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도서관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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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도서관을 깨운다"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0.08.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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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도서관 '도서관에서 하룻밤 추억 만들기'



지난 14일(토요일) 오후 8시. 어둠이 조금씩 내리고 전등 불빛이 꺼져 있던 연수도서관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면서 조잘거리는 아이들 이야기와 함께 웃음소리가 조용하게 잠든 도서관을 깨운다. 도서관은 어느새 30여명의 아이들로 북적이면서 1박2일을 함께 보낼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꿈과 추억을 만들어주고 도서관을 자연스럽고 친근감 가는 공간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연수도서관에서 주최한 '도서관에서의 하룻밤'. 올해로 2회를 맞는 특색 있는 행사로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김희권 열람봉사과장은 "인천에서는 연수도서관이 시범적으로 시도하는 행사로 낮에는 참여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만들면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1박2일 동안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첫 프로그램은 낯설고 서먹서먹한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시(詩)를 노래로 불러보는 '시를 노래하다' 시간이다. 친근감 있고 정감 가는 노래를 배우고 부르며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책을 찾아라'는 공공도서관에서 사용하는 한국 십진분류법과 책의 주소와 같은 구실을 하는 청구기호 보는 법 등을 들은 후 직접 책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저마다 책 제목을 컴퓨터로 검색하고 책꽂이 앞에 서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찾는 눈빛들이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아이들은 찾는 책을 발견한 순간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고 책을 그 자리에서 읽으며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지유빈양(중앙초등학교 4학년)은 "혼자서 직접 책을 찾아보니까 엄마가 도와주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고, 내가 찾은 책이라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빛을 이용해서 형광색을 발하게 하는 '블랙라이트 인형극 공연'은 아이들에게 어둠 속에 피어나는 인형들의 환상 속 세계를 보는 것처럼 신비감과 즐거움을 주었다.

인형극 공연이 끝난 후에는 각 모둠별로 지정된 이야기책을 읽고 아이들이 직접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만들고 꾸미면서 자신이 직접 만든 '블랙라이트 인형극'을 친구 앞에서 발표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프로그램진행자 엄정희씨(어린이도서연구회 연수지회장)는 "모두 잠든 시간에 도서관에서 프로그램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생각도 커지고 도서관의 책들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도서관 전체투어' 시간에는 '잠자고 있는'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도서관에서 하는 역할과 보유하고 있는 도서 등에 관해 도서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도서관과 사귀어 보기도 했다.

'즐거운 간식' 시간에는 찐감자, 옥수수, 단호박 등을 먹으며 강사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됐다. 여름밤 할머니께서 쪄 주신 감자를 먹으며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그런 것이리라.

마지막 프로그램은 '봉숭아물들이기'. 손톱 위에 곱게 빤 봉숭아를 올리고 비닐과 실로 감싸 묶는 동안 아이들은 물든 손톱을 머리에 떠올린다. 그리고 설렘으로 시작한 도서관의 하룻밤 여행을 추억으로 남기며 새벽녘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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