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불행과 악의 근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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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행과 악의 근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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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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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인간의 불행과 악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불평등에 있다.

따라서 이 불평등의 기원을 검토하면 악의 진정한 기원을 논증할 수 있다.

그 불평등의 기원은 바로 소유에 있다!

루소가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주장한 핵심 내용이다.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18세기 사람으로 이 시대는 바로 계몽주의사상이 맹위를 떨치던 시대였다.

즉, 이 세상은 우리의 이성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인간의 욕망에 이 이성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면  인간 삶에 행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행과 악이 없어질 것이라고 보았던 시대였다.

그 배경은 데카르트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이성의 철학을 주장하고, 뉴턴과 갈릴레오 등의 과학지식이 급격하게 높아져 가는 시대에 특히 로크와 그로티우스, 홉스 등의 중세를 벗어난 근대 사상이 물밀듯이 유럽으로 퍼져나가던 시기에 이들의 사상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사상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럼 먼저  계몽주의 사상의 핵심을 살펴보자.

그들은 인간의 욕망이 원천적인 것이며 이에 이성은 그 욕망을 채우는 데 이바지 하는 것이 그 기능이라고 주장한다.

그 욕망을 채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소유권의 확립이었다. 존 로크의 통치론은 바로 이 문제를 제기한 책이다.

아직도 우리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삶의 철학, 삶의 기준이 되고 있는 핵심적인 생각들이다. 욕망하라! 행복이 저기에 있다!

'소유하라! 행복이 너의 것이다!'라는 재산이 인격이라는 존 로크의 통치론과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에 이 책의 위치가 있다.

물론 당시 왕과 귀족체제에서 신흥부르조아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이 주장을 인간 일반에게까지 확장하였고 질곡에 빠져 있던 중세 신분질서 체제를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게 된 점은 인정하지만, 이로 야기된 상황에 루소는 주목하였던 것이다.

계몽주의자 철학의 기본 전제인 이성과 욕망에 대해 루소는 이성보다 앞서는 두개의 원리인 자기보존과 동류에 대한 연민을 말한다. 자기보존은 스스로 생명을 보존하고 유지존속하려는 것이고, 연민은 같은 인간이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한 것이 소위 철학자들(계몽주의 철학자들, 대표적인 사람이 로크, 홉스, 볼테르)의 사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이 갖는 선과 악이 없는 자연상태에서 문명인들에게 어떻게 불평등이 발생하였고, 그 불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논증하고 있다.

"문명인은 항상 활동하면서 땀을 흘리고 불안해 하며 더욱더 힘든 일을 찾아 끊임없이 번민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하고, 때때로 살아 있는 상태에 놓여 있기 위해 죽음으로 내달리며, 불멸을 찾아 생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증오하는 세력가와 자신이 경멸하는 부자들에게 아부하며, 그들에게 봉사하는 영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비굴과 그들의 보호를 거만하게 자랑한다. 자신의 노예 상태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는 그 노예 상태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경멸감을 갖고 얘기한다."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을 지금부터 거의 300년 전에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볼 때 매우 탁월한 지적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진행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된다.

법과 소유권의 설정이 제1단계이고, 행정권력의 제도화가 제2단계이며, 합법적인 권력에서 독단적인 권력으로 변화하는 것이 제3단계라고 한다.

따라서 부자와 빈자의 상태는 첫 번째 시대에 의해, 강자와 약자의 상태는 두 번째 시대에 의해, 주인과 노예의 상태는 세 번째 시대에 의해 성립되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 정부 권력을 완전히 해제하거나 정당한 제도에 가깝게 만들 때까지는 다른 모든 단계가 거기로(주인과 노예) 귀착된다고 한다.

지금 이 신자유주의시대, 세계화의 시대는 바로 불평등이 3단계로 진행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지나칠까?

우리는 지금 내 삶의 주인이기보다는 자본의 노예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루소의 말은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는 이야기인지 머리가 끄떡여지게 된다.

루소의 표현을 빌려 이 주장을 역으로 생각해 보자.

 "사회에 있는 그들 사이에 어떠한 상호 관계도 허용하지 않는 상태라면,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남에게 손해를 끼쳐가며 도대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이 전혀 없는 곳에서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사람들에게 재치가 무슨 소용이며,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슨 술책이 필요하겠는가? "

즉,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인간 능력의 발달과 정신의 진보에 따라 성장하고 강화되며 소유권과 법률의 제정에 따라 안정되고 합법화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평등의 원천인 소유에 대한 루소의 가장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리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믿을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인간이 문명사회의 실질적인 창시자이다. 말뚝을 뽑아버리고 토지의 경계로 파놓은 도랑을 메우면서 동류의 인간들을 향해 '저런 사기꾼의 말들 듣지 마시오. 과일은 모두의 소유이고 땅은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당신들은 파멸할 것이오'라고 외친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얼마나 많은 죄악과 싸움과 살인,얼마나 많은 비참과 공포에서 인류를 구제해주었을 것인가?"

위 구절은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 제2부의 첫 구절로 매우 유명하다.

이렇게 루소는 소유권, 토지의 소유가 개인화하면서부터 불평등과 인간 삶의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소유권은 강자들이 법률의 이름으로 사회를 구성하면서 더욱 공고화하게 되었으며 결론적으로 "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들을 이끌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마저 갖추지 못하는 판국인데, 한줌의 사람들에게는 사치품이 넘쳐난다는 것은 명백히 자연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책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유권, 다시 말해 우리 의식에 매우 당연하고 명백하다고 생각하는 사유재산은 정당하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갖게 되었을까?

바로 지금부터 약 300년 전밖에 안 되었다.

존 로크가 통치론에서 주장하면서 체제의 구조로 자리잡은 것이 300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 사유재산체제에, 우리는 거의 아무런 저항감도 느끼지 못할 만큼 철저하게 물들어 버렸지만 이 시스템이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을 무렵에, 아직 체제의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였을 때, 이런 역기능의 문제점, 인간불평등의 문제점과 그 기원에 대하여 논증한 루소야말로 철저한 혁명주의자, 철저한 근본주의자의 원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루소의 주장에 비하면 마르크스나 엥겔스의 주장은 오히려 파워가 밀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비판만 하는 것이 루소사상의 핵심은 아니다.

루소는 인간이 원초적인 상태에서 문명의 상태로 나갈 때 위에서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간 스스로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고, 변하고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신까지는 아니어도 신에 가까운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존재이며 그 방법으로 교육의 필요성으로 '에밀'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쨋든 대문호 톨스토이는 루소를 사랑하고 존경한 나머지 루소의 초상을 메달로 만들어서 늘 목에 걸고 다녔다고 한다. 인간을 사랑한 휴머니스트 입장에서 보면 존 로크나 홉스, 볼테르 등의 계몽사상가들보다는 루소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다랗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네 삶을 지배하고 있는 원리에 대하여 루소의 책을 읽어봄으로써 우리는 삶이 스스로 어떤 질곡으로 뛰어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노예의 삶이라는 것을 인식도 못한 채 노예처럼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간불평등기원론/장 자크 루소/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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