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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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
  • 이혜정
  • 승인 2016.08.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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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혜정/ 청소년창의문화공동체 '미루' 대표

가혹한 정치의 시대다. 지난해부터 질질 오줌 지리듯 찔끔거리던 사드 배치 논란이 결국 표면에 드러났고 회오리가 되었다. 정부는 단칼에 7월 8일 ‘사드’ 배치를 천명하고 13일에는 후보지로 경북 성주를 발표했다. 뉴스에 나온 성주의 노인정에는 거실 전면 크기의 박근혜 대통령 대형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런 성주는 아연실색하다가 결국 수습하고 자신의 갈 길을 정했다. 7월 13일 이후 성주의 촛불은 사실상 제3후보지가 결정된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사드’를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 차원에서 배치한다고 했다.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층 효용성이 있는 방어적 조치가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사드’ 라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소명이라고, 더 이상의 분열은 안된다고 강력하게 응수하는데, 성주는 왜 그리고 새롭게 부지 논란에 휩싸인 김천까지 감히 정부에 맞서며 북을 이롭게 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일까?
 
“엄마 아빠가 지켜줄게, 사드 절대 접근 불가”
이것이 성주의 마음이다. 참외로 인사로 주고받던, 평화로운 성주에서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젊은 엄마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가 촌동네니까 서로 다 아는 집이에요. 앞집·뒷집 벨 눌러서 촛불집회 같이 가자고 하는 거지예. ‘빨리 가입시더. 퍼뜩 안 나오면 사드 옵니더" 카면서.(한순남 성주주민) 그동안 정부는 사드 X-밴드 레이더에서 방출하는 전자파가 국내외 인체보호기준에 부합하는 미량이어서, 100m 이상 떨어지면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인 '전자파 흡수율(SAR)'은 6분간 단기 노출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사드 레이더와 같은 장기간 노출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드리고 있다. 미 육군 교범에는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 3.6km까지 설정되어 있다. 이미 사드 레이더가 배치된 괌의 경우 아예 민가가 없고 일본은 위험 반경에 벗어난 곳에 민가가 있지만 전자파와 발전기 소음으로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사드가 배치되는 순간 위험은 상수가 된다. 한목소리를 내던 미·중·일·러가 한·미·일 대 중·러·북한으로 대립하는 신냉전 질서로 재편되게 된다. 그 조짐은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교역 1위 국가인 중국과의 교역이 삐걱거리면 가뜩이나 정체 상태인 한국경제엔 어떤 결과가 생길지도 불을 보듯 뻔하다. 사드가 남한 내에서 실제적으로 북의 핵무기를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도리질을 하는 상황이다. 국익을 이야기하는데 어떤 국익이 있는지 확연하지 않다. 불확실한 국익을 위해 확실한 국익을 버리고 내 삶과 새끼의 안전을 내줄 부모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의 동의없는 사드 배치 올바른 결정일까?‘
여름방학에 청소년들과 쇼셜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매년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주인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참여를 열어내기 위해 진행하는 방학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주제를 ‘역사’로 잡고 청소년들이 모였다.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사회적인 행동 캠페인, 홍보물 제작, 손 피켓 제작 등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올해 청소년들이 토론과 투표를 통해 결정한 주제 중 하나가 ‘사드’였다. 사실 좀 놀라고 이 문제를 청소년들이 어떻게 접근할 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정보 수집에 익숙한 청소년답게 정보를 수집하고 우선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 수렴되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여론을 묻는 방식의 캠페인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생각과 이견이 반영된 손피켓도 만들고 홍보물도 만들었다. 청소년들이 만든 손피켓은 이러했다.
 
‘떨어지는 전자파 폭탄, 떠블로 한중무역 파탄‘,
’사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 드러내주세요. 나타내자 생각, 생각‘,
’맛있는 참외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건가요?‘,
’국민의 동의 없는 사드 배치 올바른 결정일까?‘,
’한국 위한 사드배치?, 미국 위한 사드배치?‘,
’정말 자국민의 안전?, 미국 눈치 보는 것 아니고?‘,
’중러냐,! 사드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쟁 막는 사드? 전쟁 부추기는 사드?‘,
’사드는 BUY, 주식은 BYE',
'THAAD 전자파 안전할까?‘,
’THAAD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
 
청소년들의 생각은 분명했다. 청소년들도 국가의 안위와 안전의 문제를 앞두고 자신들의 의문을 제기했다.
 
가혹한 정치와 맞서기
공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가혹한 정치라고 설파했다. ‘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 노나라 출신인 공자가 노나라의 혼란 상태에 환멸을 느끼고 제나라로 가던 중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공자는 여인에게 사연을 묻자 여인은 “옛적에 시아버지와 남편이 모두 호랑이게 당했는데 이제 아들마저도 그것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공자는 어째서 이곳을 떠나지 않았냐고 물었다. 여인은 "이곳은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거나 부역을 강요하는 혹독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이를 보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현대의 가혹한 정치는 국민의 안전과 안위의 본질을 훼손하고 그 이름으로 국민의 민의가 반영되지 못하는 일방통행의 통치다. 우리가 세월호 앞에서 무참했던 것은 배의 좌초가 아니라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데 있다. 그리고 더 비참했던 것은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가 묵살된 것이다. 일방통행의 가혹한 정치, 국민의 안전 없이 헛도는 국가의 안위라는 허장성세 앞에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그러나 무서운 호랑이 때문에 방안에 꽁꽁 방문을 걸었던 과거와 달리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가혹한 정치와 맞서기 위해 성주의 엄마, 아빠는 촛불을 들고 인간 띠를 잇고 있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그 한사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우리의 아이들이다. 성주가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성주다. 그것이 아름다운 정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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