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일시장, 잊혀진 공간에 모이는 '새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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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일시장, 잊혀진 공간에 모이는 '새로운 사람들'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6.15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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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공간 팩토리얼' 활동가, 거리울림 대표 백지훤

남구 용일시장에 위치한 공유공간 팩토리얼. 지난 6월 11일 개소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구도심 활성화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지역사회 주요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의 청년들이 시장에 모여 새로운 활동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이곳에서 단순히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공간을 통한 지역 공동체 회복과 새로운 세대의 교류를 꿈꾸는 '거리울림'의 대표 백지훤씨(33)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거리울림 대표 백지훤씨. 사진 = 이미루 기자


그는 '청년과 지역의 만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또한 청년과 지역주민이 대상화되고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버리는 현상에 대해 고민이 깊어 보였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와 경험, 활동 목적 등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공유공간 펙토리얼(Factorial)'은 어떤 공간인가? 

팩토리얼은 크게 세 가지 운영목표를 가지고 있다. 용일시장 일대의 주민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과, 지역 청년 활동가들의 지역공동체적 거점 역할, 그리고 작업실 공간 등의 활용을 통해 지역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 그것이다. 용일시장 일대를 보면 50대 이상 되는 주민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낮시간에 모여 있을 수 있는 쉼터도 없고 활동할 것이 없더라. 그래서 이 공간이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특히 청년 활동가들을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이 없었는데, 크게는 인천 전체, 작게는 남구에 있는 청년 단체나 활동가들이 이용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의 거점 공간 역할을 하고 싶다. 이렇게 모인 청년들과, 문화예술 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종의 사회적 자원으로서 지역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장이 되고 싶다는 고민을 많이 한다. 

꼭 예술가나 문화 분야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목적,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모여서 공통된 지역의 고민을 나누고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지역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공간은 일종의 컨소시엄을 대체 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하고, 운영 주체는 이 공간을 구성했던 모든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이 공간은 어떻게 구성하게 되었는가? 

처음 이 공간을 발견한건 '그린빌라레지던시'의 정미타 작가인데, '재미난 나무'의 대표 이성민씨가 이 공간을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공간을 임대 했었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 기획하는 과정에서 '거리울림', '그린빌라 레지던시'의 일부 참여 작가, '재미난 나무'가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사실 처음 이 공간에 들어 왔을땐 거의 폐허나 다름 없었다. 20년이 넘게 제대로 사용하지 않던 공간이어서, 건물 내에 균열도 많고, 손 볼 곳도 워낙 많았다. 그렇다고 업체를 불러 제대로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을 하기에는 예산이 워낙에 부족했다.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 할 수 있었지만, 재료비 정도. 그래도 지역에서 주민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응원도 해 주셔서 그나마 개소식을 할 수 있었다. 사실은 5월달에 개소식을 하려 했는데, 우리들끼리 하다보니 아무래도 미뤄지더라(웃음).

그래도 처음 이 공간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여러 단체들이나 개인의 성격도 목적도 다 달라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공통적인 키워드는 '지역 공동체'로 수렴되더라. 그래서 앞으로 진행하게 될 프로그램도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다. 


#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간인데, 지역에 산별적으로 존재했던 청년들을 네트워킹의 형태로 구성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공유공간 팩토리얼은 공간의 일부를 레지던시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 이미루 기자


사람들을 모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같이 작업을 진행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닌 것 같다. 내부적인 문제도 있을 수있고. 그래도 각자가 어디서 뭘 하는 단체인지 정도는 알음알음 다 알고 있더라. 서로의 존재조차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보다는 서로에 대해 알고 약하게나마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고민해 볼 문제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가 됐든 사정은 비슷할 것 같은데, 단체들간에 혹은 다른 사람들이 모여 협력사업을 진행하기 힘든건 인천이나 남구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청년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면 워낙 열악한 상황에 처해져 있기도 하고, 하는 일에 비해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나 오래 활동한 활동가 분들과 기획을 할 때는, 청년 활동가 인력풀(pool)을 정당한 대우나 댓가 등이 없이 이용하려고만 하는 태도도 보인다.

그래서 청년들이 내부적, 외부적으로 많은 상처를 받은 것도 크다. 게다가 청년 활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워낙에 좁기때문에 이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 지는데, 이런 경쟁구도 속에서만 서로를 마주하다보니 서로 불편해 지면서 연대보다는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결과를 만든게 아닐까 한다.  

청년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지방 정부의 정책이나 행정, 이런 것들에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어떤 형태가 됐든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후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 활동을 주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활동에 참여하는 '지역주민'과의 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이 공간에 들어가면 맨 처음, 이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이미루 기자

그 문제가 제일 큰 고민이다. 우리 활동이 지역주민들을 대상화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주민들이 우리 활동을 지지해 줄 수도 있고, 불만이나 감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는거고. 활동을 하다보면 갈등이 생길 수 있는데, 이건 결국 시간이 오래 흐르고 천천히 풀어내야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2014년부터 지역공동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활동을 했는데,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그런 문제들이 정말 많더라. 그래도 이게 감정적으로 맞대응할 문제가 아니라 인내심을 가지고 지역주민들 틈을 파고 들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게 중요할 것 같다. 

지금 이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과 이 곳에 터잡고 살아오신 분들의 삶의 경험과 역사가 다르고, 생활 분위기나 문화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충돌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단순히 사업을 하려고 들어온게 아니라 공동체성을 지향하고자 이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하지 않을까. 


# 이 지역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용일시장이나 이 일대는 어떤 지역인가?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잊혀진 공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된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아 있는 잊혀진 공간. 또 다른 시각으로 봤을땐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갈 기회가 무궁무진 한 곳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지역이 워낙 재개발 문제를 오래 겪었는데,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방치된 기간이 길다. 근데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훼손되지 않고 공간 구조같은게 대부분 남아있다. 

이런걸 부수고 새로짓는 활동보다는 재생해서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바라보면 사실 지금 있는 지역구성원들 만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존의 상가분들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다.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시야를 가진 친구들과 결합한다면, 새로운 시선과 방향을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들이 이 지역이랑 매칭(matching)되기도 했고, 기존의 경험과 새로운 상상력이 결합되는 경험이랄지.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 볼 계획인가? 
 


공유공간 팩토리얼 개소식. 사진제공 = 공유공간 팩토리얼

우선, 이 곳에 재래시장이 구성되어 있고 용일시장이란 타이틀이 있으니, 기존의 재래시장을 예술시장 같은 형식으로 활용해볼까 한다. 연남동에 동진시장도 그런 시도를 했던 곳이다. 그린빌라레지던시나, 이 공간에 입주하는 작가들이 각자의 창작물을 거래 할 수 있는 곳. 그렇게 되면 시장의 기능을 그렇게 다시 복원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 독일에 다세대 교류센터라는 개념이 있는데, 30년 주기로 다른 세대로 정의 한다고 할 때, 총 4개 세대가 함께 어울리고 모여 활동을 하는 센터다. 이 모델을 이 지역에 맞게 변형을 해서 만들면 어떻까 한다. 예술가나 다른 활동가들이 모이면 억지로 만들어 내려고 하지 않아도 새로운 요소들로 이루어진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이 공간은 청년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니까, 지역주민들에게도 공간을 개방해서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지역에 워낙에 비어있는 공간, 즉 공가가 있는데, 이 공가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아티스트나 기획자들을 매칭해 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공간과 사람을 매칭하고 새롭게 배열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면 좋지 않을까한다. 그런 공간이 한 군데 몰려있거나 밀집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점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선으로 엮고, 면으로 만들어 띄우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럼 이 공간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그는 이 외에도, 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서 여러 단체와 함께 연대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공간에 대한 고민과, 청년, 지역주민, 지역 공동체의 구성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청년들의 활동에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들이 함께 발벗고 나서 연대해야 이런 의미있는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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