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요일가게 '봄'을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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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요일가게 '봄'을 열었어요~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03.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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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多~ 괜찮아" 3월부터 생기 가득~

 

























이상한 나라?로 어서오세요~

'이상한 나라 엘리스'와 '시계를 든 토끼'가 맞아주는 좁고 작은 나무 문으로 들어가면 높은 천청과 붉은 벽돌이 감싸고 있는 멋진 공간이 나타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러나 여전히 모르는 사람도 많은 '조흥상회' 창고 건물을 개조해 만든 <배다리 요일가게 다多~괜찮아>다.



@하늘색 '조흥상회'건물 바로 옆에 붙은 붉은 칠이 되어있는 셔터문이 있는 곳이 창고 건물이었고, 이 공간이 1년 이상 닫혀있었다. 이 공간이 '요일가게'로 다시 살아나게 된 것.


봄바람이 제법 부는 22일(수) 점심, 왁자지껄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 중이다.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 아직 사람도 없는 빈 테이블에 수저가 가지런히 놓이고, 막 퍼서 놓아둔 밥과 된장국의 수증기가 눈 앞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정성 가득, 금방 무쳐낸 봄동 겉절이와 비린내도 안나는 생선찌게며 갓 지은 서리태밥에 바지락 된장찌개에 취재는 잊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정신없이 식사를 하고 말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고, 한켠에 넉넉히 깍아 놓은 과일 한 조각씩을 먹으며 마무리. 더러는 나가고 남은 사람은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한다. 

그 즈음 어린아이 손을 잡은 한 엄마가 들어와서 식사가 되는지 물었다. "아이고, 밥이라도 있으면 줄텐데 어쩌죠? 아쉽게도 밥이 떨어졌는데 ... "  남아있던 사람들도 아이를 보며 안타까와 했다.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밥이 떨어졌데... 다음에 오자!"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예약제로 수요일 점심 한 끼만 판매하고 있는 배다리 요일가게의 '수요일가게' _ <인희의 집밥과 수요미식회>다.  


배다리 요일가게? 그게 뭔데?  


@ 2014년 문을 연 요일가게 내부 전경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 입구에는 조흥상회라는 옛 건물이 있고, 그 건물 창고로 있던 공간을 다듬어 만든 곳이 <배다리 요일가게 '다多~괜찮아!'>다.

2014년 <생활문화공간 달이네>가 1년 이상 방치되어 있던 조흥상회 벽돌식 창고 건물을 임대했고, 인천문화재단의 <지역거점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공간을 다듬고, 임시 운영도 해보면서 <배다리 요일가게 다多~괜찮아>가 12월 3일 공식적인 개장을 했다. 


 








마을주민의 구체적인 활동과 지역 예술가와 결합,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자 요일마다 주인이 다른 <요일가게>와 진열장 하나하나를 임대해 운영하는 <가게in가게>, 그리고 작은 전시와 공연 등 자유로운 형식의 문화적 공동체적 운영을 기획하며 운영을 시작했다.

17명의 주인이 있는 가게(7개의 요일가게와 12개의 가게in가게)로 활기차게 시작된 요일가게는 2015년 이후 수 많은 방송과 신문에서 새로운 경제모델이자 공동체 가게 운영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물건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곳이 되고자"하는 마음과 "서로의 앎을 자랑질 해도 칭찬해주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격려하며 채워주는 마음씀씀이가 있는 곳"으로 "여럿이! 함께!, 그리고 천천히" 만들어져 가는 공간으로서의 요일가게를 기원하며 요일가게를 시작한 마음을 전했었다. 

청산별곡은 이런 기조를 유지하며 2017년 여전히 이 공간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며 다듬어 가고 있다. 



@2014년 12월 작은 파티가 열린 요일가게


차가운 건물에 온기를 더하는 재능은 정성이다.

조흥상회 건물도 그 창고 건물처럼 상당히 오랜기간 쓰레기처럼 방치되었던 건물이었다. 그런 곳을 6개월여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해서 지금의 다양한 공간으로 살려 '생활문화공간 달이네'를 꾸리고 빚어낸 이가 바로 이 '요일가게 지기'다.

그녀는 2009년 배다리의 <오래된 책집> 공간을 정성껏 다듬어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나비날다 책방'의 책방지기였다. 그 책방의 셔터문에는 '나비, 오래된 책방에 날아들다'라는 글과 함께 흙을 밟던 맨발, 그 발가락 사이에 또랑또랑 눈을 뜨고 있는 귀여운 지렁이 그림이 그려있던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오래된 책집에 있었던 '나비날다 책방'





그 자리에 있던 '나비날다 책방'도 딱딱한 일반적인 건물 내부를 정성이 가득 담긴 손맛에 사람과 고양이의 냄새로 온기를 채운 공간이었다. 따뜻한 차와 아기자기 흥미롭고 작은 소품들이 가득해서 보물창고 같기도 했던 공간으로 조흥상회 건물로 이사갈때는 그 공간이 너무 아깝기도 했었다.


@'오래된 책집'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고 '나비날다 책방'을 더했고, 그 옆에 유기농먹거리 작은가게도 함께 운영하기도 했다. 

이렇게 멋진 공간을 발견해내는 안목과 어떤 공간이던 손품, 발품, 바느질 정성에 따뜻함과 흥미로운 소품들로 온기 가득한 공간으로 가꾸어내는 이가 바로 '청산별곡'이다.  

 
@'문학당'이 있던 자리에 자리를 잡았던 '나비날다 책방'은 이 건물 안채로 들고, '배다리안내소'라는 이름으로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소개하고 마을에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오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래 되고 낡은 것을 살리는 힘

버려진 것도 살려쓰고, 낡은 것도 고치고 다듬어 쓰는 사람이 있다. 차가운 건물, 곧 무너뜨려서 새 건물을 지어야 할 것만 같은 공간을 눈부시게 살려내는 사람이 있다. 

그건 그저 인테리어를 멋드러지게 해서 살려내는 일이기만 할 것 같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들- 일상으로 만나는 이웃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의 재능과 특성, 개성과 인성을 눈여겨 보고 살펴서 그것을 키워주는 그의 재능이 있었기에 또한 가능했다.

멋진 재능을 키워보지도 못하고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기운을 내게 하고, 마음을 살리게 하는 일이 더해지자 오래된 건물을 살려 쓰는 일은 이제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되기도 했다. 

요즘 배다리가 있는 동구는 여러모로 시끄럽다. 가난한 사람들의 작은 집을 빼앗다시피 해서 건설사들을 배불리는 '박근혜표 뉴스테이' 사업으로 평생의 삶터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사람들이 살고있는 집 바로 아래에 구멍을 파고 터널을 내서 고속도로를 내는 바람에 건물 붕괴의 위험과 독성 있는 미세먼지를 일상적으로 맡아야 하는 환경으로 건강한 삶을 위협받게 된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시와 구의 행정 탓에 하루가 멀다하고 집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들을 마구 허물다보니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 조차 마구 허물어 버리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건물과 사람을 살려내는 '나비날다 책방' 지기이자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지기인 청산별곡의 안목과 태도를 배웠으면 좋겠다. 


 2017년 3월, 세번째 '봄'_가게를 열었다.

우수(雨水 2/18)를 즈음해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요일가게 가게지기들을 새로 모집하고, 3월 초에는 높고 아름다운 천정에 7개의 달은 작은 별 같은 조명들이 더해지며 다소 어두웠던 공간을 밝혔고, 원목으로 만든 문도 새로 맞춰서 달았다.

월요일가게는 <마음만만,소설만만>이라는 이름으로 '마음만만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단편소설 읽기( 격주 7시~9시)'와 '아코디언명함 만들기 ( 2시부터 4시) 수업이 진행된다. 

수요일가게는 <인희집밥&수요미식회>가  예약제로 운영된다.

목요일가게는 월요일에 진행하던 '달이네-꼬꼬마극장'이 날짜를 옮겨 1시부터 3시까지 진행하는데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제안하고 매월 컨셉을 잡아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수다모임이다.

'토요일가게'는 커피에 대한 다양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토요카페>다.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주말을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는 배다리의 토요일을 선사한다.

일요일 가게는 누구나 편안하게 공간을 누릴 수 있는 '무인 Cafe'로 운영된다.

*문의 청산별곡 010 9007 3427/kesim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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