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지중화 · 미군기지 이전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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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지중화 · 미군기지 이전 '난제'
  • 이병기
  • 승인 2010.09.02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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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시급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면 … 부평구


십정동 목화아파트는 건물 노후로 인해 붕괴 위험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송전탑 지중화 문제로
재개발 사업이 중단되면서 아직 주민들이 살고 있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취재: 이병기 기자

"한전에 가서 항의해 400억을 받아올 수 있다면 당연히 그러고 싶습니다. 인천시장에게 얘기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정당의)지역 위원장이나 국회의원에게도 부탁해 시에서 사업비를 받아올 수 있도록 강조도 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 홍미영 부평구청장

부평구에 거주하는 주민은 약 57만명으로 인천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한다. 인천의 10개 기초단체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반면 재정자립도는 7번째에 머물러 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더한 부평구 순수 자체재원 비율 8개구 중 6위, 조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 등을 합한 의존재원 비율은 계양구와 남구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또 예산규모 대비 사회복지비용 비율 50%, 2009년도 최종예산 예비비 비율은 0.38%로 8개구 중 가장 낮았다.  

이를 분석하면 기초단체에서 거둬들이는 재원은 적은 반면, 국가 등에서 지원받는 예산은 다른 구에 비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비용이 50% 정도 지출됨에 따라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여력이 적고, 예측할 수 없는 예산지출의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예비비 비율도 낮아 유동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많은 인구 수만큼이나 예산을 투입해야 할 곳도 많은 부평구지만 정작 쓸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홍 구청장은 "심지어 공무원 월급 줄 돈도 부족한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송전탑 지중화 400억 소요…인천시-한전 "돈 없다!" 

부평구에서 아주 시급한 현안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십정동 송전탑 지중화 문제와 미군부대 이전이다.

지난 2000년 부평도서관 위쪽에서 현 부평아트센터 자리를 지나 백운초교 방면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이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기존 선로 아래 위치했던 목화연립은 재건축을 앞두고 한전에 송전선로 이전을 요청했고, '목화연립재건축사업조합'이 이전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한전과 협정서를 체결했다.


목화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놀고 있다.

문제는 2005년 발생했다. 목화조합 측이 이설공사를 시작하면서 백운초 학부모대책위 등 주민 반발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당시 주민들은 아이들 등교 거부 운동까지 펼쳐가며 345kV의 고압선로가 아이들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을 반대했다.

이후 2006년 주민 반발과 선하지 민원으로 공사중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서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2009년 선하지 보상이 완료되고 목화조합측이 이설공사를 재개하면서 다시 지중화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송전선로 이전 예정부지 주민들은 '십정동 송전탑 지중화 실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송전탑 지중화 사업 추진 후 송전선로 이설"을 주장하며 △송전탑 지중화 △지중화를 위한 조례 제정 △인근 주민과 학생들의 건강 영향 조사 및 대책 마련 등을 부평구와 인천시 등에 촉구했다.

총 4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중화 사업은 부평구는 물론이고 인천시와 한전에서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태다. 한전은 지중화 비용의 1/2인 200억을 인천시에서 부담할 경우 지중화 심의 대상(1순위)에 해당돼 지중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전은 "송전선로를 이설한 후에야 지중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인천시는 한전을 핑계로 방관하면서 목화조합 측과 이설 반대 주민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됐다.

주민들의 이설공사 현장 농성과 1인시위 등 반발이 거세지자 최근 인천시는 부평구에서 제출한 송전탑 지중화 설계용역 예산 17억원을 인천시의회에 올렸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인천시 재정문제를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고, 송전탑 지중화 설계용역을 근거로 이설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던 부평구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설계용역에 들어가면 주민들은 지중화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인식했을  겁니다. 이를 단초로 이설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했는데, 무산된거죠. 홍미영 구청장 취임 후 송전탑 지중화 해결을 위해 지난 7월 말 주민 간담회를 열었고 앞으로도 계획돼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주민과 소통하려는 점이 구청장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예산상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거죠." - 부평구청 관계자

요즘 한창 인천시 재정난이 언론에 부각되면서 이설 반대 주민 일부가 한 발 물러선 안을 제시했다. 이설이 예정된 장소에서 50m 떨어진 곳에 설치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쉽게 풀릴 사안은 아니다.

"50m 떨어진 곳에 송전선로를 이전할 경우 완료된 선하지 보상을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40억이 날아가는 거예요. 또 이전 예정지 주민들이 반발할 우려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전이 1977년부터 30년 넘게 주민들을 괴롭혔으면 이제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평 주민들 위로 고압선로를 놓고 과천 등 경기도로 전기를 팔아 수익을 냈으면 이제는 할 때도 됐죠." - 부평구 관계자

또한 송전탑 지중화 문제가 늘어지면서 재건축 예정인 목화아파트의 안전성 문제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이 상당히 노후된 아파트 건물을 비롯해 뒷편 축대(옹벽)에 붕괴 위험이 있어 자칫 비가 많이 내리거나 태풍이라도 오면 큰 사고로 번질 우려가 있다.

목화아파트는 축대 붕괴 위험이 있는 바로 앞 동에만 사람이 비었을 뿐 주위 동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부평구는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지 못해 붕괴 위험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송전탑 지중화를 추진하고 싶어도 인천시와 한전 모두 400억을 부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재개발 사업이 멈춘 상태에서 예산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목화나 백운2구역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어요. 우선은 주민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구청에서 그런 자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로 감정의 골을 풀고 상생할 수 있어야 해요. 동네 사람들끼리는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 홍미영 부평구청장

부평 미군기지 이전의 걸림돌

1923년 일본군이 주둔한 이후 현재까지 미군기지 주변(부평구 산곡동 일대) 대부분이 80년 동안 군사지역으로 지정돼 사용되고 있다. 부평구 중심에 위치한 59만㎡ 규모의 미군기지는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지역사회가 7년 간 끈질긴 반환운동의 결실로 미군기지 반환결정을 이끌어내면서 부평구는 부지 활용계획을 수립했다. '미군기지 종합발전계획안'에 따르면 미군기지가 이전한 부지에 공원녹지와 운동장, 사회복지시설, 병원, 공연장, 청소년 수련시설 등으로 활용할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8년이 지난 아직까지 이전 문제와 친일파 송병준 후손의 부평미군기지 땅 반환소송이 해결되지 않아 주민들의 공간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송병준의 후손들은 산곡동 20 일대 36만5000㎡가 송병준의 소유였다며 법원에 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땅은 현재 시가로 2천억원대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은 미군기지 반환이 결정된 2002년 처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송병준 후손들은 지난 4월 대법원에 상고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미군기지 관계자도 이사를 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어요. 부평구에 협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는 10월1일 열리는 구민의 날 행사를 미군기지 안에서 진행할까 구상중입니다. 주민들이 미군기지 안에서 직접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서명운동도 병행하면서 '미군기지 공간은 부평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민들의 각오를 보여주는 거죠." - 홍미영 부평구청장 

홍미영 구청장은 "송병준의 후손들은 한일 강제합방 100년을 맞는 해임에도 치욕의 한국을 만든 선조를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 같다"면서 "반환운동이 끝나자마자 자기 땅을 찾겠다고 나서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 구청장은 "부천과 인접한 부평은 상대적으로 주민들이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면서 "길 하나 차이로 돈 많은 티를 내는 부천과 부평의 가로등 모양부터 차이를 보이고 체육공원, 학원, 백화점 등으로 지역 상권도 흡수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평은 사회복지비로 구 재정의 반이 나가고 공원 건립 등 매칭사업비를 지출하면 공무원 월급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면서 "인구가 많고 구도심이라는 점을 감안해 10년 전 기준인 재원조정교부금도 바뀔 때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홍 구청장은 "경기도 부평시가 아닌 인천의 부평구가 되도록 시가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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