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머리가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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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머리가 닮았네
  • 은옥주
  • 승인 2017.03.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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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본능과 초자아, 갈등 조절

돌돌이는 마트 초코렛 코너에서 발을 딱 멈췄다.
그 아이의 눈은 어느새 초코렛을 노려보며 손을 뻗었다.
“어.. 초코렛은 안되는데.”
나는 돌돌이의 손을 잡고 가볍게 당겼지만 아이는 힘껏 버티며 초코렛 하나를 움켜 잡았다.
“돌돌아 왜? 나는 무릎을 꿇어 아이 눈 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아이는 내 눈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아빠한테 물어봤쪄.” 한다.
“그래? 아빠가 뭐라 그랬는데?”
아이는 갑자기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생각이 많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이 없다.
아마 아빠가 초코렛을 먹지 말라고 했을테니 그 말을 할 수는 없고 자기는 너무 먹고 싶고 아이는 본능의 욕구와 초자아의 금지 명령 사이에서 몹시 갈등하는 눈치였다.
잠깐 후 아이는 결심한 듯 단호하게 “아빠가 먹어도 된댔쪄.”
“아빠가 정말 그랬어?” 하고 묻자 아이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기어코 초코렛 하나를 집었다.

“이거는 너무 달아서 안되고 이거먹자. 이거 아주 맛있어 초코렛이 안에 꼭 꼭 숨어있는 과자거든.”
나는 옆에 있는 동글동글한 홈런볼 과자를 집어 권했다. 아이는 좀 못마땅한 듯 할 수없이 내가 권하는 것을 집어들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한 개를 먹어보더니 예상외로 입에 살살 녹는게 맛있다는 듯 만족스러워했다.
카시트에 앉히고 가는 동안 나는 먹을 과자를 5개만 집으라고 했고 아이는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아섯.” 하는 사이 다섯 번째는 순식간에 과자를 두 개나 집었다. 그러고는 말똥히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2개 집어서 6개가 됐잖아 5개만 먹자고 약속했잖아.’ 라고 말하면 아이가 너무 무안할 것 같아 나는 슬쩍 모른 척해주었다. 백밀러로 보니 아이는 조그만 두 손에 과자를 힘껏 움켜쥐고 먹기가 아까운 듯 아니면 할머니를 속인 것이 긴장되었는지 먹지 않고 한참을 있었다.
“돌돌아 먹어도 돼. 이제 먹어.”

나는 마음을 조금 풀어주려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그 말에 힘을 얻은 듯 아이가 주먹에서 과자 하나를 빼서 먹으려고 하는 순간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 할머니 과자가 떨어졌쪄. 과자가 떨어졌쪄.”
그 아까운, 애써서 얻은 과자 한 개가 발밑으로 톡 떨어져 버린 것이다.
아이는 “할머니 과자 주워주쩨요. 과자가 떨어졌쩨요.” 거의 울상이 되어서 소리를 쳤다.
“그래 그럼 차가 도착하면 내가 한 개 더 줄게 그냥 먹어. 꼭 한 개 더 줄게.”
나는 운전하며 열심히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아이는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하나를 먹으려고 하다가 또 하나가 ‘톡’ 하고 떨어져버렸다.




“와아앙 할머니 또 떨어졌쪄. 떨어졌쪄. 떨어졌쪄. 할머니 와아아~앙.”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과자가 떨어진 발밑을 보다 눈물로 범벅이 된 눈으로 내 뒷통수를 보다가 어쩔줄 몰라 했다.
아이는 난생처음 맛보는 달콤하고 입에 사르르 녹는 초코렛 과자가 2개 없어진 것이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겨우 겨우 두 개 더 주기로 약속을 하고 아이를 달래며 이제 태어난지 3년이 되어가는 아이의 자아가 제법 견고하게 현실 원칙에 따라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0세부터 3~4세 사이에 어린이는 자아가 생기며 자아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있는 본능적 욕구와 초자아(도덕이나 양심으로 이루어진 내재화된 부모의 목소리)의 금지명령 사이에서 현실상황에 맞는 대처방식으로 갈등을 조절하는 마음의 구조라고 하였다.
아이는 초코렛 과자를 먹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와 초코렛은 안 된다는 사랑하는 아빠의 명령 사이에서 잠시 큰 갈등을 느꼈을 것이고 결국은 먹어야겠다는 본능적 욕구를 손들어주며 자기 합리화 기제를 통해서 먹기로 선택했던 것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 너가 구별도 안되는 아기였는데 벌써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쪽으로 조그만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는 4세의 돌돌이를 보면서 인간의 정신결정론적 성장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였고 또 그 영리하고 잔꾀가 많던 돌돌이 엄마의 어린시절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왔다.
'참 내. 지 엄마 자식 아니랄까봐.'




돌돌이 엄마는 6살 남동생은 4살 때 그 둘에게 나는 빼빼로(초코렛과자)를 1통씩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식탁에서 무언가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나가 동생에게 “제이야. 우리 이거 한 통은 나중에 같이 먹고 한통 먼저 나눠먹자.” 하며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는 것이었다. 순진하고 아직 숫자 개념이 없는 제이는 “응.”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손에든 과자 통을 누나에게 내밀었다.
“이거 통째로 니가 다 먹어. 나는 조금만 먹을께.” 누나는 빼빼로 통을 까고 내용물을 잔뜩 다 끄집어낸 뒤 5개만 남겨놓고 그 과자 통을 통째로 동생에게 주었다.
동생은 누나가 통째로 주니 너무 좋은 듯 과자 5개 밖에 들지않은 통을 얼른 받아들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저런 얄미운 누나.’ 하고 하는 짓이 괘씸했지만 아이가 무안할까봐 슬쩍 모른척 넘어가 주었다.
물론 한참 당하던 남동생이 나중에 커서 복수전을 벌여 수시로 전쟁이 일어나곤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 손자의 행동이 그 엄마(딸)을 키울 때의 모습과 그렇게나 닮았는지~~
잔머리 굴리는 것 까지 똑같은 손자를 보면서 나는 잠깐동안 시간여행을 떠났던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딸과 손자가 오버랩 되면서 닮는다는 것, 심리적인 것도 유전된다는 것의 신비로움 속에 푹 잠겨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신체적 문제가 있을 때 가족력을 3대까지 보는 것처럼 심리적으로도 성격 특성이나 기질 등이 유전된다고 한다.

나와 딸과 손자의 어떤 부분이 서로 닮았을까를 찾으려고 생각하니 마치 꽁꽁 숨겨둔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차~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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