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참여하는 문화창조도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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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참여하는 문화창조도시로 가자"
  • 이병기
  • 승인 2010.08.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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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② 서울과 성남의 문화창조도시 사례


지난 6월5일 성남시에서 열린 사랑방오케스트라 행사 사진

취재: 이병기 기자

글 순서

1. '문화의 거리' 운동을 '창조도시론'으로
2. 서울과 성남의 문화창조도시 사례
3. 인천에서 문화·예술 1번지가 되려면?

'창조도시론'으로 도시의 틀(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는 '창조도시 도전'이란 글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 '창조도시론'이 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창조도시를 "'금전지상경제'에서 '인간의 창조성을 높이는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을 하는 도시"라며 "혁신적이면서 유연한 도시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전 지구적 환경문제와 지역사회 과제에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창조도시, 또는 창의도시를 도시발전 전략으로 내건 곳 중 대표적으로는 서울시와 성남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창조도시론이 도시마다 새로운 발전 전략을 대내외에 알리는 수단이 되면서 하나의 유행이나 구호처럼 정치적 수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창조도시론의 도시발전 전략을 실제 계획에 참조한 서울과 성남의 사례를 살펴보고, 인천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알아보자.

서울, '컬쳐노믹스'로 경제와 도시 발전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에 남아 있는 유적 답사를 진행했다.

서울시 문화국은 지난 2008년 4월 <Seoul 'Culturenomics' Vision & Strategy> 제목으로 문화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컬쳐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통해 서울시가 내놓은 비전은 '창의문화도시, 서울'이다. 서울시는 이 비전 아래 예술도시와 디자인 도시, 창조도시, 세계도시를 추진해 '매력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울시는 문화를 기반으로 도시매력을 조성하는 '문화계획', 글로벌 Top-10 도시 진입을 위한 컬쳐노믹스 전략인 '전략계획', 문화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계획', 시민과 더불어 만들고 추진하는 '열린계획'을 바탕으로 3개 분야 10개 핵심과제, 148개 단위사업을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10대 핵심과제로는 예술적 창의기반에서 ▲유휴시설이 문화예술 창의발신지로 변화 ▲유구한 역사를 복원해 서울의 매력 만들기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투자 활성화 ▲서울을 상징하는 문화특화지역 육성 ▲한강을 물과 사람이 만나는 서울상징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문화갈증 해소를 위해 곳곳에 문화의 샘 만들기 ▲물처럼 공기처럼 생활 속에 문화 흐르기를 제시했다.

도시가치와 경쟁력에서는 ▲서울을 세계 최고의 디자인 도시로 만들기 ▲문화의 창의를 바탕으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 ▲관광객 1200만 시대로 서울경제 활력 불어넣기를 나타냈다. 이를 위해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총 1조8532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 번의 터치로 서울의 문화, 관광 정보를 한눈에!

서울시 문화국은 2010년 '창의문화도시 서울' 주요 업무계획 중 하나로 문화예술의 창의기반 조성을 위해 2009년까지 조성된 창작공간의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공간별 특화사업을 시행하고 지역 재생의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상에서 문화가 흐르는 예술도시 구현을 위해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서울빛 축제 등을 세계적 축제로 발전시키고, 서울의 역사성·장소성을 갖는 대표 창작공연작품 제작과 수준 높은 고궁뮤지컬 공연으로 서울을 상징하는 문화예술작품을 개발·육성하게 된다.  

지난 2009년 말, '지역문화와 창조도시론 - 서울과 성남의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한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문화정책 계획은 다른 도시와 견주어 봐도 정책의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뚜렷하게 관철되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며 "창조도시론에서 말하는 창조산업의 육성, 창조적 환경 조성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라고 평했다.

건대입구역에서 하차하면 한강공원 뚝섬특화지구로 향하는 길을 알리는 사인물이 보인다.이는 다른 도시의 문화발전 계획들이 백화점 나열식으로 늘어져 있거나 상충된 사업들이 발생하는 반면, 서울시는 지향점과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사업들이 일관된 논리로 짜여 있다는 것이다.

이현식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문화계획은 정책 담론의 중심에 문화를 올려 놓았다는 의의도 있다"며 "이것은 결코 과소평가할 사안이 아니고, 이제까지 국가나 도시발전 전략으로 문화가 중심을 차지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문화는 다른 영역의 들러리거나 장식물에 불과했지만, 서울은 문화적 측면이 중심에 서면서 다른 영역(도시개발이나 경제발전 등)까지 견인해가는 수준에 올랐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계획은 정책 담론의 중심에 문화적 가치를 우선순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서울시 계획이 문화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이 사무처장은 지적한다. '컬쳐노믹스'라는 말이 상징하듯, 서울의 문화계획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과 도시발전이라는 요소가 문화와 창의의 외피를 걸친 것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시의 계획은 '서울'이기에 가능한 지점이 아주 많다"며 "문화를 산업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고, 일정한 문화시장을 형성해 문화를 통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은 한국에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대다수 예술가와 전문가가 서울에서 활동하고,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도 서울에 집중돼 있으며 예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구 역시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며 "서울이 다른 도시에 비해 오랜 시간 특별한 정책을 추진했다기보다는 수도라는 지정학적 이점 때문에 얻은 성취라고 보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서울이 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할 경우 주변 도시들은 문화적 측면에서 왜소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프라와 인력, 재정적 여건 측면에서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도시가 없기에 주변 도시들이 어려움을 겪는 위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출처: 서울시 컬쳐노믹스 블로그 http://culturenomicsblog.seoul.go.kr/)

시민 중심인 '문화예술 창조도시, 성남'


지난 4월24일 성남에서 열린 프로젝트 사업.

경기도 성남시는 시민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창조도시, 성남'을 문화발전의 미래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6년 성남문화재단이 '문화예술 창조도시 성남만들기 기본계획 연구'를 통해 계획을 세운 성남시는 '시민이 만드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

서울의 위성도시이면서 이주민들에 의해 새로 형성된 도시 성남. 이곳은 도시 자체의 역사가 수도권 신도시 형성 과정과 궤를 같이해 서울의 문화예술 정책과는 차이를 보인다. 성남은 시민이 문화정책의 중심에 서 있으며, 시민의 창의성을 최대한 진작시켜 문화도시의 구현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 성남시의 주요 방침이다.

"기존의 문화도시가 주로 전문 예술가들이 예술을 창작하고 많은 시민들이 이를 향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문화예술 창조도시에서는 전문 예술인과 일반인의 구분이 약화되고 개별 시민들, 주민들의 클럽, 커뮤니티가 주체가 된다. 또한 지역 내 기업 역시 하나의 공동체로서 도시의 문화창조의 중요한 핵이 될 것이다." - 성남문화재단 2단계 5개년 발전방안연구(2009. 2) "2단계 5개년 창조시민·창조공간·창조도시" 中

명진이의 새 생명을 구하기 위해 1천명이 색소폰을 함께 부는 <대니정 갈라쇼> 참가지 모집 리플렛2006년 발간한 기본계획 연구에 따르면 성남시는 다섯 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시민에 의한 문화예술 활동의 활성화를 통해 예술시민의 도시 만들기 ▲생활예술이 꽃피는 문화예술 창조도시 성남 ▲문화예술을 통한 도심의 공간 정비 및 도시 재생 ▲지역문화예술의 창조적 산업화 ▲문화예술 창조도시 성남 만들기다. 새로운 추진체계 구축으로는 '문화예술 창조도시'라는 개념 아래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목표를 배치하고, 한 도시의 여러 문화적 요소를 결합시키고 있다.

문화예술 창조도시 성남의 비전을 구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사업으로 5대 문화정책 사업을 들 수 있다. 성남시는 각각의 사업들이 상호 결합돼 기본 목표를 추구하는 데 더욱 활력 있는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대 문화정책으로는 문화도시 성남시의 정체성 구축과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 사랑방 문화클럽 네트워크 구축, 성남인의 창작활동 진흥사업, 문화통화 시스템의 기반 조성 등이 꼽힌다.

이들은 객관적인 성님시의 문화적 역량 조사를 실시하고, 단기성과 지향의 문화사업 대신 중장기적 시각의 문화발전 전략을 통해 자원과 재원, 인력,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5대 문화정책 첫 번째인 '문화도시 성남시의 정체성 구축'은 어떻게 창조도시 성남을 만들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기본 계획과 실행계획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이는 조사 연구와 토론을 통해 구체화하고 확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인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는 기존 사업과는 차별화한 종합적인 방식이다. 도시 곳곳에, 주민 생활 속에 문화적 양분을 공급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구도심인 태평4동을 선택해 문화마을의 모델을 만들고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로 '사랑방 문화클럽 네트워크 구축'은 '문화예술 창조도시, 성남' 창조의 비전을 실천하는 데 주체형성을 위한 핵심 사업이라고 평가된다. 사랑방 문화클럽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동아리, 또는 동호인 모임을 네트워크화하는 사업으로, 성남시는 지자체 최초로 문화클럽실태조사를 벌여 지역에 1103개의 문화클럽이 있음을 확인했다.

성남에는 1천개가 넘는 클럽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06년 1월 사랑방 문화클럽 홈페이지 개통 이후 30여개 문화클럽이 모여 최초의 '클럽파티'를 열었다. 2008년에는 제1회 사랑방 문화클럽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네 번째는 '성남시민의 창작활동 진흥사업'으로 기존의 기금지원방식이 아닌, 시민이 스스로 창작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는 사업이다. 창작활동 진흥사업은 시화갤러리와 퍼포밍아트, 영화제 속의 영화제 등 3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끝으로 '문화통화 시스템의 기반조성'은 시민과 예술인 동호회, 각종 문화행사를 연계해 상호 연대와 부조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공연이나 전시, 교육, 자원봉사 등 문화활동을 매개로 시민과 예술인, 전문가, 문화 공간 및 행사가 성남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문화통화) '넘실'이라는 통화수단을 통해 상호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시민이 특정한 문화 자원봉사를 하면 정해진 '넘실'을 받을 수 있고, 그 '넘실'은 교육 수강, 공연 관람에 활용될 수 있다. 예술인이 특정한 공간에서 공연을 해도 '넘실'을 받을 수 있고, 공간을 제공하는 곳도 '넘실'을 받는다.


이현식 사무처장은 "성남 문화예술 창조도시의 핵심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화예술을 통해 창조적인 활동에 참여해 함께 문화도시를 펼쳐나가는 것"이라며 "시민의 참여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도시의 창조로 요약된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민이 중심이 된 성남의 '문화예술 창조도시'는 창조도시론의 문제의식과 엄밀하게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민은 창조도시론의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이며, 창조도시론이 시민만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무처장은 "성남의 사례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시민의 창의성을 살려나가자는 의미에서 창조도시론을 차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창조도시론을 표방하는 도시의 장점을 두루 참조하고 문화산업 분야의 일부에서 창조도시론의 입론을 빌려오는 정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 계획이 성남시 행정부가 전폭적으로 동의해 이뤄낸 정책 방향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성남문화재단이 사업을 먼저 이끌어가고, 일부 사업이 성과를 보이자 성남시가 뒤늦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현식 사무처장은 "무엇이 시민 중심인지, 그 이전의 문화정책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못하다"며 "시민들이 문화예술 향유의 중심이 된다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과 성남의 사례에 따르면 유사한 정책도 추진 방식에 따라 다른 양상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현식 사무처장은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창조도시론은 우리 삶의 조건에 꼭 들어맞는 것으로 보기 힘든 구석이 있다"며 "우리 도시를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재구성할 것인가는 창조도시론만으로 해결될 성질은 아니지만, 창조도시론의 긍정적 측면들을 수용하면서 우리의 처지를 살피는 일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사진제공: 성남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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