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vs 대전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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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vs 대전 한국수력원자력
  • 김동환
  • 승인 2010.07.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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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승리 거두고 8강에 오른 인천 유나이티드
지난 21일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이하 FA컵) 16강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가 대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대전)을 2대0으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경기 주도권을 잡은 인천이 90분 동안 대전을 몰아붙였음에도 2골밖에 넣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쉽게 보지 말아야 했던 대전

대전은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지만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말아야 할 팀이다. 지난 해, 내셔널리그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올해에는 전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공격력이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1일 열렸던 FA컵 32강전에서 대전은 연장 전반에 터진 결승골로 강원FC를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작년에 열린 FA컵 32강전에서 경희대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인천에게 대전은 또다시 패배를 안겨줄 수 있는 팀이란 점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특히 16강전이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단판승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베크리치의 선발 출장

인천은 지난 19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출신 미드필더 ‘사미르 베크리치’의 영입을 발표했다. 베크리치는 지난 해 보스니아 1부 리그에서 28경기에 출전, 11득점과 14도움을 기록한 선수로서 인천의 미드필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베크리치가 대전전에 출전할 수는 있다고 해도 교체선수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였다. 단판승부에서 팀에 새로 들어온 선수를 선발로 출전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대전과의 경기부터 공식적으로 지휘봉을 잡게 된 김봉길 수석코치가 베크리치를 선발출전 명단에 올리며 그의 플레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드러냈다. 선발로 경기에 나선 베크리치는 후반 21분에 교체되어 나가기 전까지 브루노와 유병수를 뒤에서 받쳐주며, 대전 진영의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플레이로 인천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었다. 앞으로 인천 중원의 새로운 공격자원으로서 활용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브루노 “공은 이렇게 차야지”

대전전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전반전 동안에 ‘브루노 지금 뭐하는 거야?’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브라질 선수답게 화려하게 공을 골대 위로 여러 번 날린 브루노. 전반전 내내 브루노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은 잠들기에 딱 좋은 방법이었다. 관중들의 이런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공을 골대위로 화려하게 날려 버리는 재롱을 부리던 브루노가 이번에는 공을 제대로 차는 법을 보여주었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왼쪽 지역에서 대전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드리블 하던 브루노가 오버헤드킥으로 멋지게 골을 넣었다. 유병수의 골로 앞서가는 여유로운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원래부터 오버헤드킥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브루노의 골은 평일에 어렵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었다. 골을 넣은 후, 브루노는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라(Capoeira) 세리머니 대신 두 손을 번쩍 들어 감사의 세리머니를 보여주었다. 득점 이후에도 브루노는 적어도 두 골은 더 넣을 수 있었지만 제주전을 대비하여 체력을 아끼기 위해 골을 넣지 않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제주전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브루노가 몇 골을 넣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격수를 중심으로 한 교체

전반전의 두 골로 대전에 여유롭게 앞서가던 상황에서 김봉길 수석코치는 후반전에 투입한 교체선수를 모두 공격수로 채웠다. 공이 아무리 둥글다고는 해도 상대는 실력 차가 있는 팀이고, 단판승부를 화끈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던 듯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남준재, 도화성, 강수일을 차례로 투입하며 더 많은 득점을 노렸음에도 경기 전개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드필더의 꼭지점에 선 도화성이 이리저리 공을 내주고 중거리 슛을 노렸지만 더 이상 대전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1점차로 승리해도 이기는 단판승부이지만 자신의 공식적인 첫 경기에서 더 많은 득점을 원했던 김봉길 수석코치로서는 경기 종료 후에 매우 아쉬워했을 것이다.

10번 잘하다가 1번 못해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것이 수비수

축구 경기에는 항상 이변이 존재한다. 특히 단판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토너먼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객관적으로 실력 차가 존재하는 양 팀이라 해도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대전도 그랬다. 경기 중에 이따금씩 인천의 골문을 위협하는 프리킥과 중거리 슛을 보여주며 인천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대전과의 경기에서 인천의 수비는 100% 완벽하지 못했다. 가끔씩 대전에 공을 넘겨준 플레이는 먼 길 오신 손님에게 한 골 정도는 주고 싶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축구를 하는 어느 선수든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공격수가 한 번 저지른 실수보다 수비수가 한 번 저지른 실수가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축구다.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에 실점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에 100% 완벽하게 수비를 하는 팀은 없다. 비록 승리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상대가 약팀이라고 방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느 팀이든지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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