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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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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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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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당신의 인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위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이러한 질문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한번 살펴보자.

17세기 초에 영국에서는 소위 토리당과 휘그당의 대립이 격화한다. 왕인 찰스1세가 처형되고 크롬웰의 명예혁명과 왕정복고 등을 거쳐 드디어 1688년에 명예혁명에 의해 휘그당의 정권이 시작된다. 토리당은 왕과 귀족중심의 당이고 휘그당은 신흥부르조아계급의 당이다.

토리당에 대항하는 휘그당의 입장은 어떻게 하면 토리당의 정치철학적 입장에 대안을 마련하고 혁명적 사상을 전파하는 데에 있었다. 즉, 왕권신수설과 귀족의 세습권력과 부의 세습에 대항하여 신흥부르조아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영국의 존 로크는 통치론을 써서 신흥부르조아의 사상적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다. 먼저 그의 사상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로크는 인간의 존재이유를 욕망하는 인간으로 상정한다. 그 욕망의 실현이 바로 인간다운 삶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에게 세계를 공유물로 주신 하나님은 또한 그들에게, 삶에 최대한 이득이 되고 편의에 봉사하도록 세계를 이용할 수 있는 이성을 주셨다. 대지와 그것에 속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부양과 안락을 위해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다."<통치론 ch25 중>

즉, 이득과 편의를 한 마디로 하면 욕망인데, 이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성'이다. 이 이성은 데카르트가  주창한 바로 그 이성으로 욕망실현의 도구로 작동하는 이성을 말한다. 이러한 욕망과 이성은 어느 특정한 계급이 아닌 누구에게나 주었다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신흥부르조아도 왕과 귀족과 동등한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인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신체 노동과 손의 작업은 당연히 그의 것이고. 노동이 첨가된 것에 대한 권리은 사적인 권리이다."<통치론 ch 27>

"하느님과 인간의 이성은 인간에게 대지를 정복할 것, 곧 삶에 이익이 되도록 그것을 개량하고 그것에 그 자신의 것인 그의 노동을 첨가할 것을 명하였다."<통치론 ch32>

"신은 세계를 근면하고 합리적인 자들이 사용하도록 주었다."<통치론 ch 34>

즉, 인간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듯이 이 몸을 사용한 노동의 결과물도 당연히 그의 것이고 이것은 사적인 권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초보적인 노동가치설이 나오게 된다.

또한 이 노동은 하느님과 인간의 이성에게 삶에 이득이 되도록 활용할 것을 명한 신성한 것이며, 이 세계는 왕이나 귀족들처럼 일도 안 하고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계속 세습적으로 상속받아 소유하는 사람들 것이 아닌 근면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성을 도구로 욕망을 충실하게 충족하게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이 세계를 자기의 이득과 편의에 사용하도록 신으로부터 그 소명을 부여받은 자이며, 그 소명을 받은 자들은 근면하고 합리적인 자들에게 사용하도록 한 것이지 세습된 것으로 누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을 정리하면 욕망하는 인간은 인간이 지닌 이성을 도구로 잘 활용하여 그 소유를 늘리고 확장하는 사람만이 합리적인 인간인 것이며 바로 이성적인 인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인간상이 만들어진다. 합리적 이성적 인간이란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욕망을 이성을 통해 늘려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재산이 바로 인격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럼 도대체 국가라는 것은 어떤 것이냐를 질문하면서 답한다.

"그들이 사회를 결성하고 서로 모여 살게 되어 도시를 건축할 때까지는 아직 그들이 활용할 땅에 대해서 아무런 확정된 소유권이 형성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동의를 통해서 그들은 상이한 영토적 경계를 확정하게 되었고 그들과 그들의 이웃간의 한도에 관해 합의하게 되었으며, 그들 내부에서는 법률을 통해서 동일한 사회의 성원들의 소유권을 확정지었다.<통치론 ch 38>

"권력은 모든 사람에게 재산을 보장해줄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므로 누구든 국가의 입법권이나 최고의 권력을 가진 자는 즉흥적인 법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공포되어 널리 알려진, 확립된 일정한 법률로 다스려야 한다. 그는 또한 무사공평한 재판관을 임명하여 그로 하여금 그러한 법률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의 물리력은 국내에서는 오직 그러한 법의 집행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인민의 평화, 안전 및 공공선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통치론 ch131>

즉, 국가는 국민이 소유한 재산을 보존하는 것이 제일의 의무이며 이러한 재산을 보존하기 위한 국가체제로서의 입법, 사법, 행정권력이 불편부당하게 작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시의 왕정체제가 갖는 임의적인 시스템을 법과 제도에 따른 확정적인 시스텝으로, 왕과 귀족이 갖는 신분제적 특권을 신흥부르조아의 재산권에 따른 질서로 대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에는 엄청나게 혁명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신분제가 엄혹하게 지배하던 시대에 '신분이 뭔 소용인가! 재산이 바로 신분이다!'고 하면서 소유권에 대한 권리를 강조하는 이 글은 처음에는 익명으로 출판되었다가 후에 1688년 명예혁명후에 1689년 정식으로 존 로크의 이름으로 출판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후 신흥부르조아의 바이블로 통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 로크의 사상이 바로 자유주의 사상이라고 한다. 경제적 자유주의의 준말로서 재산권이 사람이 갖는 최고의 가치이며 국가는 이를 보존하고 유지존속하는 존재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완벽하게 실행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의 정치사상에서 재산에 관한 것이 최고의 가치이며 미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가치가 우리나라에도 적극 수용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십년이 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에 흠뻑 젖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인격은?'이란 질문에 재산이 없으면 "아, 인격이 없으시군요.", 재산이 많으면 "아, 인격이 훌륭하시군요"란 말이 일상적으로 통용되게 된다.

다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조금 불편한 게 있으신가?

인격이 재산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 아니 현실이 불편하다면 당신은  아직 합리적인 인간, 이성적인 인간이 되기에 로크가 보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다.

이 책이 출판된 지도 벌써 300년이 훨씬 넘었는데, 로크가 주장하는 내용은 점점 확고하게 세상에 뿌리내리게 되었고 초기 왕정에 대한 혁명적인 사상은 그들이 권력을 잡자마자 즉시 그것을 지키기 위한 보수적인 사상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사상은 지금은 전세계를 지배하는 중심적인 사상과 삶의 철학이 되었고 이에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거나 패배자로 간주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재산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에, 아니 사람을 재산으로 판별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직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돈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자연의 보존과 공동체의 선을 추구하며 함께 더불어 어울려 사는 것이 더 훌륭하다고 하는 사람은 바로 아직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가 되거나 한국에서는 친북좌파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니 4대강을 개발하는 것은 신의 소명을 완수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자들도 나름의 근거가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을 개발하라고 신이 소명을 주었다고 생각하니까!

자유민주주의가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내용이 바로 이런 것임을 알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실제 인간을 물질로 환원하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얼마나 오래 갈까.

로크가 이야기하는 합리적, 이성적 인간이 이런 것임을 알고도 우리는 늘상 입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로크가 기여한 왕정과 신분제 타파에 대한 사상은 존중하지만 그것이 지배적인 세상이 되어 버린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물신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그 물신이 허구에 있다고 주장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통치론/존로크/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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