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의 국가하천 지정, 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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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천의 국가하천 지정, 그 이후는?
  • 장정구
  • 승인 2017.01.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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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었다. 지역 언론들은 국가하천 ‘승격’이라며 또 오랜 숙원사업이 이뤄졌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거리마다 축하현수막도 내걸렸다. 정치권도 서로 본인들의 치적이라 선전하기에 바쁘다. 국가하천지정이 호재로 작용해 굴포천 주변 부동산 가격이 들썩인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지방하천이던 굴포천은 인천 부평구청부터 한강까지 총연장 15.31km의 하천이다. 인천부평구와 계양구, 경기도 부천시와 김포시, 서울 강서구까지 3개 광역자치단체와 5개 기초자치단체를 지난다. 수질악화와 물고기집단폐사, 악취 등 굴포천의 문제는 하천 관리주체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항변했다. 국토교통부는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하면서 국토부가 직접 관리개선하겠다고 했으니 기대해볼 일이다. 그런데 과연 국가하천 지정이 굴포천 관리에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일까? 꼼꼼하게 따져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잘 나누고 모두가 함께 해야 비로소 시민들이 원하는 하천이 될 것이다.
 
보통 하천은 하류로 갈수록 하천 폭이 넓어진다. 굴포천은 만월산, 원적산, 천마산, 계양산, 원미산으로 이어지는 부평의 환상산맥에서 발원하는 물이 모여 줄기를 이룬다. 한남정맥 만월산 칠성약수에서 발원하는 본류를 제외하고도 산곡천, 세월천, 청천천, 목수천, 계산천, 귤현천, 여월천, 삼정천, 심곡천, 구산천, 동수천 등의 최소 11개 지천이 있다. 그런데 굴포천은 하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굴포천 본류와 심곡천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귤현보까지의 하천폭은 100미터가 넘는다. 그런데 이보다 더 하류인 아라뱃길 ‘잠관’ 입구에서의 폭은 채 30미터도 되질 않는다. 굴포천이 한강으로 흘러들기 위해서는 아라뱃길을 지나야 한다. 그런데 아라뱃길을 만들면서 홍수 시에는 굴포천 물이 아라뱃길로 흘러들고 평소에는 ‘잠관’이라는 아라뱃길 아래 지하관을 지나도록 ‘시공’되었다. 결국 굴포천은 병목현상으로 흐름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상대적으로 인적인 드문 귤현보부터 잠관까지의 하천변은 제방경계가 불분명한 곳, 쓰레기가 버려진 곳 등 적지 않다. 굴포천 하류는 그동안 관할 행정기관은 있으나 관리하는 행정기관은 없었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되더라도 상류 복개구간의 복원과 하수관거정비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인천의 가장 큰 하천인 굴포천의 상류를 복원하기 위해 지방하천의 관리주체인 인천시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지금 부천에선 굴포천 지류인 심곡천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부평구도 굴포천 본류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복원공사가 끝나도 상류는 여전히 덮여 있다. 상류 발원지부터의 복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청계천이라는 ‘혹평’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부평구가 추진하는 본류의 복원계획은 당초 부평공원부터 부평구청까지였는데 비용 등의 이유로 반토막 났다. 복개구간의 복원은 단지 뚜껑만을 여는 게 아니다. 도로와 주차장 문제 외에도 하수관거정비와 유지용수 공급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천녹색연합에서 그동안 유지용수공급, 자연하천복원 등을 위해 부평미군기지 이용과 굴포천 복원을 연계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런데 또 다시 반쪽짜리 하천복원에 그칠 상황인 것이다.
 
MB 때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친수구역특별법을 만들었다. 당시 정부는 국가하천의 주변지역을 체계적 계획적으로 조성·이용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다 밝혔다. 이 법에 의하면 ‘친수구역’인 국가하천의 하천구역 경계로부터 양안 2킬로미터 범위 내 지역을 주거,상업,산업,문화,관광,레저개발이 가능하다. ‘국가하천과 조화롭게’라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결국 이 법에 의하면 관련 법률들을 의제처리하고 국가하천 변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부천운하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굴포천을 준설하여 경인운하부터 부천영상문화단지까지 배가 다니게 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의 핵심은 배 운항이 아니라 주변지역 개발이다. 2조7천억원짜리 배없는 뱃길 아라뱃길을 바라보는 지역 행정과 정치권의 관심사는 배가 다니냐 안다니냐가 아니라 주변지역 개발이다. 굴포천방수로사업이 경인운하를 거쳐 아라뱃길로 또 아라천으로 변신하면서 인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친수구역특별법을 근거로 주변지역 개발연구용역까지 진행했다. 지금은 중앙정부에 주변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굴포천 주변도 대부분 그린벨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가하천지정이 발표되자마자 친수구역개발 현수막이 내걸렸다. 국가하천이라는 타이틀이 체계적인 하천 관리라는 지정 취지와는 달리 굴포천 개발의 도구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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