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를 가르는 산업도로 완전히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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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를 가르는 산업도로 완전히 폐기하라
  • 강영희
  • 승인 2015.11.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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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준 배다리
곽현숙 아벨서점 사장님이 나를 꽉 껴안으셨다. 여기서 이 곳을 지키고 버티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해가 지면 주민들의 발길 뿐 아니라 사람의 그림자도 거의 없는 이 마을, 봄과 가을을 제외하면 방문객도 거이 없는 길목에서 '사진관'이며 '카페'가 도저히 월세 조차 벌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자리잡고 버티고 있는 것에 의미를 당신은 헤아려 주셨다. 내가 이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 생각하고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며 지내고 있기는 하다.



지난 저녁, "아직 사진관에 있어요?" 하며 전화가 왔다. 창영초와 영화여고 학생들의 하교가 끝나고, 날이 어둑해지면 6시가 되지 않더라도 문을 닫기도 하니 미리 전화를 주신것. 마침 방문객이 온다하여 문을 닫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11/28.토. 오후2시) 있는 '배다리 시다락방 시 낭송회'는 배다리에서 <사진책 작은 도서관>을 했던 최종규씨가 시인으로 배다리 시다락방에 선다. 그 시낭송회 현수막을 '마을사진관 다행' 앞집 '그린기획'에 맡겼는데 토요일은 쉬니 10분안에 찾아가라고 했단다. 헌데 시의원과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관련 논의중이라 지금은 나오기 곤란하니 대신 비용을 치르고, 찾아달라는 말씀이셨다.

배다리 아벨 시다락방 - 91회 시낭송회 아벨 시다락방 91회 시낭송회는 배다리에서 '사진책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던 최종규 시인이 초대되었다.

현수막을 찾아두고 얼마 되지 않아 곽사장님이 드르셨다. 시의원이 드르게 된 정황을 설명해주며 다시금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뚫으려는 것에 화가 솟구치시는 모습. 이 도인같은 분의 화를 돋우는 상황은 8년전 그 상황이다.

아벨 곽현숙 사장님이 시낭송을 하신다아벨 곽현숙 사장님이 시낭송을 하신다.

"어째 꼭 전시관을 만질때마나 문제가 생길까요? " 
"그러게 말야, 그러고 보니 ... "

이곳 배다리에서 십 여년, 동구에서 20여년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힘들지만 편안한 느낌이 있다. 송림동 철탑 아래를 오갈때도 그랬고, 송현동 수문통거리를 걸으면서도 좀 그랬고, 배다리는 더더구나 마치 시골마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로 한적함과 안락함이 있다.

쉽게 아파트를 세우지 않은 것이 이 곳을 도시 속의 쉼표로, 여백으로 느끼게 해 주는 거 같다. 도로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차량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마을을 휘젓고 오가는 차량은 많지 않다. 오래된 마을이 그렇듯 낡았지만 고향이라는 정서를 기억하게 해준다고 할까? 이 마을을 찍고, 이야기를 들으며 지내다보니 사라진 내가 태어나 자란 마을이 떠올랐다.

부평여중학교와 부평동중학교 위치가 유일하게 마을의 위치와 크기를 가늠케 하고, 동중학교 동문입구 벽돌 벽과 수위실이 유일하게 그 흔적을 갖고 있고, 나머지 공간은 아파트와 도로, 상가로 기억조차 삭제시켜버린 도시.
그래서 마구잡이 재개발로 사라지는 것들에 안타깝고 화가 났다. 그래서 오래된 흔적들이 가득한 동구 이곳저곳에서 그 위안을 얻었던 모양이다.

아파트와 도로로 흔적을 잃어버린 나의 고향마을 내가 나고 자란 마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넓은 도로로 변해버린 내가 나고 자란 마을의 2015년 10월

배다리 산업도로부지가 있는 모습
배다리 산업도로 부지 - 공터
도로가 멈춘 마을의 공터는 나름의 생태계를 회복하고, 이 주변을 오가는 시민과 학생들에게 위로와 쉼, 휴식터가 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다양한 모습의 공간이 필요하다

모두 배다리처럼 유지될 필요도 없지만 모두가 아파트와 도로만 있어도 그 도시는 지속할 수 없다.  자신이 자란 곳의 형태가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 도시가 고향같지 않다고 했다. 뿌리가 없는 사람들은 애정을 가질 수 없다.

종종 창영동, 금곡동 일대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자신이 자란 곳이 많이 변했다고도 하고, 그대로라고도 한다. 각자의 기억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모습이라면 다시 오고 싶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옛 기억과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자녀들과 함께 드른 이들은 여기엔 무엇이 있었고, 저기엔 무엇이 있었고, 누가 살았고, 어떻게 지냈고 ... 하며 한참을 옛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아파트와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뒤덥힌 낯선 공간이 된 내 어린적 그 마을을 우리는, 부모들은, 다시 그 아파트 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 그렇게 나는 배다리를 통해 내가 살았던 마을의 역사가, 사람들이 궁금했다.

겨우겨우 몇 장 되지 않는 옛 사진과 이야기들을 모았고, 옛 지도와 개개인의 인생사를 들으며 상상속의 마을을 복원해내기 시작했다. 꼭 그 마을이 아니어도 그렇게 인천 곳곳에서 사라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도시에서 고향을 이제는 만들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도시의 원형같은 공간을 다시 찟어놓겠다는 시도에 깜짝 놀랐다. 인천을 위해 동구, 이 배다리쯤은 원래 못살고 그런 동네니 사라져도 상관없고, 그래도 되지 않겠냐는 시와 도로 관계자들의 태도에 너무 놀랐다. 도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공동체를 복원하자고, 살려내자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밀어붙히려는 태도에 또 놀랐다.

배다리 마저 도로로 뒤덮혀 사라진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림이다.


관광도시?

시와 구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관광도시를 위해 곧 허물어지고 낡아지고 쓰레기가 될 껍데기를 치장하는데만 힘을 쏟고, 그 단단한 바닥을 다지는 노력은 하지 않을까? 잘 꾸며진 유령도시보다 낡고 오래된 시골길을 더 사랑하는 이유를 모르는 걸까?  오래된 유럽의 도시들로 여행을 가는 이유를 정녕 모르는 걸까? 미국이나 일본에 여행을 가도 대도시만 들러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도시의 시민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으면 그곳을 여행하고 오가는 사람은 불편하다. 그런 곳은 가고 싶지 않다. 그 도시만의 가치를 살려내는 지혜가 모자라면 시민들로부터, 제대로 된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할 일이지 똑같은 아파트 찍어내듯 명동거리를 복사한 '**문화의 거리'나 프랜차이즈 상점만 즐비한 거리는 아무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도로는 그만두라. 인천 동구 배다리만의 가치가 그 안에 있다. 그것이 도시민들이 함께 누리고 싶은 정서이고, 한 번쯤 쉬고 싶은 휴식같은 공간이다. 그렇게 지금처럼 그냥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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