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의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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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의 관전 포인트
  • 조경두
  • 승인 2016.01.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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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조경두 /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폭스바겐 경유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이 2015년 환경분야의 굵직한 이슈 중 하나였다는 점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14년 5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의 대안연료 연구과정에서 주장치 이상의 공해물질 배출이라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그 연구결과는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CARB)와 미국 환경청(EPA)에 전달되어 당국의 재조사와 폭스바겐사의 자발적 리콜, 적합성 인증을 전제로 한 판매중단 논의 등을 거쳤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지난 9월 3일 폭스바겐사는 배출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정교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자동차에 적용했다는 것을 시인했고, 15일 후인 9월 18일, CARB와 EPA는 폭스바겐이 배출검사에 위반되는 자동차를 팔았고 엔진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전자식 모듈 형태의 장비를 적용했다는 점을 들어 청정대기법의 두 섹션을 위반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뒤이어 폭스바겐사는 내부조사 결과 일부 경유 및 휘발유 차량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비 수치에 문제가 있었음을 밝힘으로써, 휘발유 엔진에도 관련이 된다는 점을 시인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최초 배출가스 조작사건이 터지자 "미국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유럽과 같은 환경규제를 적용하는 국내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가, 폭스바겐 본사에서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자 한국에서도 해당 차량을 파악하고 있다고 물러섰다. 국토교통부 역시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차량에서도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되어 15개 차종 총 12만 5,522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경유 차량은 매연이 심해서 연소 후에 나오는 배출가스를 재순환 장치를 통해 걸러주어야 하는데, 정차 시에나 운행 중이나 이 재순환장치는 항상 가동 중이어야 한다. 하지만 주행 중 재순환장치를 가동할 때에는 그만큼 연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폭스바겐 차량이 문제가 된 것도 연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주행 중 재순환장치를 의도적으로 꺼버렸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후속적인 대처를 바라보며 참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을 소개할까 싶다.


첫째, 자동차 소유자가 이 문제로 인한 리콜을 받으러 정비소에 가더라도 주행 중 재순환장치를 멈추게 하는 소프트웨어만 삭제하는 것뿐인데, 이럴 경우. 연비가 조금 나빠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을 시정하면 출력이나 연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이 건은 환경과 연관된 사안이지 차량의 성능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피해자에게 1,000달러 상당의 '굿 윌 패키지'라는 상품권과 3년간 무상 수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는데, 국내에서는 어떠한 피해보상 대책이 이루어질지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포스바겐의 리콜은, 배출가스는 줄어들겠지만 자동차의 연비가 떨어지는, 즉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유류비가 더 많아지는, 다운-그레이드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콜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둘째, 최근 국토교통부는 환경부에서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확인한 폭스바겐의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을 조사한 결과, 저감장치 작동 여부가 연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발표를 했다. 또한 2016년 초에는 구형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4개 차종을 대상으로 지금까지는 실험실에서 바퀴만 가동했던 연비 검증을 실제 도로에서 리콜 전·후 연비를 측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리콜 전이나 후에 실제 연비가 공인연비보다 5% 이상 떨어지면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며, 과징금은 해당 차종의 첫 출고 시점부터 연비 정정 전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와 관련하여, 환경부는 연비가 떨어지는 형태의 리콜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셋째, 전 세계를 기만한 폭스바겐에 대한 반향은 급격한 판매량 하락으로 표출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영국과 미국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25% 감소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떨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와는 달리 참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2016년 신모델들마저 배출가스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고 차량을 구매한 기존 고객에 대한 보상 등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후속대책들은 여전히 시행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폭스바겐코리아는 파격적인 할인혜택과 특별 무이자 할부라는 무기를 통해 지난 11월 수입차 부동의 1~2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라섰다. 파격적인 조건 때문에 넘어가는 소비자들에게도 문제가 없지 않지만, 기존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는 뒤로 한 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책임을 물타기하며 신규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를 통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는 이러한 임시방편의 조작이 폭스바겐에 국한된 조치였을까? 하는 의구심에 대한 신뢰할만한 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디젤차들의 NOX 배출 현황을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서 실시한 실제 주행테스트에서는 볼보와 르노, 현대차가 유로-6 배출가스 기준보다 약 7~14배 가량 배출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도 국내 디젤 승용차 및 SUV 대상으로 실제 주행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질소산화물이 유로-5, 유로-6 기준치를 넘어 배출된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강단있고 일관성있는 자동차 환경정책의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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