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천연의 역사를 파괴하지 말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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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천연의 역사를 파괴하지 말라!(하)
  • 곽현숙
  • 승인 2015.11.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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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곽현숙 / 도로 전면무효화(폐기)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천연의 근대건축 요람지 배다리!


‘조센징 촌’이라는 마을에서 민족정신이 잉태되고, 시민정신이 발아되었다. 개발이 더디고 오래된 지역이라 외면 받은 동구이지만, 한 집 한 집 성실한 노고 끝에 지어져간 주거 역사는 그대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물론 아파트 개발 바람으로 집수리하던 일이 중단되고, 외지인이 사서 방치한 집들도 있다. 하지만 문화 역사의 보고로서 옛 건축물들도 살피고 정리하고 가꾸어 가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자의 부족함 속에 살았던 시대에는 사람의 몸, 지혜로 순리에 맞춰 살아간다. 개항 이래 조선인들이 모여들며 하나하나 삶의 터전을 형성해온 동구지역은 물질 보다 마음의 지혜가 주변을 둘러보고 도시의 품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시절이었음을 살펴 구도심의 자산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근대 건축의 요람인 배다리는 세상 바람에 천연의 빛을 발할 것이다.

 

‘리뷰인천’에 ‘근대건축과 도시 경관’이라는 제목으로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한동수 교수가 발표한 글을 본다. ‘배다리의 근대 건축의 재인식’ 이라는 소제목에서 한 교수는 “교육의 요람, 기독교 선교지, 한국철도 기공지와 영화학교, 여선교사, 창영학교 등 몆개의 건축물로만 배다리 근대건축물을 규정지을 지 의문이 든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지만 배다리의 근대건축을 통상적인 시간의 잣대가 아닌 다른 측면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것은 근대라는 시간의 개념과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가치, 나아가 인위적으로 환경을 만들기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놓은 대지를 동등하게 평가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배다리의 근대 건축에서 우선적으로 꼽아야 할 것들은 언덕과 구릉, 변하지 않는 골목길은 물론이거니와 건물과 건물을 서로 이어주고 경계 삼는 담장, 빛나는 양식과 그럴싸한 형식미를 뽐내지는 못하지만,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그냥 살아온 대다수의 주택들이다. 그리고 난 이후 용케 살아남은 지정 명칭의 팻말이 붙은 몇 개의 건물들을 차선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배다리는개체가 중요한 곳이 아니며 개체 독자적으로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다리 전체를 하나의 근대 건축(建築)군(群)으로 묶어 집합으로 설정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거 옛 건축의 핵심개념이다. (중략) 일정 기 일본의 유명한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당시 조선의 건축을 가리켜 ‘자연이 건축을 보호하고, 건축이 자연을 장식한다’고 하는 의미 심장한 말을 한 바 있다. 자연과 건축의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띠고있는 조선건축의 가치 특징을 직시한 것이다. 배다리 역시 한국인의 건축적인 정서가 표현된 그런 장소이고 그것이 근대 시기 배다리의 건축공간을 만들어온 힘이라는 점을 우리는 다시 읽어 내야한다”. 고 말했다. 한 교수는 맺음말로 “배다리는 현재 인천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문화의 보고이자 보루이다. 개항장을 망가뜨렸듯이 배다리가 그 전철을 밟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천연으로 빚어진 지형, 개항기 닥쳐온 환경과 마주해 그 시대를 말하는 생활사와 주거사를 살피면서, 우각로 일대와 금곡로 일대를 달동네 박물관이 있는 근린공원과 한 벨트로 이어가는 것은 어떨까. 그래야 동구에 살아있는 도시 생태계의 군락을 문화적 품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의 도로계획은 본래 ‘고속화산업도로’에서 ‘제2외곽순환도로’로 변환됨으로 그 기능을 잃었다. 그리고 원래 고가도로로 기획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시에서 들고 나온 1안과 2안의 도로는 어느 곳에 개설하더라도 배다리 지역의 구배 상 나쁜 도로가 된다. 이런 모든 일을 감수하고라도 만들어야 할 만큼 중요한 도로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는 일이겠지만, 주변에는 이미 배다리 전통상업지구 마져 쓸어버렸던 황량하게 넓은 국도가 있다.

 

시 도로 과에서 들고 나온 설명에는 도로를 내는 업무에 충실한 말 그대로 행정의 도구이지, 그들의 말대로 인문이 끼어들면 복잡해진다는 말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 일을 행정에만 맡긴다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직무유기 아닌가? 시민이 뽑아 놓은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그들에게도 오래 전 계획된 일이여서 해 버리고 폐기하지 못 하는 건, 직무유기 아닌가?

 

인천사람들의 목소리(‘배다리에서 미래의 인천을 묻다.’ 등 서적과 각종 언론과 서명과 토론과 한국건축재단의 ‘배다리’, 시립박물관의 ‘배다리’ 도서와 잡지 등등)를 몇몇 개개인들의 주장으로 볼 정도로 인문에 헐벗고 가난해서 오는 일일까? 송도에 한옥호텔 정도를 한옥 마을이라고 과장하는 궁색함은 시민의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제 것을 헌신짝 처럼 굴리고 시민의 소리를 가난에 찌든 자들의 소리로 여기는 그들의 시민은 따로 있는가? 인천의 긍지는 동구에서 제대로 가꾸어 낼 때 송도를 자랑해도 궁색함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아직도 막 가는 듯 우려의 소리가 높은 이 시대에 제 것의 정체성을 바로 알고 소중하게 가꾸어갈 때, 해방 후 치달아 온 70년의 엄청난 성장의 과정 뒤에 잃어버린 정신의 세계를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동구는 천연의 도시 생태계의 보고다. 인천의 동구는 국가 차원에서 근대도시 형성의 중요한 자원으로 공을 들여 가꾸어 내야한다.

 

따라서, 우리 역사 문화의 모태를 파괴하며,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큰 의미 없는 도로는 전면 폐기해야 할 용기가 필요하다.



<베다리 산업부지 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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