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세계사 - "인간 삶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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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세계사 - "인간 삶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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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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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16세기 중반의 스페인의 왕 펠리페2세는 늘어나는 군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파산을 하게 된다. 세상에 왕이 전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쳐도 왕이 빚을 지고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 파산을 하게 되어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그 많은 빚을 감당하기 위하여 세금을 인상하려다가 결국 영국의 경우에는 왕이 처형당하고 백성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는데 말이다.

동양에서는 가혹한 세금이 대부분 왕과 귀족들의 사치와 향략으로 사용되고 전쟁으로 사용될 경우에도 대부분의 물자를 강제징발과 명령 복종체계를 통해 해결하였지 은행가들에게 빌리는 경우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유럽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이유와 원인을 분석해 보면 지금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탄생되었고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서구의 물리력과 과학문명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게 해주는 책이 바로 윌리엄 맥닐의 '전쟁의 세계사'이다.

 

저자는 유럽이 갖는 지정학적 위치의 독특함을 먼저 설명한다.

그 독특함이란 중세신정정치가 끝나고 세속의 왕이 각 나라별로, 지역별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나라나 군주가 유럽을 통채로 독식하지 못하는 특색에서 찾는다.

즉, 어느 한 나라가 힘이 강대해지면 주변국들은 뭉쳐서 그 강대국을 제어하게 되고 그 강대국이 쇠퇴한 후 다른 강대국이 나서면 다시 뭉치고, 그러한 것이 반복되어 어느 한 국가가 유럽전체를 지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둘째로는 중세(15세기까지)시대는 국가별로 지금과 같이 국경이라는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고 지역별 내지 도시별로 자치도시의 형태가 많았던 점이다. 이 의미는 국왕의 권위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존재하고 이 지역은 지역적 특산물과 생산물을 통해 그 지역 외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스스로 지역방위를 해나갔다는 점이다.

주로 용병을 고용하여 지역을 방위하였고, 이런 특색으로 이런 지역은 농촌공동체의 성격보다는 상업과 생산의 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금의 이탈리아 지역은 19세기 중엽까지 각각의 도시공화국으로 존재하였고 대신 금융과 상업이 매우 발달한 지역으로 유럽 전 지역의 국제금융을 담당하였다.

산업생산은 주로 지금의 스위스나 네덜란드지역에서 맡게 되었다.

셋째로는 어느 한 나라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물자 즉, 무기생산을 위한 철과 기타 장비들이 그 나라의 산물로는 모두의 수요을 채울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다른 지역에서 그 장비들을 사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유럽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국왕의 명령체계 하나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이 아니었고 지금에서는 일반화하여 있는 국민개병제를 통한 징병제도가 자리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남자들을 자국내에서 모두 징발하면 농업생산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태부족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즉, 전쟁은 전쟁만을 위한 용병이 필요하였고 이 용병들에게는 봉급을 주거나 침략한 지역에서 약탈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약탈은 국왕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어지게 되니 결국 봉급을 통한 군대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봉급의 재원은 대개 이탈리아의 금융가들에게 빌리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넷째로는 이탈리아를 점령하거나 네덜란드 또는 스위스를 점령하여 재원을 마련하고자 하면 우선 주변국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여(강대국이 되버리면 안되니까) 다른 전쟁으로 억제하거나 또는 그 지역의 사람들(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이 점령당한 상태에서 생산을 하지 않거나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주를 하게 되는 상황이었기에 점령은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경제활동과 무기제조업이 집중된 곳은 바로 국왕의 의지가 지고의 권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장소였으며 이러한 지역은 세율이 낮고 시장 형편에 따라 가격이 자유롭게 조정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을 벌이게 된다. 무기를 판매할 때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국가에 판매하게 되어 이윤도 높고 국제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사업가들은 점점 대규모 거대 기업의 발판이 되었으며, 국왕도 돈을 주고 국제가격으로 무기와 기타 물자를 거래하여야 하기 때문에 시장경제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을 매개로 하는 사회관계는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전통적이고 국지적이며 1차 집단적인 성격을 해체하고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더 많은 물자와 인간을 동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계속적으로 주도권을 놓고 싸워야 하는 유럽의 상황은 신무기의 발전과 대규모 인원의 동원, 정치체제의 변화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것이 유럽에서 전쟁기술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러한 발달로 17세기 30년전쟁 후에 비로소 유럽의 지도가 그려지고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추어지면서 유럽에서는 더 이상 부를 늘리기에는 한정되어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제 전세계적인 제국주의가 시작된 것이며 자본주의가 원시적 축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신무기와 전쟁기술의 발전은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의 열세를 가져오게 된다.

그럼 동양에서는 어떠했는가.

동양에서 군주가 전쟁을 하게 되면 이기던가 지든가 하며 그 과정을 지속하는 것은 군주의 역량과 그 군주국의 정치적 안정, 경제적 능력, 무력의 양과 질에 의해서였다.

국가의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부패하거나 인구의 증가로 전통적인 생활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울 때 그 세력은 기존 시스템의 변화를 원하게 되었고 이것이 반란의 형태로 나타나고 수 많은 인구의 희생과 기존세력이 가지고 있는 부의 재분배를 통하여 왕조의 변경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유럽의 지정학적 특징과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의 특수성으로, 유럽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이 책의 핵심을 이룬다

이 후에 전쟁으로 인하여 변하게 되는 사회구조와 산업화의 결과는 1차와 2차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거쳐 국가의 존재와 시장의 존재가 서로 견제하면서 양자의 균형만이 그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최소한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는가 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보다는 전쟁이 어떻게 인간 삶에 변화를 주었고 인간 역사가 어떤 변화를 겪었나에 중점을 두는 탁월한 책이다.

결론부분에서 각 나라의 시스템을 유지한 채 지구제국으로 하나가 되어야만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기대를 이야기하지만 그것도 결국 인간들의 역량에 달려 있고 그 미래는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전쟁이 인간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건설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인류의 초창기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를 세계사의 시각으로, 이 책만큼 풀어쓴 책은 아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쟁이라는 참화를 겪지 못한 한국의 많은 사람들(물론 아직도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는 남아 있다)에게 필히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다만 글자가 작고 주석을 빼고 500페이지가 되는 양이 한번에 읽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워낙 흥미진진한 전쟁의 양상이 자세하게 전개되기에 읽는 데 지루함은 없을 것이다.

전쟁의 세계사 / 윌리엄 맥닐/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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