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사건과 옥시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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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사건과 옥시불매운동
  • 최문영
  • 승인 2016.05.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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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인천YMCA 정책기획실장

판매가 돼서는 안 되는 제품이 정부의 승인아래 판매가 됐고, 학자는 양심을 저버린 채 기업에 유리한 보고서를 제공했다. 기업은 이윤에 눈이 멀어 이 같은 일을 저질렀고 국가와 정부는 책임을 서로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국내 최고의 법률사무소는 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할 묘수를 자문했고 정부의 유관 공무원들은 유해성을 확인하고도 모른 체했다. 이 결과 수많은 생명들이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 국가는 떠밀리듯 뒤늦게 역학조사를 했고 심각한 유해성이 있었다고 판단했음에도 이 같은 일을 수년간 저질러온 기업에게 내린 처벌은 고작 5천만 원이다.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기업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불매운동이 번져나가자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고 형식적 사과를 했지만 사건의 여파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1994년 '유공'은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습기 세균번식을 단번에 해결해 줄 '신의 한수'였다. 기업들은 앞 다투어 살균제를 내놨고 2010년경에는 약 20종의 제품에 연간 60만개 가량이 소비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2년 5세 유아가 갑자기 호흡에 불편함을 느낀 후 사망했고 이후 유사한 증상으로 여러 아이들이 사망하자 전문가들은 두 차례에 걸쳐 대한소아과학회에 보고한다. 이어 2008년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망자 36명, 평균 발병나이 26개월로 확인됐다.
2011년 아이를 낳은 임신부의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났고 같은 증상을 보인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했다. 병원 측은 이러한 괴질환이 아이들만이 아닌 성인에게도 치명적이라는 것을 깨달아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원인을 찾아냈고 결국 '가습기 살균제 위험 요인 추정'이라고 발표하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에 첨가된 어떤 성분이 코로 흡입되면서 폐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자기 손으로 자신의 자녀들을 죽였다는 생각에 절규했다.
당시 김황식 총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책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나 정부가 판매 기업에 내린 조치는 과징금 5천만 원이 전부였다.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개별적인 소송과 시위뿐이었다.
이후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책임자 처벌과 피해 보상 문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결국 올해 초 가습기살균제 검찰조사가 시작됐다. 롯데마트는 검찰 소환이 임박해서야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고, 흠플러스도 보도 자료를 내고 보상의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는 침묵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한 146명 가운데 103명이 옥시제품을 사용했다. 조사결과 옥시는 원료 중 유해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2일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배상 의지를 밝혔다.

인천소비자연맹, 인천YMCA, 인천YWCA, 녹색소비자연대 등 인천지역 7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인천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옥시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한 이후 인천지역 주요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옥시제품 판매여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모든 매장에서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옥시의 국내 판매 상품은 세탁용품, 방취제, 주방용품, 위생용픔, 청소용품 등 생활용품 전 영역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세탁용품으로 <옥시크린>과 <파워크린>, <오투액션> 등이 있고, 흡습류로 <물먹는 하마>와 <냄새먹는 하마>, 위생용품으로 <데톨>등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품목들이다.
조사결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킴스클럽, 하나로마트 등 모든 매장에서 주요 옥시제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이 소비자를 농락하는 외국기업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국내 대형마트에서 버젓이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원플러스원 행사를 펼치는 등 이익과 상술에만 집중하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천소협은 국내 기업에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떠한 제품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옥시가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 보상 계획 등을 내놓을 때까지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불안정한 사회가 낳은 인재이다, 정부와 정당, 기업과 학계, 법조계 등 모든 사회주도층의 무책임성과 부도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과 절망속에 있고 소비자들은 불안과 의심이 팽배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생활용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일 수밖에 없게 됐다. 일상 생활과 가장 밀접한 목욕용품, 주방용품, 위생 및 청소용품 등이 소비자의 인체에 가장 위협적인 용품들이 된 것이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불매운동 밖에 없다. 정당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국가가 지켜야 한다.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옥시불매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습기 피해자 김택기, 박기용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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