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연습생 신화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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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연습생 신화를 꿈꾸다!
  • 김지혜
  • 승인 2010.08.15 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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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배원호 인터뷰



초등학교 3학년, 축구부에 들어가고 싶어 무작정 축구부원들 옆에서 공을 차던 소년이 있었다. 자기가 제일 잘하는 개인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해보이던 당찬 아이. 그렇게 축구부원들 옆에서 알짱대던 그 소년은, 일주일 후 축구부 감독선생님께 불려가게 된다. “너가 3학년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는 그녀석이냐?” 축구 유니폼을 입은 형들 앞에서, 멀뚱히 서있던 그에게 감독이 다시 말한다. “부모님한테 허락받고 내일부터 축구부에 들어와라.” 인천유나이티드 신인 배원호가 말하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심장이 두근댔던 순간이다.

-배원호 no.41 FW

-1987년 4월 14일 (경기도 수원)

-174cm, 72kg

-구은초-수성중-서울중경고-원광대학교

-데뷔 2010년 인천 유나이티드 FC 입단 

축구밖에 몰랐던 유년시절
배원호는 수원 토박이다. 그의 유년시절에 수원삼성이 창단됐고 상승세를 탔던 그 때의 수원경기장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당연히 그 곳에 배원호도 있었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한 번도 안 빠지고 경기를 봤어요. 경기를 볼 때마다 심장이 떨렸어요. 선수들 뛰는 모습 보면서 내가 뛰고 있는 것 같았어요.” 6살 때 축구공을 처음으로 만진 이후로 줄 곳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말하는 그.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축구부 생활를 반대하자 3일간의 단식투쟁으로 허락을 받아냈다는 일화를 꺼내기도 한다.

미소천사 배원호
짙은 눈썹에 웃을 때 살짝 드러나는 덧니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운동이 끝난 직후에 갖은 인터뷰라 피곤할 법도 하지만 내내 미소로 화답하던 그의 얼굴에서 밝은 성격이 묻어나온다. “가끔 바보 같다는 소리도 들을 정도로 너무 잘 웃어요.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힘들 때마다 힘을 주는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그가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책속의 글귀’ 중 한 가지를 이야기 하자면 ‘금’중에서 가장 귀한 금은 14K도,24K도 아닌 ‘지금’이라고.

 행복한'지금'
“사실 4년 전 대학시절만 해도 내가 과연 ‘프로선수’가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 축구부가 창단됐거든요. 각종대회에서 예선 탈락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그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여기에서 축구에 대한 희망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다들 의욕이 없었어요. ‘프로선수’에 대한 희망까지 버린 친구들도 많았어요.”하지만 그는 끝까지 그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힘들었지만 그 희망덕분에 지금 ‘프로축구선수 배원호’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비록 2군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공을 차고 있지만, 1군 무대에서 데뷔골을 넣을 그 날을 매일같이 생각해요.”

 인천유나이티드- 눈물이 왈칵
번외지명으로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쁨의 눈물이 났다던 배원호 “어릴 때부터 프로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잖아요.” 축구선수로의 첫 발걸음, 그에게 있어서 인천유나이티드는 꿈에 첫 발을 내딛은 공간이다. “저에게 있어서  인천은, 다른 어떤 구단과 비교할 수 없는 곳이에요.”

 체력, 순간스피드 100점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물었다. 저돌적인 스타일에 빠른 순간스피드와 체력을 장점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단단해 보이는 몸매가 ‘이근호’나 ‘고종수’를 떠올리게 한다. “한 번도 부상을 입은 적이 없어요.” 90분 동안 경기를 뛰어도 지치지 않는다는 그, 때문에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뛰려고 한다는데.. 요즈음은 과하게 쭉쭉 달려 나가는 스타일에 대한 지적을 받는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제게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창의적인 플레이에 대해 주문하세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라 공부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는 R리그 원정 경기에서 프로 첫 골을 넣었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저에게 페널티킥 찬스가 왔어요. 한 골 넣고 나니까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 4월 22일 문학보조경기장에서 열린 R리그 성남과의 경기에서 배원호가 돌파를 하고있다.

목표는 한 계단씩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잖아요. 그게 더 장점일 수 도 있어요.” 인천에서 처음 뛴 경기는 R리그 개막전 수원과의 홈경기, 그는 후반 40분에 교체선수로 들어갔다.두 번째 성남과의 경기에서는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교체선수로 들어가더니, 그 다음경기에서는 선발출전멤버가 되었다. “앞으로 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까요. 기대해주세요.”

출퇴근하는 연습생
배원호는 현재 집에서 경기장까지 매일같이 출퇴근을 하고 있다. 수원에서 인천까지 왔다 갔다 하는 그 시간이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것 또한 즐겁게 생각하려고 한다. “회사원이 된 기분이에요. 중고등학교 숙소생활 할 때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기분이랄까?” 아침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보면서 ‘오늘하루도 이 밥 먹고 힘내자!’ 집에 돌아와 여동생이 만들어주는 음식에 감동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표현은 잘 못하지만 항상 감사하는 아버지 어머니, 이제는 다 커서 오빠 뒷바라지 해주는 동생. 항상 고마워요.”

감사,그리고 또 감사
배원호는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 자신을 아껴주고 채찍질 해주는 2군감독 ‘우성용’에서부터 시작해서 밥을 함께 먹으러 다니는 ‘노종건’ 지난번에 운동 끝나고 음료수를 건네준 ‘임중용’ 가끔 핸드폰으로 파이팅의 문자 메세지를 보내준다는 ‘안재준’ 정신적 지주라는 ‘김민수’ 잘챙겨주는 '한덕희'등등,, 인터뷰 시간만 넉넉하게 있었다면 2군 버스 기사님에서부터 식당아주머니까지 나올 것 같았다.

나의 날개
그는 굉장히 유명한 여자친구를 두고 있다. 그녀는 모 텔레비전 방송에서 ‘동국대 성유리’로 출연한 적이 있으며 그 외에도 케이블방송 출연, 여성의류쇼핑몰의 CEO이기도 하다. 이렇게 잘나가는 여자 친구를 둔 그는 말한다. “제 연봉은 천만 원이 겨우 넘고, 여자친구 매출은 년1억이 넘어요. 여자친구 덕분에 목표가 하나 더 생겼어요. 2억짜리 선수가 되는거요.” 10년 전에 여동생의 친구로 알게 되었던 지금의 여자친구. 밝고 상냥한 미소로 힘을 불어넣어 주는, 자신에게 목표를 선물해준 고마운 인연이라 말한다.

 

ⓒ 5월29일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즈 체육대회에서 팬들과함께 미니게임을 즐기는 배원호

팬을 위해 뛰는 선수
1군경기가 열리는 문학주경기장에서 배원호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다. 경기를 볼 때마다 인천유니폼을 입고 방방 뛰어다니며 ‘인천 이겨라’라고 외치는 꼬마 팬들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저도 어렸을 때 저 꼬마들처럼 응원했었어요.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고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고요.”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을 위해 꼭 1군 무대에서 뛰겠다 다짐하는 그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하고 싶어요. 팬들이 즐거워하는 경기를 하고 싶고, 골세리머니도 팬들을 위해 하겠어요.”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말하는 그, “서포터즈가 다함께 ‘배원호’이 세글자를 불러주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가슴 짜릿할까요!”

'연습생 신화'를 꿈꾸다
어릴 때부터 특출한 선수도 아니었고, 특별한 경력도 없으며, 아직 이름도 낯선 무명의 선수이지만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연습생 신화, 제가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 분명 어려운 고비도 있고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다시 일어나서’ ‘포기하지 않고’ 그리고 꼭 성공해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어린 시절 느꼈던 축구에 대한 두근거림. 그 희열과 감동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하얀 백지장 같은 배원호. 화려한 경력으로 수놓은 선수들 보다 오히려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아직 그에게 채워넣을 빈자리가 많기 때문일까? 처음이라는 어려움과 두려움 속에서도 당찬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면, 언젠가 또 다른 무대에서 “너가 한국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는 녀석이냐?”라는 물음을 들을 날이 곧 올 것만 같다.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설레는 프로 첫 발을 내딛은 배원호, 지금부터 시작 될 그의 축구신화를 기대해본다.

글-사진=김지혜UTD기자 (hide5-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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