비들은 산개를 해서 측면에서 수비하는 인원에게 가세했다. 그리고는 인천의 돌아가는 공격을 막아버렸다.

물론 공격의 막힌 것이 유병수 탓만은 아니다. 인천의 미드필더에서 공처리를 좀 더 빨리함과 동시에 브루노의 침투능력이 좀 더 제대로 발휘 되었다면 유병수에게도 기회가 더 많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인천 공격의 1차 선택점으로 거의 모든 상황에서 유병수가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유병수에게 패스 - 슈팅각도 없음 - 유병수가 옆으로 패스 함 - 이와 동시에 유병수에게 붙어있던 수비 산개와 측면 수비 가담 - 그리고 공격 실패라는 패턴이 계속 이어졌다. 이 패턴의 처음 부분에 “유병수 혹은 누구누구에게 패스”라는 형태가 되었다면 AS모나코의 수비진은 진땀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AS모나코 전에서 안 좋았던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전과는 다르게 후반전에 인천의 모습은 아주 좋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있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김봉길 수석코치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날 후반전을 보면 이 말은 믿어도 좋을 듯 싶다. 후반이 시작되면서 인천은 올 시즌 드래프트 1순위로 선발한 남준재를 투입했다. 이 순간부터 인천은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남준재는 인천의 좌측에서 AS모나코를 위협했다. 그가 드리블을 할 때에 그에게 불안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드리블은 안정적이었으며, 상대방 수비진 침투 후 패스 타이밍도 적절했다. 전반기에 보였던 신인의 불안정적인 모습은 찾기가 어려웠다. 남준재가 모나코의 우측을 흔들기 시작하자 인천의 활로가 보였다. 인천의 좌측에서 점차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안정감은 곧바로 골로 이어졌다. 후반에 교체되어 들어온 도화성이 중거리 포를 날린 것이다. 55M 중거리 포는 골키퍼의 키를 훌쩍 넘기며 들어갔다. 전반전에 중앙 미드필더는 공을 소유하기에 급급했지만, 후반이 되어 주도권을 찾아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 여유를 이용해 골키퍼를 확인한 도화성의 중거리 포는 그대로 골이 되었다.

 (골을 성공시키자 멋쩍은 듯 웃고 있는 도화성)

또한 이세주와 안현식이 후반 29분에 투입되었다. 베테랑 임중용이 나가고 투입된 안현식은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었다. 인천에게 믿고 움직일 수 있는 수비 인원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지난 서울 전에서 교체 1분 만에 결승골을 뽑아낸 이세주는 이 날 또 골을 넣었다. AS모나코 골 문 앞에서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이세주가 밀어 넣은 것이다. 이외에도 박창헌과 고경민 등 인천이 보유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 날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장점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강수일의 결장이다. 부상 때문에 이 날 경기에 뛰지 못한 강수일의 존재가 인천으로서는 크게 아쉬웠다. 이 날 경기에서 속도전을 즐길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 결정력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강수일이지만 그의 순간 가속도는 무시무시하다. 이런 선수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골은 넣지 못해도 공격에 큰 도움이 된다. 순간 가속이 빠른 선수가 있을 경우 그 팀은 수비 뒷 공간을 노리기가 쉬워진다. 수비 마지막 선에 걸쳐있다 공이 뒤로 오면 상대보다 빨리 뛰쳐나갈 때에 먼저 공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반전에 강수일 선수가 있었다면 그 특유의 속도로 AS모나코의 수비를 흔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인천으로서는 공격의 활로를 일찍 풀어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은 강수일의 전술 시험은 커녕 출전도 시키지 못했다. 그가 이번 시합에 나갈 수 있었다면 인천은 후반기 젊은 선수들 가용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번에 새로 계약한 “사미르 베크리치”가 결장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가 인천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를 실전에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확인했지만 전력에 대한 데이터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인천으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이 날 경기에서 인천은 무승부라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동시에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는 21일에 열리는 FA컵 16강전까지 인천이 이 날 알아낸 강점과 약점을 대처해 낼지 궁금해진다.

글 = 김인수 기자 (zkslqkf2000@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기자 (boriwo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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