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쏘나타 K-리그' 18R 포항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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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쏘나타 K-리그' 18R 포항전 리뷰
  • 김동환
  • 승인 2010.08.2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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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수석코치의 마지막 지휘…아쉬운 2대3 패배

“연패에서 꼭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2010 쏘나타 K-리그’ 포항 스틸러스(이하 포항)와의 경기가 끝난 후 김봉길 수석코치는 어두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약 한 달 동안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봉길 수석코치의 마지막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1승6패(AS 모나코전 제외), 그가 그동안 거둔 성적이다.

“새로 오는 감독님께 짐을 떠넘긴 것 같아 죄송하다.”며 인터뷰 룸을 떠난 그의 뒷모습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김봉길 수석코치의 마지막 지휘

7월 21일, 대전 한국수력원자력과의 FA컵 16강전부터 정식으로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김봉길 수석코치. FA컵 16강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것은 그에게도 지우지 못할 오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패배를 모두 그의 탓으로 돌려야 할 이유는 없다. 선수단에게도 패배에 대한 책임은 있다. 다만, 팀을 지휘하는 입장에서 분위기를 추스르지 못하고 패배를 이어온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잘못을 물을 수도 있다. 비록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마무리라도 좋았다면 인천의 전체적인 분위기 전환에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2대3의 점수로 포항에 패함으로써 인천의 역사 한 페이지에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한 경기만 더 치렀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어쩌면 지금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가장 좋은 시점인지도 모른다.


5연패 뒤에 다시 만난 포항

올 시즌 초반 인천은 5연패를 기록한 후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유병수의 4골에 힘입어 대승을 거뒀다. 그 이후 인천은 분위기를 반전하여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적정순위에서 계속 달려왔다. 하지만 인천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5경기에서 계속된 패배를 기록하며 한 계단씩 밑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부산과의 FA컵 경기에서 패한 후에도 팬들은 조금이나마 포항전의 승리를 기대했는데 그 이유는 전반기의 5연패 뒤에 포항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경험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먼저 실점하며 팬들을 힘빠지게 했던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면 포항전 대승의 기억으로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인천이 세운 전략, '신인 설기현' 집중 마크

일찍이 유럽 무대에 진출해서 좋은 물 많이 먹고 돌아온 설기현은 엄연히 따지면 K-리그에서는 신인 선수다. 나이로 볼 때 신인은 아니지만 K-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기 때문이다. 어색한 표현이긴 해도 '괴물 신인'인 셈이다. 어쨌든 인천은 포항을 상대하기 위해 설기현을 집중 마크 해야 했다.

한편 국내 축구 팬들에게 설기현은 일명 ‘접기현’으로도 불린다. 경기에서 그가 무척이나 많이 드리블을 꺾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상대 수비수들에게는 어느 정도 통할때도 있다. 따라서 포항전에 선발로 나선 인천 선수들은 설기현을 1차로 방어하는 것이 포항의 측면 플레이를 사전 차단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설기현이 중앙으로 파고드는 때나 코너킥 상황에서 골대 앞에 있을 때는 안재준을 옆에 붙여둠으로써 방어를 하는데 힘썼다.


포항의 다양한 공격에 뚫린 인천 수비


포항전에서도 인천은 그동안 익숙해진 2대3패배를 기록했다. 이날 인천이 포항에 3골을 내준 모습은 정말 다양했다.

전반 9분, 인천은 포항의 설기현을 막지 못해 첫 골을 내줬다. 설기현의 주특기는 측면을 돌파하여 골대쪽으로 붙이는 날카로운 패스다. 포항의 득점 상황에서도 설기현은 달라붙은 수비를 따돌리고 골대로 낮은 센터링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센터링을 허용한 것이야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골대 앞에 있던 인천 수비 2명은 공에만 집중하며 뒤에서 파고드는 포항의 알미르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수비수들의 눈이 공에만 쏠려 있는 사이 알미르는 누구의 제지도 없이 공에 발을 갖다 댔다. 그제야 수비수들이 알미르를 알아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알미르의 발을 떠난 공은 김이섭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 골대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측면의 설기현에 너무 집중하는 사이 알미르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은 포항의 공격 전술에 완전히 넘어간 것이기도 하다.


이후, 황진성에게 프리킥골을 허용하고 포항의 코너킥 상황에서 윤원일이 범한 핸드볼파울은 인천이 포항의 공격에 얼마나 많이 휘둘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점은 이미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계속된 포항의 땅볼 크로스를 멍하니 보고만 있던 선수들의 모습이 90분 동안 인천 팬들을 한숨 쉬게 하고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는 것을 인천 선수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브루노의 플레이는 언제쯤 완성될까?

인천은 포항을 상대로 브루노, 유병수, 이준영을 전방에 세우는 3톱 전술을 펼쳤다. 물론 그들에게 정해진 자리는 없었다. 세 명의 공격수는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포항의 수비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날 브루노의 플레이는 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수비수를 옆에 달고 뛸 때는 패스가 좋지 않았고, 패스가 좋을 때는 포항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미드필더를 지원하기 위해 유병수가 내려가면 전방에서 브루노가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해줘야 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단순히 공을 가지고 뛰는 플레이가 정답이 아님에도 꿋꿋하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브루노는 결국 후반전에 교체되어 나갔다.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브라질 선수 특유의 모습은 좋지만 자신의 공격력을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축구는 승부의 세계이지 단순한 쇼(show)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큰일, 윤원일의 퇴장

포항에 1대0으로 끌려갈 때까지만 해도 희망은 계속 남아있었다. 우스갯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상대팀에 먼저 골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점차로 지고 있어도 인천을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전반 38분, 포항이 얻어낸 코너킥을 황진성이 골대를 향해 올렸고 알미르가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그런데 이 때 윤원일이 손을 이용해 골대로 들어가는 공을 막는 행동을 했다. 경기를 맡은 최명용 주심은 망설임없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며 윤원일의 퇴장을 선언했다. 윤원일의 반칙으로 포항은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고 경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예상외의 일이 일어나면서 인천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이준영을 오른쪽 측면 수비로 내리면서 수비적으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공격수가 부족한 상황은 인천의 공격 약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더운 날씨로 인한 집중력 약화와 거친 반응

포항의 홈구장인 스틸야드는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사방이 막혀 바람도 잘 통하지 않았고 야간경기이기 때문에 켜진 조명은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더운 날씨에 펼쳐진 경기이기 때문에 포항뿐만 아니라 인천 선수들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집중력이 약화되는 듯 했다. 패스가 길어야 할 상황에서는 짧고, 짧은 패스를 해야 할 상황에서는 너무 길어서 공격의 맥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강약 조절이 되지 않은 패스는 곧 포항의 역습으로 이어졌고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천은 쓸데없이 체력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더운 날씨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진 선수들은 상대팀에 많은 파울을 범하였다. 인천은 20개의 파울을 포항은 21개의 파울을 범했는데 이는 더운 날씨로 인해 선수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거칠게 반응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2대3은 떨칠 수 없는 징크스가 된 것인가?

인천은 제주전을 시작으로 경남, 수원에 2대3으로 패했다. 포항과의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도 ‘만약 패배한다면 혹시 또 2대3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펠레스코어 패배’는 인천에 어느새 징크스가 된 듯 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생각이 현실로 나타났다. 후반 34분, 포항에 3대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포항의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하던 이준영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던 유병수가 교체되어 나갔기 때문에 정혁이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이쯤 되면 정말 2대3은 징크스가 아닐 수 없다. 한 달 동안 가진 경기에서 2대3으로 패한 것이 4번이나 되는데 이것은 다른 팀도 쉽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김봉길 수석코치조차 “2대3 패배가 어느새 징크스처럼 되어 버렸다”며 기막힌 현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포항전 바로 다음날인 23일, 허정무가 인천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구단을 둘러싼 소문과 선수단의 분위기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김봉길 수석코치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짧은 기간 동안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팬들은 인천으로 향하는 선수단 버스 앞에서 김봉길 수석코치의 이름을 외치며 끝까지 격려했다. “유쾌한 축구를 하고 싶다”며 사령탑에 오른 소감을 밝힌 허정무 감독과 원래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간 김봉길 수석코치가 앞으로 인천의 모습을 180도 바꾸기를 바라본다. 물론 이것은 모든 인천팬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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