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성정치 학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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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성정치 학살사
  • 김성미경
  • 승인 2016.03.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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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김성미경 /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젠더센터 젠더고물상 연구위원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145개국중 115위이며 정치적 권한분야는 101위로 전 세계 꼴찌수준이다.


정치권 진입을 위한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95년 북경여성대회 이후 한국에서는 여성단체와 개혁적인 정치인들과 함께 여성할당제를 선거에 도입했음에도 점점 더 꼴찌를 향해 간다.

 

여성할당제 시행 16년, 그동안 4번의 총선과 4번의 지방선거, 3번의 대통령을 뽑았다. 여성할당제 30% 정치권 진입을 위한 도전은 그동안 힘겹지만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여성정치인 당선자 비율은 16대 5.9%, 17대 13%, 18대 13.7%, 19대는 15.6%이다. 남성과 여성인구가 반반인 고로 정상적으로 남녀동수제도가 정치적으로 옳바른 선택이지만 현실은 30%도 가야 할 길이 험하다.

 

이제 20대 총선 후보 공천이 끝나고 본격적인 총선모드에 돌입했다. 전국적으로 선거구는 총 253개, 총 입후보자 수는 944명, 그중 100명, 10.6% 정도가 여성후보로 공천되는 등 여성할당제 성적은 매우 저조 하다. 이를 바탕으로 20대 총선에서는 더욱더 여성 정치인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그 원인은 바로 정당의 공천방식 때문이다.

 

정치적 약자인 여성과 소수자들을 정치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채택하고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선거법에 있는 비례대표 남녀 교호순번제, 각 당의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는 여성할당제 30%,  그리고 유리한 지역에 여성을 우선 공천하는 방식등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리한 지역에 여성우선공천 전략이 가능한 지역은 수도권 몇몇 지역 외에도 여당에서는 경상도 지역, 야당은 호남지역이 있었다.

 

그러나 후보 등록 결과를 보니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당선에 있어 유리한 지역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도 여성후보를 한 사람도 공천하지 않았다. 당선이 유력 할 수록 여성들은 배제의 1순위가 되었다. 이번 20대 총선 여성할당제 약속 이행에 대한 각 정당에 점수는 10점 미만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0점이다.

 

인천의 성적을 보자. 13개 선거구에 달랑 3명이다. 새누리당, 국민의당, 그리고 진리대한당에서 여성후보를 한 사람씩 냈다. 거대야당 중 하나인 더불어 민주당은 여성후보를 하나도 공천하지 않았다. 후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안 한 것이다. 여성할당제 약속을 이행 했다면 최소한 9-12명 정도의 여성정치인 후보가 있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한 명의 여성후보도 없는 지역으로 충청남북도와 제주도가 있다. 그러니 인천은 망신만 면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당의 공천에서 후보확정을 받고도 야권연대로 인해 배제된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 신현환 전 시의원은 24일 성명을 내고  "심지뽑기라도 하자"며 울분을 토했다. 아마 전국적으로 정치를 꿈꾸었던 많은 신인 여성후보들은 같은 마음 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공천과 관련하여 정당에서 여성후보를 떨어뜨리려면 경선을 붙이고, 붙여주려면 단수공천을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었다. 돈과 조직으로 무장한 남성후보에 대항하여 10% 가산점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위 '기획경선'이 기다리고 있기에 실질적으로 경선이란, 공천배제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구 을의 경우는 아예 경선도 없었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당의 인천시당차원에서 야권연대 협상으로 거래된 지역이 남구 을이었기 때문이다. 현직의원이 있는 지역은 답이 보이는 경선을 하면서도 신인여성후보의 지역은 '기획경선'조차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의 데자뷰 현상을 보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 소수자인 여성대표를 날리는 일은 껌을 씹다 버리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다. 여성할당제나 청년할당제등 소수자를 위한 적극적 조치는 야당들이 '진보'를 이야기해야 할 때, 정체성이 불리해 질때, 확실하게 수사적으로 쓰이는 표현인 것이다.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으로 국민들의 선택권을 무시한 채, 개인적 기득권 지키기 까지도 '정무적 판단'이라는 합리화의 블랙홀로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천결정이 된 후보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주저 앉히는 이러한 행위는 조폭이나 하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 또한 공평하지 않은 기회를 애써서 만들기로 한 약속을 내던져 버리는 그런 짓들은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 아닌가?

 

요즘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 있었던 것이 정치 뉴스이다. 모니터 안에서는 정치인들이 온갖 모습들을 다 보여주었다. 그 어떤 막장드라마, 조폭영화보다도 흥미진진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연대로 이미 굳건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국민"이라는 핑계 뒤에 숨겨진 패권주의적 의식이 도드라졌다. "국민/여성"이 보고 있는 데도 '남성들만의 연대'를 통해 소수자들을 배척하며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임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러고도 태연하다. 평소엔 마치 사회적 소수자들의 함께 하는 동반성장이나 공존의 문제에 깊이 고민하는 척 하더니 막상 정치적 권력은 절대로 나눌 생각이 없다.  이렇게 되면 돈이 있는, 기득권이 있는 자들끼리 정치권력까지 움켜쥐게 된다는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자들의 정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성공천의 문제는 주로 정당의 이념적 지향성과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당의 여성 우대조치의 명문화, 여성가산점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후보 당사자의 정치적 영향력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정당의 공천방식 제도개선방안연구.2015) 따라서 공천기준이 "그때 그때 달라요" 인 상황에서는 각 정당의 셀프 개혁은 기대 하기 어렵다.

 

정당의 다양한 기능 중, 핵심적 기능은 바로 공직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대의제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정당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킬 공식 제도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천을 둘러싼 암투와 정무적 이익에 몰두하지 않는 건강한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천제도를 대한 근본적 개혁을 주문한다. 그리고 여성할당제에 관해, 소수자들의 정치진입을 위한 기회의 평등을 제도적으로 강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정치인들의 더욱 적극적이고 치열한 노력과 투쟁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남성연대에 줄서기 하지 말고 다양한 네트워크로, 소수자 연대를 통한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기득권 줄서기 해 봐야 공천과정에서 어떻게 학살 당하는 지 보았을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에 의존하지 말고 선출직으로 당당히 서기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여성이나 소수자들이 비례를 받는 것은 언제든 내버릴 수 있는 배려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방식에 계속 의존한다는 것은 여성들이 영원한 2등 시민으로 낙인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평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진정으로 20대 국회에 진입하는 의원님들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민주적 절차들이 존중되고 약속이 지켜지는 그런 정치를 만들어낼 생각은 없는가? 최소한 심지뽑기라도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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