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판도라 상자
상태바
한국사회의 판도라 상자
  • 최문영
  • 승인 2016.12.13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정책기획실장

 

234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국회 대통령 탄핵이 의결됐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만을 남겨놓게 됐다.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불린 이번 사태는 국가운영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9월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한 이후 연말을 향해 치닫는 지금까지도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사회, 문화, 교육, 체육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막대한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이대 총장은 사퇴했고, 최순실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 문체부차관 등 관련 인사들은 구속됐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성장 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알고보니 비선 실세에 의해 움직여져 왔다는 사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 예산이 그들만의 리그에 의해 전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질적 권력 일 순위였던 최순실은 권력을 등에 업고 수많은 이권에 개입하며 기업을 매개로 수백 수천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고 그의 딸은 물론 조카, 사돈 등에 이르기까지 전횡을 일삼아 왔다. 그들이 추천한 인물들은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된 반면 정당하게 업무를 수행해 오던 공무원들은 내쫓겼다.

 

최순실 딸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다, 주제를 알아라, 능력 없는 부모를 원망해라’ 등의 독설과 막말도 퍼부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거나 믿고 싶었던 청년들은 권력만 있으면 원하는 대학에도 마음껏 들어갈 수 있었던 그들로 하여금 절망을 느꼈다.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하고 그 재력을 이용해 특권계급을 형성하여 국민들 위에 군림해 온 사실을 확인한 국민들도 허탈해 했다. 이같은 분노는 국민을 광장으로 모이게 했다.

 

최순실은 종종 러시아 요승 라스푸틴에 비견되기도 한다. 구약성서에는 북이스라엘의 아합왕 이 아내로 맞은 이세벨에 의해 이방 종교에 좌우된 것도 볼 수 있다. 합리적이며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할 국정운영이 종교적, 영적 샤머니즘에 의해 조종되고 농락돼온 일들은 제정 러시아나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현 정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비리를 저질렀던 측근형 권력형 비리가 역대 정권에서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는 차원이 다르다. 단지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유로 어떠한 자격도 없는 일반인이 청와대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국가의 중대사안과 정책 및 인사결정까지 좌지우지 했다는 것이다. 국가 원수에 대한 분노가 그를 보필했던 청와대 공무원과 정부 각료를 비롯한 집권 여당에게도 향한 이유이다.

 

광장 시위의 특색은 성별과 연령을 초월해 어린이부터 청소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고 자발적이며 질서 있게 시위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외신은 시위가 아닌 축제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국민은 성숙한데 국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라고도 했다.

 

최순실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숙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헌법재판소 심판 여하에 따른 정치적 일정이 남아 있고 다시 정권을 창출하려는 여야 정치공학도 숨 가쁘게 가동될 것이다.

 

영화 ‘판도라’가 개봉됐다. 요즘 먼 나라 일이 아니라는 한반도 지진과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판도라가 온갖 불행을 가두어 둔 상자를 호기심에 못 이겨 개봉하는 바람에 인류의 모든 불행이 시작됐다는 신화의 주인공이다. 영화 ‘판도라’는 한반도가 지진과 원전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대재앙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준다.

 

‘판도라’가 개봉된 시점의 한국 사회는 지진과 원전사고 이상으로 파장이 큰 판도라의 상자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사회다. 이 판도라의 상자는 열면 불행이 될지 아니면 국가적 행운이 될지 모르는 상자다. 최순실 사태를 통한 한국사회 다시보기는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함께 겪어야 할 진통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