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세월호 문제 목소리 높아 많이 놀랐죠”
상태바
“인천서 세월호 문제 목소리 높아 많이 놀랐죠”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2.16 15: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시민의힘‘ 발대식에서 세월호 강연하는 ‘백년전쟁’ 김지영 감독

 
오는 19일(금) 인천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인천 시민의 힘’이 공식 발대식을 갖는다. 이날 발대식 강연자는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주인공이자 지금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사진)이다.
 
2012년 국민들에게 알려진 ‘백년전쟁’은 지금까지 두 편(본편1, 스페셜 에디션1의 형식)으로 나와 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숨겨진 악행들 및 이면을 파헤치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스페셜 에디션 편에서 다룬 ‘프레이저 보고서’(90년대 미국 빌 클링턴 행정부에서 공개됨)의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누구의 고소 고발이 없었을 만큼의 '팩트'였다. 프레이저 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됐음에도 당시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세히 알려지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전편이 올라와 있는 이 스페셜 에디션 편은 조회 수가 1백 만을 넘은 지 오래다.
 
인천에서 그를 만나러 가는 시간은 꽤 길었다. 그의 작업실이 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사실상 서울의 북동쪽 끝으로 여기서 자동차로 약간만 더 가면 경기도청 북부청사가 나온다. 거의 의정부까지 갔다는 얘기)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 다큐멘터리를 찬찬이 다 보고도 시간이 남았을 정도였으니까. “먼 길 오셨네요”가 첫 인사였던 그와 몇 시간동안 이야길 나눠 보니, 그는 사실 인천과도 꽤 깊은 인연을 갖고 있었다.
 
연극영화과 같은 학과를 전공한 것이냐고 물으니 “전자공학도 출신이예요”라는 답이 온다. 친척 중 사촌 형이 연영과 출신인데, 졸업하고 한동안 백수로 지내면서 가족들 사이에서 “그곳 나오면 밥 굶는다”는 인식이 강해 집안 반대가 너무 심했다. 그가 학교를 다닐 당시만 해도 대학을 학과보다 학교 이름 보고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이 원하는 과를 못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당시 취직 잘 된다는 전자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당시 마음먹은 게 “전자공학과는 영화 일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 정도로만 생각하자”였다고.
 
이렇게 ‘비전공자’라고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대학 때도 영화만 실컷 보고, 졸업 이후 평범한 직장인인 척 하면서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 일을 하려고 조감독 일부터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 IMF라는 풍파를 맞았다. 안 그래도 돈을 잘 벌 수 없는 바닥에, 갑자기 경제가 그 난리통이 나서 더 힘들어졌던 것. 그는 “당시 필요한 장비 하나 못 사고 발걸음을 되돌아올 정도의 상황”이었다면서 “감독 데뷔도 못한 채 카드 돌려막기 하는 상황에서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긴 했지만, 나로서는 극복해야 했고, 또 나름대로 감독으로서 실력이 느는 것을 발견하면서 의지를 꺾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년전쟁’ 다큐에 대한 제작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2012년 공개 당시 많은 이목과 논란, 그리고 유족의 명예훼손 고발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휘청거릴 일’들을 여러 번 거쳤다. 그런데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 이 다큐는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공개 당시엔 단순히 역사 다큐로 이해되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주변에서 ‘미래를 예측한 다큐가 아니냐’는 피드백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화 교과서 논란 당시 한 야당 의원이 독립운동파와 친일파의 대결 이라는 표현도 했는데 정확한 표현”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말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김 감독이 ‘백년전쟁’을 만들기 전까지는 그가 일체의 시민운동을 해본 경험도 없고, 정치적으로도 큰 목소리를 낸 적도 없는 인물이었다는 것. 이 다큐가 민족문제연구소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이기에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이냐를 묻자 맨 처음 털어놓은 말이었다. 영화 일을 하면서 많은 빚을 지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영상 관련 업체에 입사해 영화 판에서 배운 재주를 이용해 빚을 갚기 시작하다가 민족문제연구소와 아주 우연히 만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을 만들면서 홍보 영상을 만들고 싶어 했는데 마침 내가 근무하던 영상업체가 연구소 측의 부탁을 받았는데, 당시 감독직을 내가 맡게 되면서 인연이 된 것”이라고.
 
당시 그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일원들을 굉장히 신기하게 바라봤다고 한다. 평생 동안 사회운동 같은 걸 해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다가 처음 접견한 사회운동가들이 바로 이들이었다는 것인데, 당시에 그는 신선함을 느꼈다. 
“그 전까지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사람들만 만나봤는데, 시민단체는 안 그렇잖아요. 저로서는 생애 처음 보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던 거죠”라며 당시의 심경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을 만나며 시민단체들이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을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단체들이 전문적인 홍보기술이 부족하니까, 이를 자신이 메워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 도움들을 주던 중 ‘공영방송’을 자처하던 KBS에서 '본분을 망각한 채'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한 다큐멘터리(2011년 경, 당시 제목은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초대 대통령 이승만)를 방영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언론을 통해서도 큰 논란이 됐던 일이었는데, 당시 그는 “연구소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 문제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제작물을 만들어서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백년전쟁’이었던 것이다. (향후 5년 여간 같은 이름의 시리즈 다큐를 역사연대 별로 계속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다큐멘터리 본편은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흔히 ‘친미’로 이해되고 있는 그가 사실은 친일 활동 행적이 드러났고 과거엔 부동산이나 사학, 그리고 종교 등의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며 사기꾼과도 같은 행적을 여러 차례 보였다며 정황을 설명하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승만’의 피상적인 모습만 알고 있었던 대중들에겐 충격일 수도 있다. 특히 그가 했다는 사학 사업의 내용 중 일본 지배를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는 한 친일 여교사에 대해 학생들이 탄원서를 제기하자 오히려 탄원한 학생들을 처벌했던 정황, 그리고 그가 세웠다는 교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이 아닌 자신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는 점, 또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모은 재정을 빼돌렸던 정황 등을 근거자료와 함께 제시했는데 이를 시청한 사람들 대부분이 충격적이라는 반응.
 
두 편의 다큐를 통해 두 전직 대통령들을 다루면서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던 것 같냐고 묻자 “명백한 사익 추구자들”이라는 답이 온다. “솔직히 나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단순히 부정선거 일으킨 독재자로만 알고 있었고, ‘그래도 독립운동은 하지 않았나’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니까 그 사람의 행적과 가치관을 다 알게 됐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생전에 보여준 ‘돈에 대한 집착’은 정말 대단했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비슷했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승만 전 대통령은 보수의 탈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 사익 추구세력의 원형으로 봐야 한다”면서 “현대에도 이야기되는 여러 부조리한 문제들을 이미 100여 년 전에 그 분이 다 했다”며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백년전쟁’ 1편 다큐 전편.
  
김 감독은 인천과도 꽤 깊은 인연이 있었고, 실제 인천을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인천에서 거주한 적은 없지만 인근 부천에서 거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울적하고 그럴 때 부두 등에 머리를 식히러 가서 갈매기들 먹이도 주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곳이었다. “그래서 인천 하면 내 머릿속엔 부두랑 바다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다”며 인천에 대한 심상을 전하기도. 또 프로야구팀 SK와이번스의 오랜 팬이기도 하고, 팀을 거쳐 간 감독들 중에서는 김성근 감독(현 한화 이글스 감독)을 가장 좋아한다고 전한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데, 전해 듣기로 한국에 야구가 가장 먼저 들어온 도시가 인천(이미 관련 기록이 존재함)”라며 “부산이 야구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장 순수하게 애정을 갖고 있는 팬들이 아마 인천 야구팬들일 것”이라며 애정을 내보이기도.
 
이번에 ‘시민의 힘’과의 인연은 어떻게 닿게 된 것인지를 물었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PD의 대학교 선배 중 인천 분이 있는데, 자신이 작업실을 만들 때 구성 등도 도와주는 등 자신에게도 고마운 분이 인천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가 도울 일이 있냐”고 묻자 강연을 부탁받았다고 한다. 이어 “전국적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목소리의 동력이 계속 약화되는 시점에서 이를 아직도 부여잡고 있다는 것은 오랜 기간 세월호 문제를 다뤄왔던 내게 있어서 고마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민의 힘’ 결성 취지가 인천 사회의 여러 가지 부당한 현안들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세월호부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 전했다.
 
그는 인천에서 아직도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호소가 높은 부분을 발견하고 처음엔 놀라기도 했단다. 현재 광역시들 중에서는 인천과 광주가 이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특히 인천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높은 것을 독특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 “인천 시민들께서 세월호 문제는 여야 떠나서 비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인천도 80년대 당시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이 활발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사실들을 전해 들으면 세월호에 대한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오는 금요일 강연에서는 세월호에 대해 조사한 결과와 이에 대한 정부의 거짓 조작 의혹 등 여러 가지 내용을 말하게 된다. 실제 그의 세월호에 대한 조사 작업은 ‘백년전쟁’만큼이나 의미 부여가 될 수 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오래 전부터 정치 시사 프로그램 ‘파파이스’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거짓 조작 의혹 및 세월호 유족에 대한 계속적인 인격 훼손 등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비판하고 있었고, 특히 집요하다 싶을 만큼의 조사를 통해 사고 당시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항적이 거짓 자료임을 주장했고, 결국 이것이 미국 CNN에서도 취재를 통해 최종적으로 정부의 항적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팀이 세월호 항적을 조사해 얻은 결과. 해군의 항적을 당시 구조작업에 참가했던 둘라에이스 호에 기록된 사고지점까지 끌어오자 해저지형과 맞닿아 있는 점이 확인된다. 흔히 배에서 앵커를 내려 수심이 얕거나 지형변화가 있는 등의 곳에서 앵커가 걸리거나 하면 배의 속도는 감소되는데 그러한 기록들이 전부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금요일 강연에서는 이미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주장하는 세월호 사고 당시의 항적과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던 배 ‘둘라에이스’호에 기록된 사고지점 및 데이터, 그리고 차후 해군 측이 정부 측과 다르게 발표하면서 나온 항적 등이 모두 다르고, 소형 요트조차 불가능한 각도 회전 루트가 대형 여객선의 항로에서 나온 이상한 정황과 함께 세월호의 운항기록(에코사운더 등)을 선원들이 해경과 함께 빼돌린 의혹 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는 계속적인 조사 작업을 통해 해군이 내놓은 세월호의 항적과 인근 무인도였던 병풍도의 해저 지형, 그리고 둘라에이스의 사고지점 기록 데이터를 연계해 정부가 사고 데이터를 조작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추가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정황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 등을 통해 정쟁화를 시킨 지는 오래됐고, 한편으로는 특정 세력이 “세월호 유족들이 사고를 빙자해 돈을 노린다”는 말을 인터넷 댓글 등으로 확산시키며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도 하다. 세월호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금요일 '시민의 힘' 발대식에서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후 인천에 대한 다큐 영상을 제작할 생각은 없는지를 물었다. 그는 “당장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도시가 성장하는 스토리는 어느 도시건 만들면 재밌는 작업이 될 테고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천의 개항 이후 역사를 말하는 다큐멘터리는 아주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면서 “사실 인천이 부산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을 많이 가진 도시인데,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걸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고 전했다.

* 시민의 힘 발대식 및 김지영 감독 강연은 오는 19일(금) 부평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오병석 2016-02-17 17:30:07
강연 듣고 싶은데, 시간과 장소가 궁금합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