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황제 ㅡ 장수동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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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황제 ㅡ 장수동 은행나무
  • 이창희 시민기자
  • 승인 2016.10.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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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시민기자의 자전거 여행] 장수동 은행나무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은 나름대로 내세울 수 있는 상징물들이 있다. 그래서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꼭 둘러보고 가곤 한다. 예를 들면 목포에 가면 유달산이 있고 광주에는 무등산이 있다. 부산에는 해운대가 있고 강릉에는 경포대가 있다. 부여에는 낙화암이 있고 서울에는 왕궁과 한강과 남산이 있다. 그런 것들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고 우리의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어 많은 문학인들의 소중한 문학적인 소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인천에도 방문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상징물들이 있기는 하다. 인천공항이라든지 인천대교, 아라뱃길은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한 구석이 있다. 오랜 역사적 흔적이 없다. 이제 막 만들어진 볼거리일 뿐이다. 그나마 월미도와 자유공원은 개항의 흔적을 간직한 옛이야기가 서려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도 백년 남짓 이야기들뿐이다. 좀 더 오랜 이야기를 담은 문학산과 소래산이 있기는 하지만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인천시민들도 역사적인 명산으로 만들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인천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굳이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천에도 오랜 역사를 지닌 명물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숨겨져 있다면 한번 세상에 얼굴이라도 내밀게 해 보는 게 어떨까. 대공원에서 만의골 후문으로 나서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장수동 은행나무가 있다.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나무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해서 많은 시민들이 구경하고는 감탄하는 나무이다. 수령도 800년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전국의 은행나무 중에는 가장 아름다운 노거수일 것이다. 이 은행나무가 고작 인천시 기념물 12호라니 너무나 억울하다. 당연히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에 등재돼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로 황제자리에 올라야할 나무를 인천시민들은 너무나 꼭꼭 숨겨 두고 있다.
 
전국 은행나무 중에 천연기념물로 등재된 나무는 20여 수이다. 그중에 수령이 가장 오래된 것은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로 1100년 쯤 되고 높이는 67m 정도 된다. 수령이나 나무높이로는 최고로 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거치다 보니 불구가 되어 있다.

가장 존경을 받는 은행나무는 서울 문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59호)이다. 문묘 경륜당 경내에 있는 은행나무로 나이는 400살 정도이다. 이 역시 모양새는 장수동 은행나무를 따라올 수 없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중 장수동 은행나무처럼 수령이 800년 정도이거나 이에 못 미치는 나무들도 많다. 강릉 장덕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166호)는 수령 800년으로 수형이 아름답다고 칭송되지만 같은 나이의 장수동 은행나무보다 격이 낮다. 은행나무 중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칭송받고 있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167호)도 수령이 장수동 은행나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나 장수동 은행나무에 비해 균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미흡하다.
 
안동 용계리에 있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175호 수령 700년)를 비롯해 구미 농소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25호 수령 400년), 금릉 조룡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0호 수령 420년), 청도 대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1호 수령 400년),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2호 수령 600년), 화순 야사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3호 수령 500년), 담양 봉안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482호 수령 500년) 등은 나이에서도 장수동 은행나무를 따라올 수 없지만 수형의 아름다움에서도 완전히 격이 다르다. 다만 이들 나무들은 민간신앙 대상이라든지 주민들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는다든지 등의 이유로 천연기념물이 된 것 같다.
 
만일 장수동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등재되는 날이면 은행나무 중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뽑혀 황제로 등극하게 될 것 같다. 인천의 역사를 껴안고 800년을 숨어 산 황태자 장수동 은행나무가 등극하면 인천을 방문하는 사람은 모두 장수동을 꼭 둘러 은행나무를 친견하고 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시민들이 지금부터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인천시가 '장수동 은행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고 나섰다고 한다.인천시는 남동구 장수동 일원에 있는 '장수동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시는 이를 위해 최근 장수동 은행나무의 수령과 건강상태 등을 정확히 파악해 줄 것을 국내의 한 나무전문기관에 의뢰했다고 한다.
 
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돼 있는 '장수동 은행나무'는 높이가 30m, 둘레가 8.6m로, 수령은 800여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시 역사자료관이 2008년 발간한 '인천의 문화유산을 찾아서'에는 '장수동 은행나무'에 대해 "마을사람들이 집안에 액운이나 돌림병이 돌면 이 나무에 제물을 차려놓고 치성을 올렸다"고 기록돼 있다.
 
 
또 "주민들이 매년 음력 7월과 10월에 제물을 차리고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동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는 문헌상 기록돼 있는 수령이나 5개의 가지가 균형적으로 뻗어 아름다운 모습을 이루는 나무의 형태면에서 볼 때 '장수동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전국 20여 그루의 은행나무와 비교해 볼 때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시 관계자는 "장수동 은행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방안을 검토해 오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이 여론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며 "전문기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후속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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